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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성 박사, 국내 최초 티베트어-한글 사전 발간
3만 7천여 단어 수록… 한문어로 번역된 경전 중ㆍ오역 피할 수 있어
티베트어-한글사전(한국빠알리성전협회刊 7만 원).


<법구경-담마파다><앙굿따라니까야>등 빨리어 초기경전 번역활동을 통해 부처님 원음 재현에 일생을 바쳐온 전재성 박사(57ㆍ한국빠알리성전협회 회장)가 국내 최초로 <티베트어-한글사전>을 출간했다.

이번 사전 출간을 계기로 인도-티베트-중국을 거치면서 한국으로 건너온 초기 및 대승불교 경전의 오역(誤譯)및 중역(重譯)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전재성 박사는 “8세기 무렵 인도 불교의 몰락이 시작됐고 13세기에 이르러 이슬람이 침입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의 많은 스님이 초기 경전을 들고 티베트로 건너갔다”며 “인도에서 소실된 경전들이 티베트에는 남아있고 중국의 대승경전들도 티베트어로 번역돼 있어 <티베트어-한글사전>은 불교 언어의 원형적 의미를 밝히는데 필수”라고 설명했다.

<티베트어-한글사전>에는 총 3만 7천여개의 단어들을 수록하고 있다. 티베트 여행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간단한 티베트 회화를 수록했고 티베트 역사와 달라이 라마의 계보도 부록으로 추가했다.

사전은 현대 라싸어를 표준으로 채택해 어휘와 발음을 통일시켰다. 현재 티베트본토가 중국의 자치주로 편입된 만큼, 새롭게 티베트어에 녹아 들어간 중국어를 포함해 많은 현대적 어휘와 방언들을 실었다.

전 박사는 “이 사전은 현대어를 위주로 했으나, 방대한 대장경을 통해 오랜 역사가 지났음에도 문어적으로 고정돼 크게 변화를 겪지 않는 티베트어의 특성상, 고전 티베트어의 해석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꾸몄다”고 밝혔다.

또한 전 박사는 우리에게 맞지 않는 티베트어의 중국식 발음체계를 과감하게 폐기하고, 티베트어의 함부르크식 알파벳옮김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성조체계를 도입하는 퇴현(전재성 박사의 ‘호’)식 발음 체계로 사전을 완전히 바꾸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 전재성 박사.

서울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을 간 전재성 박사는 1983년에 만난 ‘거지성자’ 페터 노이야르(Peter Neujahr)에게서 티베트의 대성자인 밀라래빠와 그의 <십만송>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티베트어를 부전공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대승불교의 주요한 불교경전을 현대적으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한문이나 빨리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전 박사는 간간히 국내외 학인들이 티베트어 사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티베트어 음성체계나 사성체계가 워낙 복잡해 아무도 마무리를 하지 못했고 이를 기다리다 못해 전 박사가 직접 티베트어 사전 편찬 작업에 뛰어 들었다.

전재성 박사는 2006년부터 빨리 대장경 번역을 하면서 틈틈이 사전 편찬 작업을 진행했다. 전 박사는 1956년 중국이 티베트를 합병한 이 후, 중국의 유따오추앤(于道泉)이 라싸 시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중심으로 편찬한 사전 <장한대조라싸구어사전>과 독일의 미카엘 한(Michael Hahn)이 고전티베트어연구를 정리한 <고전티베트문어교본(Lehrbuch der Klassischen Tibetischen Schriftprache: 1981)>의 부록 사전에 나오는 2천 여 어휘, 그리고 멜빈 골드스테인(Melvyn C. Goldstein)의 <현대 티베트어-영어사전>을 대조해 5000여 단 어휘를 취합한 3만 7천여 어휘의 사전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전 박사는 중국의 티베트 자료를 많이 활용했다. 이를 위해 중국어를 새로 공부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한글프로그램에 티베트어 폰트가 호환되지 않아 번번히 실패하며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제작비용이 부족해 사전을 구입할 사람들에게 미리 돈을 받아 책을 내기도 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최근 인간의 영성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에 다양한 티베트 관련 서적들이 번역되기 시작했다.

전 박사는 “티베트 철자법에 대한 음성학적인 발음체계가 알려지지 않아 티베트 관련 서적들을 한글로 옮겨 적을 때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라싸(拉薩)의 ‘포탈라궁’의 경우 ‘뽀딸라’라고 표기하는 게 티베트 원음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재성 박사는 현재 <디가니까야>경전의 완역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문은 표음문자, 티베트어는 소리문자다. 소리문자는 번역하기가 더 쉽다. 한문으로 된 불경번역을 탈피하지 않으면 부처님의 가르침에서는 더욱 멀어지기 쉽다”며 티베트어 사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10-07-08 오후 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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