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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속의 문화읽기-14. 통영 용화사(龍華寺)-작곡가 윤이상의 향수
고향의 소리 그리며 이국땅에 잠든 영혼
1972년 8월 1일, 독일의 뮌헨 국립오페라극장에서는 뮌헨올림픽을 축하하는 오페라 한 편이 무대에 올려졌다. 제목은 ‘심청’이었고, 작곡가는 윤이상(1917~1995)이었다. 올림픽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에게 독일이 준비한 오페라는 바그너도, 베르디도, 푸치니도 아닌 한국인 윤이상이었다.

윤이상은 경남 통영에서 나고 자랐다. 늘 푸른 바다가 눈앞에 있었고, 도솔암, 용화사 등 천년고찰을 품은 미륵산이 또한 곁에 있었다. 바다에서는 파도소리와 어부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고, 미륵산에서는 북소리, 예불소리, 범패소리가 들려왔다. 삶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좋아했던 꿈 많은 소년 윤이상은 마흔이 되어 유럽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는 독일에서 세계적인 작곡가가 된다. 고국에 돌아와 자신의 음악을 가르치고 싶었지만 그는 그 꿈을 영영 이루지 못한다.

“고향 바다요? 가고 싶죠. 가고 싶어요. 고향 바다는 어릴 적 내 꿈을 키워준 곳이에요. 지금 나는 세계적인 작곡가로 그 꿈을 이루었지만 이 머나먼 땅에서 이렇게 늙어가도록 고향에 갈 수 없다니……. 내 마지막 남은 꿈은 고향 바닷가에서 파도소리 들으며 잠드는 거예요.”[인용문ㆍ작곡가 윤이상이야기 나비의 꿈]

2007년 9월 29일, 미륵산 용화사에 특별한 손님이 왔다. 윤이상씨의 부인 이수자 여사와 그의 가족들이었다. 40 여년 만에 밟아 보는 고국 땅, 남편의 고향이었다. 통영이 낳은, 아니 한국이 낳은 현대음악의 거장 윤이상은 고국에서 잠들지 못했다. 그의 무덤은 독일 베를린에 있다. 1967년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그는 독일정부의 협조로 풀려났지만 죽는 날까지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던 것이다. 용화사는 통영에서 유년기를 보냈던 그가 자주 찾았던 절이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도량을 둘러싼 소나무 숲은 안개에 반쯤 지워졌고, 보광전 지붕 위엔 산새가 날아와 앉아 있었다. 용화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은점 스님이 미륵산 중턱에 절을 짓고 정수사(淨水寺)라 했고, 고려 원종 3년(1263)에 자윤, 성화 두 화상이 미륵산 제3봉 아래로 자리를 옮겨 천택사(天澤寺)라 했다. 인조 6년(1628)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영조 28년(1752)에 벽담 스님이 다시 짓고 용화사라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하지만 그의 음악은 한국에서 쉽게 들을 수 없다. 모차르트, 베토벤처럼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니다. ‘심청’, ‘연꽃속의 진주’, ‘바라’, ‘나모(南無)’ 등 그의 작품들을 쉽게 구할 수도 들을 수도 없다. 올 봄 개관한 통영의 그의 기념관에서 처음 ‘바라’를 들었고 ‘나모’를 들을 수 있었다. 98년도 한국뮤지컬대상 음악상을 받은 오페레타 ‘심청’을 작곡한 최귀섭(원광보건대 실용음악과 학과장) 교수도 ‘윤이상의 심청’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의 고향 통영에 들어서면 그의 얼굴 사진이 붙은 현수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곳곳에서 그의 이름과 얼굴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쉽게 들을 수 없다. 범어 대장경을 바탕으로 한 합창곡 ‘옴마니 반메훔(연꽃 속의 진주)’이나 서양에 전한 우리의 이야기 ‘심청’ 등 그의 많은 음악들을 끝내 듣지 못했다. 그의 고향인 한국에는 그의 무덤만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영혼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음악이 우리 곁에 많이 없었다.

불어온 바람에 숲이 웅성거렸다. 지붕 위에선 산새가 지저귀고 추녀 끝에선 풍경이 울었다. 숲에 고인 안개는 음계와 음계 사이의 침묵처럼 나무와 나무 사이를 채웠고, 악보에 그려 넣을 수 없는 산새소리와 풍경소리는 어제 처음 들은 ‘바라’를 떠오르게 했다. 늘 듣는 풍경소리와 산새소리가 용화사 도량에서는 윤이상의 현대음악처럼 들려왔다. 용화사에 간다면 윤이상의 음악을 듣고 갈 일이다. 모든 소리가 음악으로 들려오기 때문이다.
글ㆍ사진=박재완 기자 | wanihollo@hanmail.net
2010-07-21 오전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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