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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아, 너 어디있니?
아름다운동행 구직자 행복 템플스테이 ‘내 안의 행복찾기’


뜨거운 태양이 눈부셨다. 녹음이 우거진 산 속 계곡에서는 풍성한 물소리가 기분 좋게 흐르고 있었다.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에는 7월 더위의 무거움도 가볍게 털고 일어날 수 있을 듯 평온함이 가득했다.

7월 5일 월요일 오전. 50여 손님이 행복을 찾아 이곳에 왔다. 남녀노소 두루두루 섞여 있다. 휴가철을 앞두고 있지만 본격적인 휴가철도 아니고, 도시에서 월요일 오전이면 어디건 분주하게 뛰어다닐 시간이다. 이곳을 찾은 연유부터 묻고 싶었다.

“재충전을 하러 왔다” “복잡한 서울을 떠나고 싶었다” “머리를 식히러 왔다” “마음을 비우러 왔다” “행복이라는 것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있다면 만나고 싶었다” “진로를 알고 싶다”
요즘 사람 중에 이런 생각 안 갖는 사람 몇이나 될까? 차일피일 미루기 쉬운 희망사항일 뿐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은 간절함과 용기를 가지고 온 구직자들이었다. 재취업을 하거나, 진로를 변경하는 사람, 정년퇴직을 이후 새 길을 찾는 사람, 막 대학을 졸업하고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이들이었다.


재단법인 아름다운동행(이사장 자승), 사회복지공동 모금회는 7월 5~7일 구직자를 대상으로 전액 무료로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행사는 얼굴 익히기부터 시작됐다.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활기찼다. 의욕도 넘쳤다. 통성명을 하고 자신의 처지도 솔직하고 당당하게 밝혔다. 공통된 고민이 있어서 인지 말도 잘 통했다.

‘내 안의 행복 찾기’라는 주제로 진행된 행사는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 스님 등의 강의 및 대화의 시간, 화두참선, 발우공양, 관선무(觀禪武), 108배하며 염주꿰기 등 불교문화 체험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스님들의 강의는 단연 인기였다. 불교를 오래 접해왔던 참가자나 막연한 동경과 호감만으로 알아왔던 참가자 모두 스님들의 쉽고 정감있는 법문에 흠뻑 매료됐다.

“나만 고민이 있고,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 괴롭게 살다 죽습니다. 부처님도 운이 좋아 왕자로 태어났을 뿐이지 내면은 똑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우 스님은 불교 기본 교리를 통해 ‘행복의 조건, 행복해지는 방법’ 등을 설명했다.


고우 스님은 “좋은 일 나쁜 일이라며 이익과 손해를 계산해서 얻는 행복이 아닌 내 안의 행복을 찾으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물창고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 보라. 마음의 변화는 삶에 즐거움을 준다. 긍정적인 생각이 곧 내 생활이고 내 운명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다른 사람이 힘들고 더럽다고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남을 돕는 것”이라며 “직업적인 삶이 아닌, 삶에 목표를 가지고 일하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자기 절제를 통한 몸과 정신의 관리를 마지막으로 간절히 당부했다.

승가에서 영육일체(靈肉一體)를 이루는 고도의 수행법인 관선무 실습은 특별했다. 아주 간단한 동작처럼 보이는데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자신이 봐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하하”하며 웃음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약간의 스트레칭에도 “아이구~ 땡겨라” “허리 아파서...”라며 동작을 따라 하다 보니 콩죽 같은 땀이 이마를 타고 흘렀다. 법찬 스님은 “마음대로 몸이 안 되지요? 내 몸도 내 마음도 뜻대로 못하는데 내 일은 어떻게 뜻대로 하겠습니까? 몸을 먼저 단련해야 마음도 바르게 되고, 일도 잘 하게 되는 겁니다. 몸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 합니다. 내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밖에 없습니다”라며 심신의 건강과 긍정적 사고를 강조했다.


불교문화체험은 깨달음의 장이었다. 절 1배에 염주알 한 알 끼우기를 108번, 나 혼자 다했다고 다음 알을 끼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다 할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발우공양 시간에는 먼저 왔다고 먼저 먹는 것도 아니고, 먼저 먹었다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대중이 모든 것을 함께 해야 했다. 항상 경쟁하며 살아왔고, 스스로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빨라야 하고, 나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나는 많이 먹어야 하고, 나는 너보다 좋은 직장에 가야만 했던 삶과는 너무나 대조됐다. 조금 손해보고, 조금 늦고, 조금 적게 먹는 체험이 갑갑하기도 하지만, 삶의 참 가치를 일깨우는 순간이었다.


필리핀에서 20여 년을 살다 온 공순호(37. 남)씨는 대학졸업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취업난을 겪고 있었다. 공 씨는 “모든 것이 욕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욕심과 실망, 좌절, 배신감 등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고 말했다.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 등의 일을 하고 있는 김서정(45. 남)씨는 비정규직으로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왔다. 김 씨는 “재취업과 창업을 생각했지만 현실의 벽에서 숱하게 좌절했었다. 스님들의 말씀과 명상 강의가 생각을 변화시켰다”며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방지희(29. 여) 씨는 서비스업계에서 4년간 일하다 직장을 관두고 원하는 일을 하고자 새로운 길을 택했지만 여전히 힘들었다. 방 씨는 “직업이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 생각하던 방식이 문제였다는 것을 알았다. 일상생활로 돌아가서의 내 삶이 기대 된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글=이상언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un82@buddhapia.com
2010-07-12 오후 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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