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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모든 것,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는 것이거나, 길고 커다란 것이거나 중간이거나 또는 짧고 작은 것이거나, 마치 어머니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목숨 걸고 구하듯이 모든 존재들에 한량없는 마음을 내야 한다.”<자비경>
부처님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했다. 피부색이나 계급 등에 따른 차별적 관행을 깨고 평등 실현을 실천했다. 하지만 2000만 불자가 있는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에 대한 불교적 접근과 활동은 미비하기만 하다. 한국에서 활동한 이주 노동자들이 모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인은 싫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왜 이주민들은 한국에서 자비심을 느끼지 못하고 떠나는 것일까?
이주민 120만 사회를 맞아 다문화 사회에 대한 불교계의 역할을 고민하는 토론회가 6월 3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행사는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부장 혜경) 주최,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회장 지관) 주관으로 진행됐다.
혜경 스님은 개회사에서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는 추세에 국가정책 외에 구성원들이 자기 성찰을 통해서 이들과 함께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지관 스님은 대회사에서 “현장 활동가는 물론 많은 이들이 이주민의 인권 등에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공통된 인식의 기반이 필요하다. 불교의 역할을 찾아 이주민 정책을 개발, 제안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이번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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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의 인권과 불교 사상 ‘자비희사(慈悲喜捨) 사무량심’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
이창수 대표는 이주민의 인권과 헌법으로 보장된 기본권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이 대표는 “다문화 가정에 속하는 이주민도 기본권에 의한 보장뿐만 아니라 인권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다문화 이주자는 법적으로 국민의 지위를 누리는 과정에서 겪는 장애를 개선해야 하며, 인권적인 면에서는 사회적인 차별의식과 관행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민족 국가를 형성하고 살아 온 우리 사회에는 다른 문화 집단과의 문화, 사고방식, 습성, 풍속 차이에서 대한 차별 의식이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다문화 이주민을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과 돌봄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제한적이거나 배제적 정책의 대상으로 인식해 왔다. 이 대표는 “이주민들은 문화적인 타자,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중적인 취약성을 갖고 있다. 우리 모두가 그들을 인권 향유의 주체로 인정하기 위한 총체적이고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창수 대표는 우리 사회의 인권이 서구에서 정의한 인권이라는 것에 한계를 지적하고 불교적 대안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서구의 인권관이 인권 피해자에 대한 구제방법으로 국가의 법적ㆍ제도적 실현이지만 연기에 의한 합법칙적이라는 불교적 인권으로 재구성 가능하다”며 “사무량심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무주상보시의 힘은 사회적인 안전망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교적 실천은 중생(인권피해자 또는 사회적 소수자)이든, 보살(사회적 의무자)든 모두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에 있다”며 “인권실현을 실천하는 과정 자체가 자신의 불완전한 처지를 극복하기 위한 수행이자 다른 사람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보살행이다. 사회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이뤄진 인권실천 공동체가 사회적 차별 관행을 극복한다면 이주민도 동반자가 된다”고 말했다.
조준호 고려대 연구교수는 토론에서 “자비희사의 사무량심은 구체적으로 육바라밀의 실현이 곧 인권 실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스스로 통하는 바를 남에게도 행하라’ ‘내가 원하는 바를 남에게도 행하라’ ‘내가 못하는 것을 남에게 요구하거나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자통지법(自通之法)’의 가르침이 쌍방의 권리와 의무를 포괄하는 개념이 된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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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 시대의 불교계의 역할
이혜숙 불교아카데미 학술이사
이혜숙 학술 이사는 결혼이주민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이혜숙 이사는 “2008년 기준 200여 개국의 이주민이 한국에 살고 있다. 다문화 가정은 30여 년 이후 보면 그 수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며 “국제결혼의 급증에 따른 다문화사회를 우리사회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혜숙 이사는 “국제결혼에 대해 불교계의 입장을 먼저 파악하고, 입장 정립을 통한 불자 대중의 이해를 도모, 다문화 가족 지원사업 동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중심주의 문화 등을 보편적 가치로 두는 단일중심주의의 다문화주의가 아닌, “보편적인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다중심성에 입각한 다문화주의 모색”을 제안했다.
이혜숙 이사는“이주민(외국인)이 주류사회에 동화ㆍ적응ㆍ통합되는 것에 대한 연구와 노력을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거주민(한국인)이 이주민들에게 적응하는 것에 대한 연구와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불교계는 △사찰, 불자들을 중심으로 조달할 수 있는 ‘내부자원’과 정부의 정책과 제도 등에 비롯된 ‘공적 자원’을 파악하고 배치할 것, △사찰은 지역사회 욕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문화 정책 홍보와 서비스 알선의 공공의 장이 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이혜숙 학술이사는 “사찰과 종단차원에서는 포교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실무자 전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주장했다.
실무자들을 위한 사업 아이템도 소개했다. 그는 결혼이주민을 위한 가장 좋은 사업 아이템은 통역, 언어교육, 양육 등을 도와주는 멘토, 이주민 간의 결연사업, 불교계 단체와 외부 단체와의 교섭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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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이주민 현황
100명 중 8명이 외국인과 국제결혼을 하고 있다. 농촌지역은 전체 결혼의 40%이상이 국제 결혼을 하고 있다. 이주민 단체 등 현장에서는 “다문화에 대한 대책은 막연한 당위가 아니라 당면한 현실”이라고 말한다. 불교계가 주목해야할 점은 여성결혼이주자 중 중국, 베트남, 태국, 몽골, 스리랑카, 네팔, 미얀마, 캄보디아 등 불교 국가나 불교 정서가 강한 국가 출신의 이주민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이주민들에게 불교를 통한 사회적 안정감이나 정착의 기회는 적었다. 불교계의 관심이 미약한 만큼 사업 전개 시점도 10여 년이나 늦게 출발한 이유도 있지만 관심부족의 원인이 크다. 그만큼 외형적으로도 들어난다.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16개소 중 불교계는 1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100개 소중 불교계 4개, 400여 민간단체 중 불교계는 40~50여 개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불교계의 역할이 주목된다. 이주민 지원사업이 교회 중심의 시민단체나 관 주도 지원으로 일방적인 교육이나 베풀어주기 사업으로 진행돼 왔다. 이주민 시원사업에서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거부감 없는 환경 제공에는 불교를 통한 정서적 안정감이 커다란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찰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이 가장 관심이 몰리고 있다. 재한 외국인 스님을 중심으로 열린 공간 제공 자국법회 개최는 자연스러운 만남과 교류의 창을 제공은 정신적 의지처 이상의 역할이 기대된다.
#불교계 이주민 지원활동의 사례
이날 토론에는 불교계에서 이주민 사업을 비교적 활발히 펼치고 있는 마하이주민지원단체 협의회, 전등사, 화계사에서 펼치는 이주민 사업, 캄보디아ㆍ네팔ㆍ몽골 법당의 현재 모습 소개, 구미 꿈을이루는사람들, 오산 행복한이주민센터, 광주 아시아밝음공동체, 반갑다연우야, 부천 외국인노동자의집 등에서의 활동을 소개했다.
사찰에서 진행하는 이주민 사업은 단기성 행사, 한국불교 문화 소개 및 체험, 문화 축제 등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밖에 한국어 교육, 의료지원서비스, 컴퓨터교육, 일자리 제공, 한국 음식 수업 등 다양한 사업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곳도 있다. 캄보디아ㆍ네팔ㆍ몽골 법당에는 조계종단, 사찰 등에서 일부분의 재정을 지원하는 형식이나, 문화행사에 참여하는 프로그램 정도로 이주민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이금현 자비의집 사무국장은 “이주민들은 건강, 임금 문제 등 모든 문제를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려고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무조건 주려고 하기 때문에 어려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라며 “실제 몇 개의 사찰에서는 성과성 사업으로만 풀어나가고 있다. 불교계의 연대를 통한 사업을 빨리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몽골 간단사원 한국지부 서울포교당 대표 바트보양 스님은 “화계사의 지원금 이외의 후원 구조가 필요하다. 이주민이나 노동자들을 도와줄 수 있는 몽골 공동단체를 만드는 데 한국 불교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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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계가 이룬 혜화동 필리핀 거리
공동체 형성과 종교
김선임(동국대 박사과정 수료)씨는 주제발표 ‘혜화동 공동체’에서 가톨릭계가 필리핀 이주 노동자 공동체인 ‘혜화동 공동체’에서 보여준 이주민 돕기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계의 방향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씨는 “혜화동 공동체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활동을 이끌고 있는 것은 그들의 종교인 가톨릭이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당을 중심으로 문화ㆍ경제ㆍ정치ㆍ생활 공동체가 만들어 졌다”고 설명했다.
‘혜화동 공동체’는 1992년 자양동 성당 미사에 참석한 필리핀인을 중심으로 조직됐다. 재한 필리핀인들은 가톨릭 서울대교구와 세계적 네트워크(과달루페 외방선교회, 메리놀 외방선교회, 필리핀 외방선교회)를 갖춘 가톨릭계의 체계적 지원으로 자신들의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 ‘혜화동 공동체’를 통해 가탈록계는 성당의 예배 공간은 물론, 사무실 및 쉼터 공간까지 확보해줬다.
‘혜화동 공동체’가 활성화되면서 혜화동 로터리 일대에는 혜화동 성당을 중심으로 매주 일요일 3000여 필리핀인들이 모여든다. 이곳은 성당을 중심으로 장터가 들어서 필리핀 상품이 판매되고 즉석 필리핀 음식마당이 펼쳐지는 등 필리핀인들만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필리핀이주노동자들의 전담병원인 ‘라파엘 클리닉’은 서울대병원 가톨릭의사회 소속 의사들을 중심으로 조직됐다. 노동자가 대부분인 필리핀인들을 위해 이곳에서는 일요일에도 송금서비스를 해주는 은행, 지역조직, 등의 공간까지 마련됐다. 가톨릭계의 관심과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김선임씨는 “자양동, 혜화동 성당에서의 미사는 필리핀인들의 단순한 종교활동을 넘어 한국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민족적 집합체 결성을 이끌어 냈다”며 “불교권 동남아 이주민이 많은 한국에서 종교를 통한 이주민 정착을 위한 안전망 구축에 불교계의 연대를 통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