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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 스님이 소신공양한지 49일이 지난 7월 19일 오랜 장맛비가 잠시 멈췄다. 49재가 봉행된 서울 조계사에는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듯, 대웅전 앞마당 모래바닥도 채 마르지 않아 촉촉해 있었다. 1000여 사부대중이 참석해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 종단 스님들과 불교단체, 불자를 비롯해 수녀님들도 함께했다. 엄숙하고 숙연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49재는 문수 스님의 뜻을 재삼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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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명종 5타가 시작을 알렸다. 행사는 삼귀의, 행장소계, 법계추서, 종사영반 헌다 헌향, 법어, 추모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자승 스님은 법어에서 “문수 스님은 소신을 통해 관세음보살님의 자비와 지장보살님의 원력을 함께 지니고 실천에 옮긴 대보살로 거듭났다”며 스님의 뜻을 기렸다.
이어 자승 스님은 “스님은 우리들에게 ‘생명살림’과 ‘더불어 사는 조화로운 세상’이라는 큰 화두를 전했다” 며 “스님께서 떠나신 뒤에도 스님이 보여준 대자비시 만큼은 우리 가슴에 길이길이 간직하는 관음행자가 돼 뭇 생명의 아픔을 우리의 아픔으로 삼고, 세상을 구하는 일에 앞장서는 보현행자가 돼 우리 종단 사부대중은 함께 정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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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승가대 총장 태원 스님은 추모사에서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하나의 생명도 귀하게 여기는 대자대비의 귀감이며, 유정무정 모두가 공존해야 한다는 큰 가르침”이라며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정책자, 개발자들은 국민과 함께 모든 존재가 평화공존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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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 스님의 도반 대표로 추모사를 한 각운 스님은 “스님의 입적을 아직까지 믿을 수 없다. 영단의 스님 사진을 보고 있지만 선방에서 여전히 화두 참선을 하고 있을 것 같다. 하안거 해제가 되면 ‘이봐 각운 스님, 그동안 잘 지냈습니까?’라고 말할 것 같다”며 슬퍼했다. 이어 스님은 선방에서 함께 정진하던 시절 방선(放禪)시간에 뒷산으로 포행하던 때를 떠올리며 “풀 한포기, 꽃 한 송이에도 반갑게 미소 짓던 스님의 미소가 기억난다”고 말해 평소 뭇 생명을 소중히 여겼던 문수 스님에 대한 마음을 가늠하게 했다. 각운 스님은 “자연이 곧 진리라는 것을 소신공양으로 보여준 스님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손안식 상임부회장도 재가자를 대표해 “문수 스님의 가르침과 유지를 관철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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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합창단의 추모가가 사부대중의 가슴을 울렸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중앙승가대 총장 태원 스님,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 은해사 주지 돈관 스님, 종단협 사무총장 홍파 스님,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 스님,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 참여불교재가연대 김동건 상임대표, 청와대 청불회 회장 박재완 수석 등의 헌화가 이어졌다.
49재를 끝으로 스님의 공식 추모일정은 대부분 마무리됐다. 앞으로 남은이들은 스님이 주신 숙제를 해야할 때다. 사홍서원을 마치고 돌아서는 참가자들은 스님이 쓰신 유서전문을 다시 한번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