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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길에 들어서자 개울물 소리가 발끝을 적셔왔다. 숲엔 나이를 물을 수 없는 소나무들이 법을 이은 부도처럼 의젓한 간격으로 서 있고, 그 숲길 끝에 풀 먹인 장삼처럼 운문사가 서 있었다.
7월의 태양은 뜨거웠다. 그늘 하나 없는 텃밭에서 대중이 울력을 시작했다. 강원에서 경전을 넘기던 손끝엔 뜨거운 밭고랑이 지나가고, 먼 산에 대고 소곤대는 도반의 이야기는 한 점 바람처럼 지나간다.
밭고랑엔 경전으로 읽을 수 없는 문자들이 있었다. 운문사의 텃밭은 또 다른 강원이었고, 뜨거운 밭고랑은 또 다른 경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