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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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가 나와 둘 아님 깨달아야…
대행 스님 법문에서 낙태 해법…고미송 연구원 ‘문·사·철’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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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 대상을 내 몸과 같이 보고, 둘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면 내가 나를 해칠 수 없는 법이기 때문에 살생조차도 상대를 건지는 일이 될 수 있다. 낙태하는 여성을 남이라고 보지 않을 때 비로소 원치 않는 임신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며, 자기 뱃속의 태아를 나와 둘로 보지 않을 때 비로소 낙태의 가능성은 실질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항상 뜨거운 논쟁거리중 하나인 낙태문제를 대행 스님의 법문을 토대로 불교적으로 성찰한 논문이 있어 눈길을 끈다.
고미송 동국대 불교학교육연구단 연구원은 인문학 계간지 <문학ㆍ사학ㆍ철학> 제21ㆍ22호에 투고한 ‘낙태문제를 불교적으로 성찰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의 주제논문을 통해 낙태에 대한 불교적 담론 속에 숨어있는 가부장적인 윤리의 문제를 드러내 바람직한 불교적 접근법에 대한 성찰을 시도했다.

고미송 연구원은 한 불교학자가 쓴 <불교적 관점에서 본 낙태문제>에서 주장한 내용을 근거로 “낙태와 관련해 회자되는 불교적 관점 속에 모든 고통을 종식시키는 부처님의 진리보다 반대로 더 많은 고통을 양산하는 가부장적인 관점이 자리 잡고 있을 때가 간혹 있다”고 지적했다.

고 연구원은 불교학자가 주장한 내용 ‘낙태 수술을 받은 여성은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오히려 필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다’에 대해 “글을 쓴 사람이 불교에 대한 다수의 저서를 쓴 학자임을 감안한다면, 불교적 관점 속의 가부장적 관점은 매우 넘어서기 어려운 것이며 식자층이 아닌 불교신자들은 더더욱 진정한 의미의 불교적 관점을 오해하고 있을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가부장적인 관점에는 약자에게만 강자를 배려하는 윤리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미성숙한 사회의 특징이 담겨있다. 대표적인 예가 여성에게만 순결을 요구하는 성윤리, 비구보다 비구니에게 더 많은 계율을 부여했던 승단의 모습 등이다.

고 연구원은 “자각이 있는 수행자라면, 욕망의 대상이 장애물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이 장애임을 직시한다면, 애써 상대에게 계율을 부과하거나 상대를 비하하거나 비난할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더 많은 계율을 부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낙태의 비윤리성을 남성의 경솔하고 무절제한 성의 비윤리성과 연관 짓지 못한다면 결국 하나만의 바퀴로 수레를 굴러가게 하려는 헛된 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미송 연구원은 대행 스님의 법문을 중심으로 불교적 관점에서 낙태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대행 스님은 시장에서 닭을 잡아 생계를 유지해오던 사람이 공부하기를 원하면서도 무수한 살생으로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직업상 그런 일을 하더라도 진심으로부터 살생이 아니게끔 하는 도리도 있느니라. 따지고 보면 죽는 쪽도 불쌍하고 죽이는 쪽도 불쌍한데 어느 한 쪽만을 지탄할 수 없느니, 그러므로 양쪽을 다 건져야 한다. 만약에 내가 그 일을 죄라고 자리매김 하면 말이 법이 돼 평생을 무거운 짐에 눌려 지내야 하거든 부처님의 자비스런 가르침이 어찌 그러할 수 있겠느냐”고 법문했다.

고 연구원은 “대행 스님의 법문을 보더라도 낙태문제를 불교적 관점에서 다룰 때 살생으로 인해 생기는 악업에만 초점을 맞추는 일이 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낙태 여성들에게 업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죄의식과 절망을 확산시키는 무책임한 태도다. 죄라는 것을 실체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업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을 놓고 본다면, 악업이 실체가 아니라 공(空)하다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담론을 더 많이 형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행 스님의 가르침대로 일체 대상을 내 몸과 같이 보고, 둘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면 내가 나를 해칠 수 없는 법이기 때문에 살생조차도 상대를 건지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고 연구원의 생각이다.

고 연구원은 “우리가 변화시키고자 하는 현실은 그 자체가 바로 우리 자신이자 우리의 악업의 결과임을 받아들이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사회문제를 대하는 불교적 관점이라고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10-08-13 오후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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