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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기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 상황실장은 7월 22일 ‘왜 모두의 지도자이길 포기하려 하십니까?’ 제하의 공개편지를 통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결단을 촉구했다.
정 상황실장은 공개편지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처신과 총무부장 영담 스님의 경질 등을 미루는 바람에 불교 안팎의 총무원장스님에 대한 평가는 매우 박하다. 양식 있는 불자ㆍ시민조차 총무원장스님의 당당하지 못한 행보에 매우 강한 비판적 언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웅기 상황실장은 19일 자승 총무원장스님이 안상수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사과하는 안 대표에게 “‘안 대표의 말을 잘 받아들이겠다’, ‘물이 흐르면 바다로 가듯이…’라며 덕담까지 건넸다”면서 “안상수 대표에게 ‘좌파주지’ 운운하는 발언을 직접 들은 당사자로서 총무원장스님은 안상수 발언 문제와 관련해서 불교계 전체를 대표해 사과를 받을만한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5000여 스님의 생명평화 선언이 있는 날, 4대강 사업지지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총무부장 영담 스님의 문수스님추모위원회 위원장 직조차 못내려 놓게 한 총무원장스님의 조치를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정 상황실장은 “명분이 명백한 일에도 가까운 측근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누가 총무원장스님의 말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5000여 대중의 뜻을 거스른 ‘파승가죄’, 즉 오역죄로 단죄해도 지나침이 없는 행을 한 영담 스님에게 조직이 아무런 책임도 지울 수 없다면 총무원장스님이 세운 큰 뜻들도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영담 스님을 즉각 총무부장직에서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정웅기 상황실장의 공개편지 전문.
왜 모두의 지도자이길 포기하려 하십니까?
총무원장 자승스님께 드리는 공개편지
- 4대강 생명살림불교연대 상황실장 정웅기 -
원장 스님, 그간 청안하셨습니까?
4대강생명살림불교연대의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 정웅기입니다. 외람되게 일개 시민단체의 실무자가 원장스님께 쓴소리를 올리고 싶어서 편지 드렸습니다.
취임하신지 8개월 남짓 지났습니다만, 원장스님과 불교시민단체는 그동안 적지 않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저만 해도 봉은사 문제, 문수스님 소신공양 문제 등으로 원장스님을 예닐곱차례 이상 뵈었을 정도입니다. 만날 때마다 보여주신 관심과 배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역대 어느 총무원장보다 원장스님이 불교시민사회에 대해 보여주는 관심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시민단체라는 것이 종단 외곽에서 날선 비판을 하거나, 아니면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던 때에 비하면 천양지차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원장스님을 뵈면서 놀란 것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상대의 말을 끈기있게 경청하는 모습이 이채로왔습니다. 그동안 몇 분의 총무원장을 뵌 적이 있지만, 대개는 당신 하고 싶은 말씀을 주로 펼쳐놓는 편이었습니다만, 원장스님은 많이 다르시더군요. 심지어 언젠가 단체 대표자들을 만났을 적에는 내방자 모두의 말을 근 1시간 정도에 걸쳐 다 듣고, 맨 마지막에야 당신의 소회를 5분정도 피력하셨습니다. 그 가운데는 중언부언의 말도 많았지만 끈기 있게 들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도자가 대중을 섬기는 가장 기본은 경청이라고 하는데, 총무원장스님께서는 그 점에 있어서 불교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통틀어도 매우 좋은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이심에 틀림없습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거버넌스’ 즉 시민사회와의 협치(協治)에 대한 원장스님의 열린 태도였습니다. 봉은사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또한 문수스님 소신공양 추모사업 진행과정에서 원장스님은 줄곧 불교시민사회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의 하에 일을 진행하도록 배려하였습니다. 갈등이 있을 때마다 원장스님은 늘 시민단체들을 배제하기보다는 함께 협의토록 하였습니다. 직영사찰 지정 강행을 서두르는 집행부장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화쟁위원회로 그 처결 권한을 넘긴 것은 아마 거버넌스에 대한 원장스님의 확고한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일 것입니다. 아니 원장스님의 그러한 태도가 없었다면 봉은사 문제는 진즉 파국으로 치달었을겁니다.
문수스님 추모사업 역시 초반에 삐걱대기는 했지만, 원장스님의 의지 덕택에 그나마 협력하면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일 중간에 문수스님 추모사업을 잘 집행하지 않던 모 부장스님에 호통을 치셨다고 들었고, 그 뒤로 분향소에 있는 제 손을 잡고 “분명하게 지시했으니 총무원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아달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은 잊을 수 없을겁니다. 아침 저녁 출퇴근시마다 분향소를 찾아 참배하시는 모습, 근무 중에는 늘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달고 계시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종무원들이 매일 오전 분향소에서 불공을 올리고, 추모행사에 적극 결합한 것도 모두 원장스님의 강한 의지로 인해 가능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저녁에 진행하는 생명평화대화마당을 두어차례 먼발치서 지켜보며 재미있게 듣고 갔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편지를 통해서나마 문수스님 추모사업에 보여주신 후의와 열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원장스님,
제가 원장스님을 뵈며 느꼈던 경청, 거버넌스 존중, 탈권위적 리더십 덕목들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것들입니다. 시대 변화에도 잘 들어맞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훌륭한 지도자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덕목들이기도 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도 물론입니다.
그런데 원장스님,
제가 보고 느낀 이런 원장스님의 훌륭한 리더십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저에게 뚱딴지같은 이야기 말라며 타박하는 이도 부지기수요, 심지어 어떤 이는 제가 시민단체 활동가라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어용의 길을 걷고 있다고 나무라기도 합니다. 불교 안팎을 막론하고 원장스님에 대한 평가는 매우 박합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비난이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지만, 양식있는 불자들, 시민들조차 원장스님의 당당하지 못한 행보에 대해 매우 직접적으로 비판적 언사를 하곤 합니다.
이렇게 원장스님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균형적으로 보아주는 이가 적은 현실은 안타깝게도 원장스님이 자초하신 면이 많습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처신이 대표적입니다. 아시다시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좌파주지 척결” 운운하여 지난 수개월간 불교계를 들쑤셔 놓았던 장본인입니다. 거짓말과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는 최근 당대표 출마를 앞두고서야 “사실이라면... 유감이다”고 발언하여 불자들을 다시 한 번 우롱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불교단체들이 한나라당 전당대회장 앞까지 가서 시위를 벌인 것을 원장스님도 아마 들으셨을 겁니다. 물론 그는 당대표로 당선되었습니다.
그거야 한나라당의 수준이니 더 언급한들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마는, 그런 안상수 대표에게 원장스님은 너무도 쉽게 면죄부를 부여하셨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19일 원장스님을 방문한 안대표는 “부덕의 소치로 불교계에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발언하였고, 원장스님은 이에 대해 “안 대표의 말을 잘 받아들이겠다”고 말하였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물이 흐르면 바다로 가듯이...”라며 원장스님이 덕담까지 건넸다고 보도하였습니다. 형식적으로는 불교계의 수장을 만나 사과를 하고, 수용을 하였으니 문제는 덮어지기 쉬울 것입니다.
그런데 원장스님,
이 문제가 그렇게 덮어질 수 있는, 아니 덮어져야 할 문제입니까? 더 노골적으로 묻겠습니다. 원장스님이 최소한 안상수 발언 문제와 관련해서 불교계 전체를 대표해 사과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으십니까? 원장스님은 안상수 파동 당시 “좌파주지...”운운하는 발언을 직접 앞에서 들은 당사자이십니다.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진상을 규명하라는 종단 안팎의 요구에 대해서도 끝내 밝히지 않으셨지요. 이에 대해 언젠가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성직자 앞에서 누군가 뱉은 말을 타인에게 옮기는 것은 신뢰를 어기는 문제다. 안상수의 발언을 공개하는 문제는 진실의 문제와 신뢰의 문제가 있는데, 나는 종교인으로서 신뢰의 문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구요. 당시에 원장스님과의 면담결과를 듣기위해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제가 옮겼던 말이라 비교적 정확히 기억하는 표현이고, 저는 그 말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노라고 공사석에서 여러차례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원장스님은 안상수 발언 파문의 당사자입니다. 사람들은 당혹스러워 합니다. 대체 누가 누구에게 사과를 하고.. 누가 누구의 사과를 받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느 인터넷 언론에서는 이를 꼬집어 “''좌파 주지'' 발언 당사자끼리 사죄-면죄부 쇼? ”라고 하였더군요. 만나자는 청을 내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준엄하게 꾸짖던지, 그도 아니면 반대로 “당신의 망언에 대해 현장에서 꾸짖지 못한 내 허물을 참회한다”고 안상수에게 오히려 엎드려 절이라도 하셨어야 맞는 것입니다. 원장스님이 말한 신뢰라는 것은 그 때 비로소 안상수라는 일개 정치인과의 사적인 담합의 수준을 벗어나 불교도들에게 국민들에게 주는 믿음으로 확장되었을 것입니다.
안상수 문제를 처리하는 원장스님의 모습은 분명히 잘못되었습니다. 불교도들의 자존심을 저 나락에 떨어뜨린 것은 물론, 조계종 총무원장을 1천2백만 불교도들의 대표로 생각하는 다수의 시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원장스님은 누가 뭐래도 불교계를 대표하는 어른이십니다. 국가대표입니다. 더 이상 저희들이 참담함을 느끼지 않도록, 사과하십시오. 불자들과 불교에 기대하며 말없이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전하십시오. 안상수의 사과를 받아들인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같습니다만 여기서는 중언부언 않겠습니다.
원장스님,
문수스님 49재를 지내는 동안 저희 불교시민단체들은 모두 두 분의 총무원 집행부장의 경질을 요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분을 잘 알지 못하고, 인격적으로는 두 분 다 훌륭하신 분들일거라 생각합니다만, 조계종을 대표하는 또 다른 공인으로서 그 분들의 역할을 문제삼은 것이지요.
그런데, 원장스님께서는 저희들의 문제제기에 공감은 하면서도 정작 조치는 취하지 않으셨고, 그 뒤로도 이렇다 저렇다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특히 5천여 스님들이 선언을 발표한 그날 대중의 뜻을 정면으로 거슬러 관제 기자회견을 개최한 총무부장 영담스님에 대해서는 추모위원장 직조차 내려놓게 하지 못하셨습니다. 원장스님의 측근들은 그에 대해 “원장스님의 뜻은 있는데, 역학 관계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전하기라도 할라치면 사람들은 또 코웃음을 칩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합니다. 대체 이걸 누가 이해하겠습니까?
계파의 수장을 정리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돈과 권력을 가진 분이라 한들, 저 멀리 교구에서 뽑힌 본사 주지도 아니고, 원장스님이 직접 임명한 집행부입니다. 이토록 명분이 명백한 일에도 가까이에 있는 측근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대체 저 멀리 있는 장삼이사라한들 누가 원장스님의 말을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원장스님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수많은 사업들을 어떤 사람들이 진심으로 신뢰하고 받아들여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않아도 무권유죄 유권무죄가 만성화된 종단에서 말입니다.
5천여 대중의 뜻을 거스른 ‘파승가죄’, 즉 오역죄로 단죄해도 지나침이 없는 행을 하고도, 조직이 아무런 책임도 지울 수 없다면, 그저 뒷방의 수근거림과 이상한 침묵만이 횡행하는 조직 풍토하에서라면 그 공동체 안에서는 신뢰도, 멸사봉공도 생겨나길 기대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이런 최소한의 신뢰가 없는 조직에서 산적한 현안들이, 원장스님이 세우신 큰 뜻들이 이루어지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원장스님,
저 자신 제가 속한 조직에서도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부끄럽지만, 그래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영담스님을 총무부장직에서 해임하십시오. 그것이 영담스님 개인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고, 원장스님을 비롯한 우리 모두를 위해서 지금 결단하셔야 할 일입니다.
원장스님,
원장스님에게는, 아니 우리 모두에게는 어떤 사람을 단죄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누구이든 행위에 대해서는 잘못을 지적하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사람 자체를 규정하지 않되, 잘못된 행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하는 것이 어디 비단 자식을 키우는 일에만 해당하겠습니까? 침묵이나 무원칙한 중립이 중도가 될 수는 없습니다. 미움이나 증오에서가 아니라, 그에 대한 자비심에서 그의 행을 추상같이 지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더 큰 자비심이라 배웠습니다.
원장스님,
원장스님은 누가 뭐래도 불교를 대표하는 분이십니다. 많은 불자들이 총무원장의 언행 하나에 일희일비합니다. 시민들은 원장스님의 언행으로 불교계의 모습과 현실을 평가합니다. 그 자리가 고독한 자리인줄 압니다만, 그렇더라도 이 엄혹한 현실을 한시라도 잊으셔서는 안됩니다. 정치적 고려보다 더 앞서야 하는 것은 종도들, 불교도들, 그리고 시민들입니다. 그들의 눈과 귀를 무서워하고 그들을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제발 스스로 일부 계파의, 소수 이해집단의 지도자로 자신의 위상을 한정하지 마십시오. 떳떳하고 당당한 국민 모두의 지도자로 살아주십시오. 그랬을 때 원장스님이 가지고 있는 경청의 리더십, 거버넌스를 존중하는 열린 리더십은 비로소 많은 국민들에게 굴절 없이 다가가 신뢰로 꽃 필 것입니다.
베풀어주신 호의를 고맙게 생각하였기에, 솔직한 심경으로 편지 드렸습니다. 표현에 무례가 있었다면 혜량하여 주십시오. 다시는 이렇게 무례한 공개편지 쓰는 일이 없기를 바래봅니다. 청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