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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어나는 청소년 범죄사건에서는 청소년들이 단순한 재미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죄의식을 느끼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또래를 괴롭히는 건 당연한 일이고, 재미로 노숙자를 괴롭히는 장면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가 하면, 청소년이 아동을 성폭행하는 등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어린이ㆍ청소년들과 관련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는 명확한 해답을 갖고 있을까?
<공감의 뿌리>에서는 관련 전문가나 교사, 학부모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인성 교육 문제, 나아가 사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열쇠를 ‘아기’가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캐나다의 유치원 교사였던 저자 메리 고든은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가 가진 힘’을 발견하고 지역에 사는 갓난아기를 유치원ㆍ초ㆍ중등학교에 초대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그리고 “아기가 아이를 구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저자는 1년 동안 갓난아기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도록 하는 공감 능력을 높이는 심리 교육 프로그램인 ‘공감의 뿌리’를 시작한다.
공감의 뿌리 강사가 교실에 초록색 담요를 바닥에 깔면 아이들은 조용히 담요 가장자리에 둘러 앉는다. 교실에 들어온 엄마가 담요 위에 앉아 안고 있던 아기를 내려놓으면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아기가 하는 행동을 지켜본다. 아이들은 아기의 첫 이가 났는지, 만나지 못한 동안 얼마나 자랐는지 엄마에게 질문한다. 그리고 뒤집기나 장난감을 찾아내는 새로운 과제를 성취할 때마다 진심으로 기뻐해 준다. 이렇게 아이들은 아기의 감정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감정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감성 능력을 키우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프로그램을 통해 공감능력을 배운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을 왕따 시키거나 폭력을 행사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이의 사소한 놀림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됐다.
그리고 부모가 된다는 것과 아기가 받아야 할 보살핌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십대 미혼모 문제도 줄어들었다. 이 프로그램이 실시된 지 10년, 캐나다 전역에서 집단 괴롭힘이나 따돌림 현상이 90퍼센트나 줄어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으며, 공감 능력과 학습능력도 발달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책은 오늘날 과도한 경쟁 교육 속에서 다치고 소외된 아이들에게 수학 공식이나 영어 단어 외우기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과 사회를 변화시킬 가장 구체적이고 아름다운 희망의 씨앗인 ‘공감’을 심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감의 뿌리│메리 고든 지음·문희경 옮김 | 샨티 펴냄│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