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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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자들의 치열한 구도열기 속으로”
천태종 제99회 하안거 결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천태종 총본산인 충북 단양 구인사에 관음정근 소리가 가득하다. 8월 9일 밤부터 ‘제99회 재가 신도 하안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천태종은 한국불교에서 유일하게 재가신도의 안거가 제도화 돼 있는 종단이다.

“만약 내가 이 자리에서 정각을 이루지 못하면 죽어도 일어나지 않겠다.(我若不成正覺 此座不起)”

보리수 아래에서 선정에 들며 불퇴전의 결심을 한 부처님.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큰 원력 앞에 출재가의 구분이 있을까.


무더운 여름에도 구인사 각 법당에는 수십에서 수백 명씩 신도들이 앉아 수행정진에 매진하고 있었다. 99회를 맞은 이번 재가 신도 하안거에는 구인사에만 1000여 명의 신자들이 운집했고, 전국 150여 천태종 사찰에는 총 2만 명이 넘는 신자들이 동참해 9월 8일 해제까지 치열한 수행정진에 돌입했다.

천태종 재가 신도 안거는 하루 중 수면, 공양, 휴식 시간을 제외한 12시간 동안 염불수행이 진행된다. 결재 첫 날, 한 달 간 사용할 옷가지 등으로 인해 비좁은 자리임에도 정진의 열기가 대단했다.

울산에서 35회 째 구인사 재가 신도 안거에 참여하고 있는 정명동 보살은 “안거는 운명이라고”고 참여 소감을 말했다.

정명동 보살은 “가장 먼저 마음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돈에 대한 집착 등에서 벗어나 가족과 삶을 돌아보게 됐고, 그로 인해 생활이 변했다”며 “처음 안거 당시 간암을 앓고 있었는데 그 힘으로 병마를 이겨낼 수 있었다. 조사 스님과 종정 스님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말했다.


구인사 안거는 식당 등과의 거리를 따져 남녀, 수행경력, 연령,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각 선방을 배정하고, 각 선방마다 담당스님이 배정돼 신도들의 수행을 지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날 구인사 인광당에서는 젊은 어머니 불자들과 함께 어린 아이들도 염불수행에 동참하고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아이들은 지도 스님에게 관음정진 등 수행법을 배우며 불교계 동량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천태종 안거에는 염불 수행 외에 낮시간 동안 농장 등에서 자율적으로 울력 등이 진행된다. 이는 상월 원각 조사의 생활불교론인 ‘주경야선’(晝耕夜禪) 정신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주경 야선은 낮에는 밭에 나가 노동을 하고 밤에는 참선을 하는 생산 노동으로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일을 하지 않는 날은 먹지도 않는다)의 백장청규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구인사는 배추와 고추 등 주요 작물들을 직접 재배해 자급자족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태종은 “지역 150여개 사찰에서도 신도 안거가 실시되는데 주경야선 정신 하에 생업에 종사 중인 신도들은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절로 나와 안거 수행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9일 구인사 설법보전에서 봉행된 결제식에서는 종정 도용 스님 등 천태종 중진 스님들이 참여해 재가 신도들의 수행정진을 독려했다.

종정 도용 스님은 결제법어를 통해 “일심청정(一心淸淨)을 바로 닦기는 쉽지 않지만, 관음신앙을 통해 각자의 마음자리를 닦아야 제색(諸色)이 공(空)해진다”며 “무더운 한 달 간의 수행이지만, 진리에 어긋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게 열심히 기도하라”고 당부했다.

총무원장 정산 스님도 결제사에서 “변함없는 정진으로 큰 밝음을 얻어 세상을 밝히는 지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천태종 재가 신도안거와 수행법

천태종 신도 안거의 전통은 사부대중의 모두의 수행정진과 실천행을 강조하는 천태종 중창조 상월 원각 조사의 새불교운동 정신에서 비롯됐다.

인도에서 우기 시 비가 많이 와 걸행이 어려워 일정한 장소에서 모여 집중적으로 수행을 하며 생겨난 안거는 중국으로 전래된 후 전통적으로 출가자에게만 한정돼왔다. 상월 원각 조사는 천태종 개산과 함께 종래 출가자에게만 실시된 안거를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대ㆍ실시했다. 생활불교ㆍ대중불교ㆍ실천불교의 교지에서 드러나 듯 기존의 기복적이고 관념적인 불교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신앙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삶의 현장에서 피고자 함이다.

천태종은 매년 여름과 겨울 각 한 달 씩 2차례 신도안거를 시행하는데 평시에는 각 지역사찰 월 정기법회 이후 3일에서 5일간 철야정진 관음기도가 실시된다. 천태종 신도 안거 중 특히 총본산 구인사에는 매년 한 달 간 1000명이 넘는 불자들이 한군데 모여 수행에 정진한다.

대부분의 천태종 스님들은 재가자 안거를 지도하며 함께 수행하며 신도 동안거에 이어 2개월 가량 승려안거에 들어간다. 이 기간에는 지역사찰 주지 소임과 삼직 등 일체 소임을 불만하고 모두 안거에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천태종은 주로 염불을 주 수행법으로 삼는데 염불 수행법에는 부처님의 법신을 생각하는 ‘법신 염불’과 공덕을 생각하는 ‘관념 염불’, 명호를 입으로 외는 ‘칭명 염불’이 있다.

이 중 ‘칭명 염불’은 ‘관세음 보살’을 구칭하며 정신을 통일해 번뇌를 가라앉히도록 하는 수행법이다.
노덕현 기자 | Dhavala@buddhapia.com
2010-08-13 오후 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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