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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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않다면 누구든 수감자
수감자 캘빈 말로네의 감옥에서 만난 부처 이야기
내 안의 부처│캘빈 말로네 지음│소울메이트 펴냄│1만2000원

바깥세상에서는 불쾌한 상황을 만났을 때 우리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도피처들이 많다. 그 상황에 정면으로 대응할 수도 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할 수도 있다. 잊기 위해 술을 마실 수도 있고, 숲을 거닐 수도 있다. 아니면 먹고 싶은 것을 먹거나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옥에서는 피할 길이 없다. 감옥은 타인의 기분 따위는 아랑곳 않는다. 폭력배들과 사기꾼, 다혈질에 포식자 같은 사람들, 무식하고 교육을 못 받은 사람들, 성실하고 게으른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가중 폭행죄로 20년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있던 캘빈 말로네는 가장 자유롭지 못한 곳에서 가장 큰 자유를 얻어냈다. 그가 고결한 삶을 살아서가 아니라, 진리의 길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을 얻는 것임을 터득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부정성의 극한을 보여주는 표본 같은 감옥에서, 이 감옥을 벗어날 수 있는 고귀한 가르침을 만났다. 바로 부처님이 가르친 진리의 말씀들이었다.

캘빈 말로네는 수감 생활을 하면서 불교 수행을 시작했고 변화된 자신의 모습과 깨달은 점들을 <내 안의 부처>에 담았다.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시각에 심오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실제로 경험했다. 나는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아니 어쩌면 환경 때문에 더 따스하고 이해심 많은 사람이 돼 갔다. 그리고 내가 부처의 근본적인 가르침들을 상당히 잘 파악하고 있다며 자만하는 순간, 수감자나 교도관들이 마치 스승처럼 내게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어디나 그렇듯 감옥에도 수많은 스승들이 있다. 수행의 기회도 수없이 많다.”
이렇듯 감옥이라는 공간에서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은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엄청난 가르침과 위안을 준다.

캘빈은 강철 감옥이든 자신이 만들어낸 마음의 감옥이든, 이 감옥에서 자유로워지기를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한 수감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감옥생활을 시작한 지 3개월 후, 캘빈은 교도소 내 예배당에서 도서관 업무도 함께 보는 일자리를 얻게 되고 그 곳에서 불교서적을 찾던 노만이라는 젊은 청년을 만난다. 캘빈은 노만으로부터 받은 <쉬운 영어로 된 주의집중>을 읽고 푹 빠져버리고 만다. 그 뒤 노만과 감옥에서 ‘부디스트 타임’이라는 수행모임을 만들어 수행을 하기 시작한다. 캘빈은 여기서 배우고 느낀 것들과 부처님의 가르침들을 온전하게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한다.

가끔 감옥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캘빈에게도 분노와 다툼 같은 역경이 다가오지만 그는 실천의 힘에 의지해 수행을 지속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느낀 기쁨과 평온을 자비의 형태로 다른 수감자들에게 되돌려 준다. 그야말로 캘빈은 가장 척박하고 가장 불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고귀한 진리의 꽃을 피워낸 것이다. 바로 ‘진흙 속의 연꽃’을 말이다.

2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책에서는 캘빈이 동성애자, 스킨헤드, 아리안인, 인종차별 주의자 등 다양한 종류의 인간군상을 만나며 그들로부터 배우기도하고, 그들에게 불교를 전해주기도 한다. 캘빈의 눈을 통해 봤을 때 어떠한 것으로도 구제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수감자들에게도 불성(佛性)은 있었다.
저자 캘빈이 선(禪)스승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책에서 부처가 가르친 진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 진리를 그의 행동 속에 통합시키기 위해 온 마음으로 정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 안의 부처>의 저자인 캘빈 말로네는 1951년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시골출신으로 노예의 손자였던 아버지와 독일 뮌헨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수감 전 왈라왈라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며 유럽 역사를 공부하고 유럽 전역을 폭넓게 여행한 캘빈은 감옥에 들어간 후부터 불교 수행에 들어갔으며, 이후 자신이 감옥 생활에서 경험한 것들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또 불교잡지나 소식지에 많은 글을 싣고, 출옥 후의 적응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데도 일조했으며, 전국 감옥에 있는 불교신자들을 위해 염주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2009년 10월 조기 석방돼 현재 불교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내 안의 부처│캘빈 말로네 지음│소울메이트 펴냄│1만2000원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10-07-02 오후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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