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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종교인 대북 교류 또 차단
종교인모임, ‘종교인 대북인도적 교류와 협력의 문을 열어달라’ 성명
정부가 당초 약속과 달리 종교인들의 대북 지원 교류를 차단해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 정토회 지도법사) 등 5대 종단 대표들의 모임인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하 종교인 모임)은 7월 19일 “통일부가 당초 약속과 달리 30여 종교인 방문을 불허하고, 3~4명 또는 5~6명의 실무자들이 밀가루를 싣고 판문점을 건너가서 내려놓고 오라고 했다”고 밝혔다.

종교인 30여 명은 7월 15일 밀가루 300톤을 개성 주변 취약지역 6곳의 주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남북 해당기관과 협의 추진해 왔다.

종교인 모임에서 추진한 식량지원은 6월 17일 5개 종단 종교인 538명이 서명한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며” 성명 발표에 따른 움직임이었다.

성명서 발표후 정부도 대북 식량지원 검토를 진행해 왔다. 5ㆍ24 대북조치 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물자가 육로로 북송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종교인들은 인도적 지원사업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부 부처의 반대에 그 뜻이 좌절됐다.

통일부는 9일 종교인 모임에게 개성 방문일정을 내부조율을 위해 26일로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책임지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6일 돌연 통일부는 “3~4여 실무자들만 방북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종교인 모임은 19일 ‘종교인의 대북인도적 교류와 협력의 문을 열어달라’는 제하의 성명서에서 “종교인들의 방북이 바람직하지 않고 위험스럽게 보였던 것 같다”며 “독일 통일에 있어서 종교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었던 지를 모르고, 남북 교류와 협의를 정부 당국자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교인들은 “식량 지원을 통해 북한 동포들과 나누는 일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지름길”이라며 “정부안에 인도적인 나눔과 사랑의 바람이 속히 불어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북인권단체 좋은벗들(이사장 법륜)은 353호 소식지를 통해 “함경남도 흥남시는 2월부터 6월 15일까지 동사무소 등 파악된 사망자 수가 230여 명에 이른다”며 아사자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렸다. 반면 농림수산식품부는 현 정부 들어서 대북식량지원이 중단, 식습관의 변화에 따라 쌀 재고량이 늘어나면서 7월 6일 쌀 재고과잉 해소를 위해 2005년산 묵은쌀에 대해 년 36만톤을 사료용으로 특별 공급할 계획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인 모임은 6월 17일 프레스센터에서 5개 종단 종교인 538명이 서명한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현대불교 자료사진)


아래는 성명서 전문


“종교인의 인도적 교류와 협력의 문을 열라”

남북관계가 경색되어가고 적대와 대결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우리 종교인들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만들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는 작은 거름의 역할을 감당하기를 바라면서 마음과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모임의 시작은 1997년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 송월주 스님을 공동 대표로 모시고 시작한 "민족화해를 위한 북한동포 돕기 100만인 서명운동"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2009년 3월 1일 경동교회에서 5개 종단의 지도자들 300여명이 “3.1 정신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함께 모여 발표하고 기도하고 노래하면서 마음과 뜻을 함께 모은 일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북한 종교인협의회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는 하나의 일로 2009년 12월경에 남북의 종교인들 각각 100여명이 평양에서 만나자고 제의를 했습니다. 북으로부터 뜻밖에 긍정적인 답이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남북 종교인 상봉을 청원하며” 라는 글을 정중하게 전달했으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다만 통일부에서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 2, 30여명의 방북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우리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 관계가 더욱 더 경색되어가고 적대와 분노와 대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6월 17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에서 5개 종단의 종교인들 528명이 서명한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며”라는 성명을 발표한 일이 있었습니다. 종교계와 언론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정부도 신중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후 하나의 상징적인 이벤트로 7월 15일 5개 종단의 대표 25명 등 30여명이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를 거쳐 밀가루 300톤을 트럭 12대에 싣고 개성 주변의 취약한 6곳에 가서 그곳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돌아올 계획을 세우고 남북 해당기관과 협의하며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종교인 30여명은 이미 방북 신청을 통일부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던 중 통일부 장관이 우리 준비위원 한 사람과의 면담을 요청해서 7월 9일 오전 10시 면담을 했는데 통일부 장관이 개성 방문 일정을 7월 26일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해서 그렇게 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30여명의 종교인들이 개성을 방문해서 취약주민들에게 전달하고 돌아올 예정인데 적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고 통일부 장관은 정부의 다른 부처들과 조율해서 일이 잘 되도록 책임지고 협력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지난 7월 16일 통일부의 실무 관계자가 우리 사무처에 찾아와서 뜻 밖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갔습니다. 30여명의 종교인 방문은 어렵고 서 너 명 또는 대 여섯 명의 실무자들이 밀가루를 싣고 판문점을 건너가서 내려 놓고 오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정부의 다른 부처들과의 조율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 어떤 부처의 반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종교인들의 방북이 바람직하지 않고 위험스럽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독일 통일에 있어서 종교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었던 지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과거 군사 정부 때도 그랬지만 남북 교류와 협의는 정부 당국자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는 정부의 불허 방침에 따라서 종교인 대표들은 어쩔 수 없이 개성에 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인도적 지원과 함께 종교인 및 민간인의 교류와 만남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운전 기사와 실무자 몇 명이 판문점을 건너가서 밀가루 300여 톤을 내려 놓고 그대로 오게 하려고 합니다. 모니터링과 투명성을 그렇게도 강조하는 정부가 모니터링을 불허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 종교인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는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식량난으로 곤경에 처한 우리의 동족에게 사랑의 식량을 보내는 일도 계속할 것입니다. 우리 남한에 하늘이 내려주신 풍성한 양식을 기아선상에 있는 북한 동포들과 함께 나누는 일이야말로 하늘의 뜻에 따르는 일이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안에 인도주의적인 나눔과 사랑의 바람이 속히 불어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염원합니다.

2010년 7월 19일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김대선 (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장)
김홍진 (천주교 문정동 성당 주임신부)
김명혁 (강변교회 목사,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법 륜 (평화재단 이사장, 정토회 지도법사)
박경조 (전 대한성공회 서울대교구 교구장)
박남수 (동학통일운동협의회 상임대표)
박종화 (경동교회 당회장,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인명진 (갈릴리교회 담임목사)

개성 방문 예정 각 종단 대표
김성영, 오정호, 이정익, 이종복, 최이우 (개신교)
지 관, 법 타, 법 안, 법 현, 진 오 (불교)
김정덕, 김경일, 김덕수, 조경철 (원불교)
고윤지, 임형진, 양윤석, 정정숙, 송범두 (천도교)
김홍진, 김훈일, 최민석, (천주교)
이상언 기자 | un82@buddhapia.com
2010-07-21 오전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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