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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갔지만, 님 그리는 이들이 만든 꿈의 터
만해마을&만해축전



#만해마을을 들어서며

만해마을은 반듯하다. 그리고 단정하다. 마치 생전 만해 스님(1879~1944)의 모습을 보듯, 어딘가 깐깐하면서도 정돈된 느낌이다. 집은 본래 집 주인의 성품을 가장 알 수 있는 요소다. 만해 마을을 설계한 건축가 김개천(국민대 교수)은 만해 마을을 ‘허공 위의 일획’이라는 주제로 기획했다. ‘허공 위의 일획’이란 주제가 만해 스님이 일본 강점기에 승려로서, 시인으로서, 독립운동가로서 살아온 삶을 잘 대변해 주는 듯하다.

깐깐하고 고집스러운 만해 스님의 집을 건드리는 일은 쉽지 않다. 잘 정돈된 집안은 왠지 어지럽히기 더 힘든 법이다. 하지만 만해 마을의 이곳저곳은 어지럽혀 있다. 다름 아닌 한국문학계를 이끌어가는 거장들의 시(詩)들로 말이다.

고은, 신경림, 오세영, 신달자 등 현대에 내놓으라 하는 문인들의 글귀가 만해마을 이 곳 저곳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결코 그 어지러움이 싫지 않다. 오히려 마음 한 구석을 묵직하게 만든다.

만해마을 입구부터 현대 문인들의 시를 동판으로 제작해 걸어놓은 ‘평화의 시벽’과, 시비 들이 즐비해 있다. 한 편의 시들이 차가운 콘크리트 벽에 걸려 따뜻한 온기를 뿜어낸다.

‘평화의 시벽’을 지나치면 문인의 집, 만해학교, 서원보전, 님의침묵 광장, 만해평화지종, 만해문학박물관이 일직선으로 순서대로 자리하고 있다. 그 주변을 님의침묵 산책로가 감싸고 있다.

만해마을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만해문학박물관 입구에는 만해 한용운의 흉상이 서있다. 생전 만해 스님의 기품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표정이 살아있다. 1층 상설전시실에는 만해의 저서와 유품이 연대·주제별로 전시돼 있으며, 2층 기획전시실에는 각 예술분야의 기획 및 초대전시가 열린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만해 학교는 청소년들의 단체 활동을 위한 숙소 공간이다. OT, MT 등 각종 수련회 및 세미나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250여 명이 동시에 이용 가능한 공간이다.

만해마을 입구에 들어서기 전 위치한 심우장은 현재 여러 문인들이 모여 문학 토론의 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만해학교 옆에 자리한 서원보전은 발우공양, 참선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현대적 개념의 법당으로 불자가 아닌 사람들도 선입견 없이 사찰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며, 그 밖에 님의침묵 광장, 산책로 등은 레크이션, 공연 등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문인들의 둥지 만해마을

문인들에게 있어 만해 마을은 둥지나 다름없다. 어미 새가 새끼 새를 위해 정성껏 만든 푸근한 보금자리처럼, 만해 마을은 현 문인들에게 하나의 보금자리로 자리 잡고 있다. 만해 마을은 만해 한용운의 자유사상, 민족사상, 문학사상을 높이 기기로 선양하기 위한 실천의 장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언제나 문학과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문인·예술인들에게 유토피아로 자리 잡고 있다.

평소 잘 만나지 못했던 문인들도 만해마을에 오면 만나 볼 수 있다. 현재 만해마을에서는 문인과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집필 공간을 지원하고, 매달 우리시대 대표작가를 초청해 문학아카데미를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반인들이 들을 수 있는 문학 강좌와 문학 교실 학술 세미나 및 수련회, 템플스테이,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매년 만해축전 기간에 실시되는 시인학교는 문단에 등단하지 않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원로 및 중진 작가 들이 시 창작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시인학교 백일장, 학술 심포지엄 등을 통해 시인으로서의 열정을 불태우게끔 한다.

문인들에게는 서로의 소통의 자리를 통해 창작의 질을 더 높게 해주고, 일반인들에게는 새로운 문학적 경험과 사상을 체험하게 한다. 만해 한용운을 선양하고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모여 자신의 감성과 에너지를 공유하는 곳이 바로 만해마을이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만해축전

만해 마을의 진가는 만해축전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2010 만해축전이 8월 11~14일 만해마을과 인제군에서 개최됐다.

본격적으로 행사의 막이 오른 11일에는 대구시조시인협회 심포지엄, 단시조 한글서예전개막식, 만해시인학교 입교식, <유심>신인추천작품 시상식, 유심작품상 시상식, 축전 전야제 등이 열렸다.

이어 12일에는 현대시학·경남시조시인협회·계간 시안·현대불교문인협회·동북아미시사회연구소·시와 세계에서 주관하는 심포지엄과 전국고교생백일장, 님의 침묵 서예대전 시상식, 만해대상 시상식, 지역민들을 위한 인제군 노인게이트볼 대회, 7080콘서트가 개최됐다.

13일은 창작21작가회 평화문학 심포지엄, 평화 시전, 만해시인학교 수료식이 진행됐으며, 마지막인 14일에는 대동축구대회와 회향식으로 축전의 막을 내렸다.

올해 만해축전은 주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선 점이 특징이다. 그간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실시했던 만해대상 시상식 및 축전 입재식 등 대부분의 행사를 인제읍에서 진행했다. 대통령상이 걸린 전국고교생백일장도 인제실내체육관에서 치러졌다.

8월 12일 열린 만해대상 시상식에는 750여 관람석이 모자를 정도로 내·외부 인사를 비롯해 많은 지역민들이 참여했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송훈기씨는 “행사가 인제읍내로 확장된 만큼 전년에 비해 지역민들의 참여가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만해축전이 만해의 가르침대로 평화와 상생을 실천하며 지역사회로 회향하고 있다.

한편 이날 만해대상 수상자는 사회복지법인 인덕원 이사장 성운 스님, 前 국제로터리 클럽 이동건 회장, 국제 PEN 클럽 회장 존 랠스톤 소울, 정진규 시인, 미국 UCLA 동아시아학과 한국학연구소장 존 던컨, 성균관대 김학성 교수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백담사와의 유대 이어 사찰ㆍ지역 모범될 것”
인제군 용대리 정연대 이장



“만해축전은 단순한 종교적 행사가 아닌 만해 스님을 선양하고 기리는 축제로서, 이러한 큰 문화축제가 우리 마을에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 입니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항상 만해축전의 주인공은 지역 주인임을 강조하며 인제군 북면 용대리 정연대 이장을 만해축전의 내빈으로 초청해 왔다.

정 이장은 “작년까지 모든 행사가 만해마을에서 이뤄져 용대리 주민들이 이용하기가 편했다. 읍내에서 진행되는 행사들도 많아 교통편 문제가 발생하지만, 그래도 용대리 주민 외에 군내의 많은 분들이 더 즐길 수 있어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1996년 만해마을이 들어선 이후 많은 사람들이 민박·음식점 등을 이용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됐다”며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이 만해마을에서 열리는 문학 강좌나 전시 등 전 보다 더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어 모두들 좋아한다”고 전했다.

또 정씨는 “만해축전 외에도 평상시에 많은 문인들이 만해마을 다녀가는데, 가끔 어떤 문인들은 마을회관에서 동네 아이들에게 교육도 시켜주고 있어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용대리에는 매년 60~80만 명 가까이 백담사를 오가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그러다 보니 마을자체에서 사람들의 교통 불편을 덜기 위해 백담사까지의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법인으로 설립한 마을 버스사업은 처음 지역고용창출을 위해 마련됐다. 운영 수익금의 대부분은 백담사 사찰지원금과, 청소년 장학금, 불우이웃돕기로 사용되며 일부 금액이 마을발전기금이나 인건비로 지출된다.

정씨는 “이번 만해축전 행사가 읍내에서 많이 치러지는 바람에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모아 교통의 불편을 덜어드리기 위해 마을버스로 행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정연대씨는 “종교를 떠나 마을주민과 백담사의 유대관계가 원만하고 협력이 잘 된다”며 “앞으로도 만해마을과 만해축전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문화적 공간과 행사로 남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0-08-13 오전 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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