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역경원장 무비 스님이 취임 2개월 여 만에 돌연 역경원장직을 사퇴했다. 운허ㆍ월운 스님의 원력을 이어 제2의 도약을 준비했던 동국역경원은 무비 스님의 퇴임으로 또 다시 표류하게 됐다.
동국역경원 관계자는 “무비 스님이 6월 8일 역경원장직을 사퇴했다. 갑작스런 스님의 사퇴에 학교 측은 사직 처리를 미룬 채 쉬쉬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무비 스님은 동국대가 前 동국역경원장 월운 스님을 일방적으로 해임한 지 1년 6개월 여 만인 지난 4월, 월운 스님의 추천으로 동국역경원장에 취임했다.
동국역경원 관계자는 “취임 후 동국역경원의 편제, 인력, 예산 등을 살펴 본 무비 스님의 고민이 컸다. 동국역경원의 낮은 위상 등 산적한 문제를 감당할 수 없어 사퇴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무비 스님은 주변인들에게 “취임 전 동국역경원이 이정도일 줄 몰랐다. 역경원장이라는 자리가 무의미하다.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역경불사를 수행하는 동국역경원장 자리가 명예직인줄 알았던 것 아니냐. 인력 예산 등을 총체적으로 재정비하는 것들이 거친 일이라 못하겠다는 무비 스님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무비 스님의 사퇴는 관심과 지원 없이 원력과 신심만으로 역경불사가 이뤄질 줄 아는 풍토에서는 당연한 귀결로 역경불사에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편, 동국대는 무비 스님의 사퇴에 대한 행정적 처리를 미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