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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
웰다잉 선구자 오진탁 교수의 ‘삶, 죽음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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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죽을 수도 있음을 명심하는 것이 내게 가장 중요했다. 죽음을 생각하면 무언가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열일곱 살 때 ‘하루하루가 인생의 마지막날인 것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 길에 서 있을 것’이라는 글을 읽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 죽음은 삶을 변화시킨다. 여러분의 삶에도 죽음이 찾아옵니다. 인생을 낭비하지 말기 바란다.”

애플 컴퓨터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몇 년 전 불치병 선고를 받았지만, 운 좋게 치료 가능한 췌장암으로 밝혀져 다시 회사로 돌아온 뒤 그가 얻은 교훈일테다.

이렇듯 생사를 넘나드는 병고를 치른 뒤에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들이 있는 반면, 개인ㆍ경제ㆍ사회적 이유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한류스타의 사연이 그러하다.

한국은 이미 2005년부터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자살 선진국’이라 불릴만한 우리 사회의 자살은 초등학생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나이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30여 년 전부터 ‘죽음준비교육’ 과목을 개설해 일반인들에게 죽음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997년 한 대학 내 최초로 과목이 개설됐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야 죽음준비교육이 종교단체, 복지시설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입관체험 등의 행사 위주로만 진행돼 죽음준비교육이 하나의 이벤트나 퍼포먼스로 전락한 실정이다.
죽음을 터부시하는 국내의 정서적 문제도 있겠지만, 이러한 상황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죽음을 금기시 하다 못해 하찮게 여기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림대 생사학연구소장인 저자 오진탁 교수는 <삶, 죽음에게 길을 묻다>에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생사학 전문가의 부재가 결국 웰다잉(well-dying)교육의 부실로 이어지고, 이는 자살문제와 웰다잉 교육을 못해서 일어난 결과”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책의 1부에서 우리 사회에 죽음이해가 크게 부족함을 지적하며 육체적ㆍ불교적ㆍ티베트ㆍ기독교의 죽음에 대한 정의를 설명한다.

2ㆍ3부에는 자살예방과 웰다잉 교육 성과들을 생생한 사례와 함께 실었다. 자살한다고 해서 당사자가 직면한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결코 도피할 수 없고, 자신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인해 죽음 이후에 끔찍한 고통만 가중되고, 그가 사랑했던 남은 사람들의 삶 역시 마찬가지임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예시해준다.

오진탁 교수는 “죽음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적 노력은 하지도 않은 채 미봉책에 불과한 위기개입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자살예방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며 “우리 사회의 자살률, 자살충동률, 불행한 임종모습 등을 감안했을 때, 이제 ‘웰다잉과 자살예방을 위한 사회운동’을 통해 바람직한 죽음이해와 성숙한 임종방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삶, 죽음에게 길을 묻다│오진탁 지음│종이거울 펴냄│1만2000원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10-07-29 오후 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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