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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의 아버지 유당 김노경(1766~1849)이 4년 동안의 유배에서 풀려나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아들 추사와 친숙하게 지낸다는 초의(草衣ㆍ1786~1866) 스님을 한 번 보고 싶어 일지암을 찾는다. 유당은 초의 스님의 인격에 반한다. 하룻밤을 일지암에서 묵은 유당은 초당 뒤에 있는 유천(乳泉)의 물맛에 또 한 번 반한다.
유당이 하룻밤을 묵었던 것처럼 스님의 흔적에 반해 일지암에 하루 묵었던 적이 있다. 세상에 남은 것은 차밭을 거니는 달빛과 달빛에 젖은 초옥(草屋)이 전부였던 밤. 주지 스님이 빈 찻잔에 차를 채울 때마다 문 밖에선 밤이 깊어갔고, 찻물소리 끊어진 객방엔 밤새 유천의 물소리가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