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문수 스님 소신공양 추모위원회’는 8월 1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문수 스님 추모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박경준 동국대 교수가 ‘문수 스님 소신공양의 의미’를, 이도흠 한양대 교수가 ‘4대강 사업의 본질, 무엇이 문제인가’를,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가 ‘사회불평등의 정책적 요인’을,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부정부패와 시민의 자율적 개입’을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퇴휴 스님과 유정길 에코붓다 공동대표, 최연 불교문화연구원장,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문수 스님의 죽음은 대자비행
박경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소신공양의 전거를 통해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한 의미를 밝혔다.
박 교수는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개인적ㆍ종교적 의미보다는 사회적 의미가 커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한 스님의 분신 또는 자살을 미화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해명도 있었다.
박경준 교수는 “<사분율> 등에서 ‘스스로 남을 죽여서도 안되고, 제3자를 시켜서 남을 죽여도 안되고, 자살해도 안되고, 누군가에게 시켜서 자신을 죽이게 하는 것도 안된다’고 했다”면서 “불교 계율에는 금계(禁戒)의 문을 열어도 되는 특별한 예외조항인 개차법이 있다. 문수 스님의 죽음은 결코 이기적인 자살이 아니라 법공양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교수는 “문수 스님의 죽음을 소신공양 또는 대자대비의 보살행이라고 부르는 것은 뭇생명을 위해 대자비를 실천하기 위한 지혜롭고 효과적이며 최선의 선택으로 도피적 자기파괴가 아닌 적극적 자기실현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유정길 에코붓다 공동대표는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오늘날 인간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파괴와 생명 살상을 대신 속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막아야
이도흠 교수는 “4대강사업은 한반도 대운하 공사”라며 “토건카르텔의 장기집권 프로젝트”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실체는 연간 발주액이 200조원에 이르는 토건업이다. 중앙ㆍ지방의 건설사, 투기자본, 토호 및 정치인 등 토건세력의 지배력과 연대를 공고히 하고 이를 통해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이루자는 정치적 프로젝트가 4대강 살리기”라고 주장했다.
이도흠 교수는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교수는 “4대강 사업이 완료되면 △강과 바다가 오염돼 뭇생명이 죽고 국민 건강이 해쳐지며 △경제위기를 야기하며 △홍수나 침수 등이 빈번히 발생되고 △243점의 문화재와 1400여 문화재분포지역이 침수되거나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 △마을의 지역공동체가 해체되고 △개발지향형 인간을 양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도흠 교수는 MB정부에 4대강 개발과 관련한 지역주민, 전문가들과 하천 거버넌스를 구축한 후 국민적 합의와 동의과정을 거치고, 시범사업 후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 등을 촉구했다.
#불교적 마인드로 사회불균형 해소를
유승무 교수는 “한국사회에 만연된 불평등은 자율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가의 정책적 개입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개입을 위해 한국불교는 그것을 추동하고 견인해야할 책무가 있다. 이것이 문수 스님이 남긴 유훈을 제대로 받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유승무 교수는 불교적 관점을 통한 경제활동의 재해석을 촉구했다.
유 교수는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등장한 MB정부에 신자유정책에서 비롯된 한국사회의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불교적 관점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ㆍ불균형을 해소하자”고 제안했다.
불교적 관점에서의 경제활동의 최우선성은 이윤추구의 극대화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의 만족이다.
#“부정부패 언젠가는 드러나”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공직부패와 권력형 부정부패 척결의 중요요소 중 하나가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반부패 의지”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부정부패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기는커녕 반부패전문기관을 통폐합하고 이전 정부가 추진해 온 반부패정책을 대부분 폐기했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특정세력의 국정농단과 인사농단은 반드시 부패로 귀결된다”면서 “국가재정을 탕진하는 4대강 토목 사업의 뒷이야기도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교 사회참여 확산하자
참가자들은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계기로 불교의 사회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도흠 교수는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조계종단장이나 환경위원장으로 한다는 수경 스님과의 약속을 번복하고 은해사 교구장으로 치룬 종단은 정법의 철퇴를 맞아야 한다”면서 “조계종단은 권력은 무섭고 부처님과 사부대중은 두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불교가 위기에 처한 것은 자비행과 멀어지고 권 력에 종속돼 파행을 일삼기 때문이다. 자비행과 보살행의 실천, 처절한 참회와 책임 있는 당사자의 퇴출과 시스템 혁신을 통한 종단 개혁,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 불교는 머지않아 소수종교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준 교수는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계기로 불교는 ‘신대승’의 정신을 선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각종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와 죽어가는 뭇 생명을 살리고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막고 △절망과 고통에 내몰리고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며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정치ㆍ사회ㆍ경제의 여러 구조적 모순과 병폐를 혁파하기 위한 실천적 지혜를 탐색하고 공동의 노력을 경주하자고 제안했다.
김민영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에 나서게 하는 길은 국민이 거대한 힘을 결집해 정부를 움직이게 하는 수 밖에 없다”며 “나와 내 주변에서부터 부패와 반칙, 특혜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공감대를 넓히고 공동의 실천에 나서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