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가 7월 중순 일간지 광고를 통해 정부의 불교계에 대한 예산 지원을 비판한데 이어, 이를 반박하는 불교계에 또 다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회장 김승동)는 8월 10일 ‘종교편향 문제점을 곡해하지 말라’는 제하의 성명서에서 “개신교계가 발표한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성명서에 대해 불교계의 산하 단체에서 곡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불교계는 MB정부가 종교를 편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과거 ‘국민의 정부’나 ‘참여 정부’ 때보다 40% 이상 증액된 국고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신교계는 개신교가 종교간 갈등으로 몰고가려한다는 오해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할 문제들을 덮으려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불교계의 반박에 적극적인 공세를 지속할 뜻도 밝혔다.
이에 앞서 조계사는 1일과 7일 신도총회를 열고 △개신교의 불교폄훼 등 몰지각한 종교갈등 조장행위 중지 △종교사학 등에 지원된 국고예산을 통한 선교 행위 중단 △MB정부의 전통문화 예산 집행 축소 행위 중지를 촉구했다.
다음은 한국교회언론회 성명 전문.
종교편향 문제점을 곡해(曲解)하지 말라.
지난 7월 중순에 기독교계의 여러 단체들이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중앙일간지에 낸 바 있다. 이에 대하여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었다. 다만 불교계의 산하 단체에서 이 성명서를 곡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우려스럽다.
기독교계가 성명서를 내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정부가 종교편향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종교간 형평성과, 종교에 대하여 국고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보편적 기준과 투명성을 담보하여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둘째는 정치권이 종교계를 이용하려는 태도를 버리라는 것이다. 한 예로, 여당의 중진 정치인이 발의하여, 이미 사라진 사찰의 터(寺址)를 국고에서 5년간 5,000억 원을 지원하여 복원할 수 있도록 만든 법안이 그것이다. 이는 특정종교를 위한 것으로,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는 정치행태이다.
셋째는 종교계도 종단 운영을 국가재정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일제식민 지배기에 조선총독부에 의존하던 버릇을 계속하려고 하는가? 종교는 개인과 사회, 더 나아가 국가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 그 존재 의의에도 부합된다. 이러한 노력에는 모든 종교가 포함된다.
넷째는 종교에 관련된 재정지원을 언제까지 베일에 싸여 비밀스럽게 할 것인가? 이제 국민들이 바로 알아야 된다는 공익적 목적이 있는 것이다. 또한 ‘소위 종교편향’ 문제만 나오면 마치 기독교계가 가해자인 것처럼 몰아가려는 풍토에 대하여, 한국교회도 그 진위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불교계 일각에서 이를 사실과 다르게 호도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매우 우려가 된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를 살펴보면, ‘근거 없는 낭설을 통해 종교 갈등을 부추기는 작태로 그 배후에 정치 공작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성명서는 그 어떠한 정치적 목적이나 정치 공작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앞에서도 언급한 대로 잘못 시행하고 있는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과 공익적 목적 외에 다른 의도는 없다.
또 2008년 “종교사학 법인에 지원된 국고 예산”을 근거로 학교에 지원된 금액을 기독교의 ‘선교행위에 사용하였다’는 표현은 교육에 지원한 것과 종교에 지원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억지주장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공교육이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사학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기독교계의 사학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기독교계가 우리 사회에 기여를 많이 해오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런 사학을 공교육의 영역에 끌어들인 것은 정부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정부가 그 학교들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은 마땅하다. 만약에 기독교 사학을 공교육 현장에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오늘날 기독교 학교는 자율형 사립학교로 얼마든지 더 우수한 학교로 육성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정부가 교육에 지원한 것을 기독교 선교에 사용했다고 한다면, 이는 무지에서 나온 오해이거나 의도적 곡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논리라면, 다른 종교계 학교에 지원한 것도 모두 ‘포교 목적에 사용했다’고 해야 되는데, 이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또 한 가지는 불교계에 지원된 문화재보수비가 100% 유지보수에 사용되었다고 강변하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종교 내부에서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는 국고보조금 횡령사건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금번 성명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측에서도 자신들의 종단을 향하여, ‘정부의 국고지원 예산에 대한 투명한 집행’과 ‘종교단체로서의 도덕성과 청렴성 지키기에 앞장서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는 불교계에 지원된 예산 사용에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 아닌가?
2010년 주요 종교의 문화재 보호 예산에 지원한 현황만 보더라도, 천주교는 10건의 사업에 12억 5천 여 만원, 기독교는 9건에 9억 3천 여 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에 비하여 불교 사찰의 화장실 개축·보수에 들어간 재정만도 12건에 25억 2천 여 만원이 지급되었다. 이는 다른 두 종교에 지원된 금액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문화재 보수와 사찰의 화장실 개축·보수와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 답을 해 줄 수 있는가? 또한 최근 수년 동안 여러 사찰들의 진입로의 확장과 포장·조경 사업·주차장 확장 등에 지원된 국고지원은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불교계는 MB 정부가 종교를 편향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불교에 대한 현 정부의 지원은 전 정권에 비하여 크게 증가되었다는 사실이다. 불교계에 문화재 보수비로 정부가 지원한 금액은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평균으로 보면, 연간 약 425억 원 정도가 된다. 그런데 MB 정권이 들어선 이후 2009년과 2010년에 지원된 금액의 연간 평균은 600억 원이 넘는다.
이는 과거 ‘국민의 정부’나 ‘참여 정부’때보다 오히려 40% 이상 증액된 셈이다. 그렇다면 앞에서는 MB 정권이 종교 편향을 한다고 시위를 하고 뒤에서는 더 많은 국고지원을 받아낸 셈이 되지 않는가?
이제 우리 사회는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가야 한다. 그렇다고 잘못된 관행이나 정책에 대하여 무조건 눈감아 주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더군다나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사업들이 분명한 기준으로 하지 않거나 투명하지 못하다면 이를 바로 잡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려면 ‘불편한 진실’도 인정해야 하며, 진실을 제시하는 이들을 비난하거나 모함하여, 그 진실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계는 기독교가 종교간 갈등으로 몰고가려한다는 오해 때문에, 바로잡아야 할 문제들을 덮으려 한다거나, 반면에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도 원치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사회는 다종교 국가이지만 종교간 평화를 유지하고, 사회와 국민들에게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일에 ‘평안’과 ‘위로’ 그리고 ‘삶을 긍정하는 희망’을 주기 원한다.
가끔씩 일어나는 극히 일부의 알 수 없는 인사들에 의해서 이웃 종교에 대하여 해를 끼치는 일은 모두가 책망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의 신념에 의해서 자행하는 일과 종단이 개입하는 것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종교 간에도 이기적인 욕심으로 인하여 이웃 종교를 흠집 내려는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