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6월 19일로 절반을 지났다.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불교계에 7대 공약을 내걸었다. 임기 절반을 남긴 이명박 대통령의 불교계 대선 공약은 얼마나 이행되고 있을까?
불교계 대선 공약을 체계적으로 관리ㆍ점검 중인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은 “대통령의 불교정책 공약은 성실히 이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조계종 총무원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2007년 11월 13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지관,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가 서울 하림각에서 개최한 ‘제17대 대통령 선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불교정책 공약을 전달했다.
이 대통령이 불교계에 공약한 사항은 △불교문화재 유지ㆍ보수를 위한 정부예산 증대 △연등축제의 국가 전통문화축제 지정 △국제불교문화교류센터 건립 지원 △10ㆍ27 법난 특별법 제정 통한 명예회복 및 피해보상 추진 △대통령비서실에 불교인 임명 △남북 불교 교류와 북한불교 문화재 복원사업 지원 △(가칭)‘불교전통문화연구소’ 설립 등이다.
#불교관련 규제 일원화…요원
불교계, 특히 조계종은 종단 소유 부동산 대부분이 국립공원에 강제 편입되면서 40여 년간 이중 삼중의 법적 규제와 재산권 침해에 숱한 불편부당함을 감수해 왔다.
불교관련 규제법을 일원화 시켜주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법 개정이 뒤따르지 않자 한바탕 난리까지 겪은 불교계 반응은 싸늘할 수 밖에 없다.
조계종은 2009년 7월 사찰경내지의 자연공원 해제 등을 촉구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전국 사찰에는 사찰경내지의 자연공원해제 등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불교 단체마다 성명서 발표가 줄이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시민사회비서관실 구기복 과장은 “전통사찰보존법 등 관련 법규가 조계종과 협의 하에 국회에서 개정이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불교문화 예산 증액 지원…‘허수’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에 폭넓게 기여하고 있는 불교문화와 유적을 계승ㆍ발전시키겠다”며 불교문화 활동 및 문화재 유지 보수예산의 증액을 약속했다.
정부 측 설명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들어 문화유산 보전 등에 지원한 예산은 587억원으로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490억원, 2008년 501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이에 대해 조계종 문화부 심주완 팀장은 “사업내용 변동 등 자연증가분을 제외하면 특별하게 예산이 올라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권역별 불교문화권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마찬가지이다. 불교문화권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삼국유사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경북 군위군은 <삼국유사> 집필처인 군위 인각사를 배제한 채 사업을 진행해 불교계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불교전통문화예술 계승발전을 지원하겠다”며 “불교 전통문화예술인의 무형문화재 지정에 한국불교종단협의회를 통한 추천제를 시행하겠다”는 공약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종단협 권재한 간사는 “그런 공약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불교문화행사 지원…그나마 만족
문광부 조창희 종무실장은 공약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에서 최초로 연등축제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봉축위원회 박상희 팀장은 “연등축제에 정부에서 나름대로 성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맞다”며 “연등축제의 국가 전통문화축제 지정에도 불교계와 문화재청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불교문화교류센터…어디?
국제불교문화교류센터는 세계화 시대 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세워주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정부는 조계종 소유의 목동 국제선센터가 국제불교문화교류센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광부 종무실 정시화 사무관은 “목동 국제선센터에 2007~2009년 19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과 종단협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종단협 권재한 간사는 “최근 이사회에서 국제불교문화교류센터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종단협서 부지선정 등이 늦어져 정부에 지원요청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해외반출 문화유산 반환추진 사업과 세계불교도우회 개최 지원, 폐사지 관리 및 복원시스템 구축 등도 정부는 “문화재청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중”이라고 밝히는 부분이지만, 불교계는 “미흡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85명 청불회원으로 겨우 체면치레
청와대에 불교를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불자 공무원을 임명하겠다는 공약에 대해 정부는 “성실히 이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구기복 과장은 “청와대에 불교를 담당하는 부서는 정무수석실 산하 시민사회비서관실과 교육과학문화수석실 산하 문화체육관광비서실 두 곳이 있다. 이들 2개 부서에 불자행정관 3명이 근무하며 청와대 전체로는 85명의 불자가 근무 중이다”라고 말했다.
#문화재위원 불교계 인사…변동 없어
이명박 대통령은 “문화재위원회에 불교문화재 관리 전문성을 갖춘 불교계 인사의 비중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이와 관련해 2009년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으로 수경ㆍ미산 스님을 위촉한 바 있다.
청와대 구기복 과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8년 문화재위원 120명 중 불교계 인사는 5명(4.2%)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문화재위원수는 120명에서 80명으로 줄었으나 불교계 인사는 스님 두 분을 포함한 7명(8.7%)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 심주완 팀장은 “얼마나 많은 스님이 문화재위원에 임명됐는가가 중요하다”면서 “스님 위원이 2명인 것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심 팀장은 “문화재위원회 9개 분과 중 불교와 관계가 적은 2개 분과를 제외한 7개 분과마다 스님 위원이 한 분씩은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색된 남북관계, 중단된 남북 불교교류
이명박 대통령이 “민족의 화합과 동질성 회복을 위해 활성화시키겠다”던 남북 불교교류 관련 사업 지원 약속은 현재 모두 중단된 상태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불교계와 정부 모두 “남북교류 자체가 중단돼 거론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10ㆍ27피해보상…불교계가 소극적
반면에 10ㆍ27 피해보상건의 경우 불교계의 소극적인 태도가 문제가 되는 경우이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인성호 행정관은 “10ㆍ27법란 피해자 스님 중 다수가 피해보상 신청을 명예스럽지 못하다며 꺼려해 피해보상 진행이 미진하다”고 말했다.
10ㆍ27법난위원회가 파악한 수는 200여 명이나 정작 피해보상을 신청한 스님은 60여 명에 지나지 않고 있다.
파라미타청소년협회의 정부육성 청소년단체 지정 공약은 불교계와 정부가 협상과정에서 사안의 경중을 따지다 미뤄진 경우이다.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조한곤 사무국장은 “2008년 조계종 기획실과 문광부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파라미타건을 쉬운 문제이니 미루자고 해 지금에 이르렀다”면서 “청소년 포교 활성화를 위해서 파라미타를 조속히 정부육성 청소년 단체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가칭)불교전통문화연구소 설립 공약은 정부에서 관련법령을 만들었지만 정부와 조계종의 의견이 달라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이다.
문광부 관계자는 “정부가 불교전통문화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려 했으나 조계종이 종단 자주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말했다.
#불교계서 상시 공약 점검해야
불교계와 정부의 시각 차이에는 불교계의 공약 이행 관리가 부실한 것이 원인이라 지적도 있다. 불교계에서 공약별 체크가 안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 없이 감정적으로만 “됐다” “안됐다”를 따진다는 것.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불교계 공약 중 완료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없다. 나서서 해준 것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안도 있고 상당부분 진척된 것도 있다. 무조건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해 감정적인 평가에 치우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조계종은 인수위원회에 불교 공약 실천을 위한 제안서를 전달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문광부 종무실을 중심으로 불교계 대선 공약 이행 점검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었다.
조창희 종무실장은 “문광부 종무실에서 불교 공약 이행 정도를 살펴 주기적으로 청와대에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2년 반이 지난 지금 조계종 총무원에는 이명박 후보가 건넨 한나라당 불교정책 공약만 있을 뿐 공약 이행 상황에 대한 점검은 되지 않고 있었다. 뒤늦게 기획실과 사회부ㆍ문화부 등 각 부서가 공약 이행 사항을 점검해 이르면 7월 중 현황 파악을 마칠 예정이다.
조계종 기획실 김영일 차장은 “특별히 대선 공약을 관리해오지는 않았지만 국립공원 등 현안 별로 대응해왔다”고 해명했다.
공약은 후보자가 유권자인 국민에게 제시하는 공적인 약속으로, 불교계 공약은 불교계와의 한 약속이다. 약속이 지켜지려면 줄 듯 말 듯 미지근한 정부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불교계가 꼼꼼하고 면밀하게 공약 이행 과정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