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자로 신심이 깊던 유명한 코미디언 故 이주일씨는 임종 시 개종을 했다. 일부 스님들조차 타종교 병원에서 임종을 맞을 때 주위로부터 개종을 종용받기도 한다.
이같이 우리나라에서는 평소 번뇌 없던 불자도 임종을 맞이할 때는 불교식으로 할지, 기독교식으로 할지 한참 갈등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개종을 결심하는 이도 많다고 한다.
대부분의 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절에서는 아무도 와주는 이가 없는데 비해, 환자를 자기 부모처럼 여기며 돌봐주는 사람들이 대부분 기독교이기 때문이란다.
불교도였던 사람들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순간에 열렬히 부처님을 찾는 것이 아닌, 타종교로 개종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데에는 불교계 임종간호 교육 양성 및 시설이 이웃종교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큰 이유였을 것이다. 그리고 스님을 찾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은 많은데, 임종법문을 하기보다는 임종 후의 49재나 장례의식에 참여하는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을 갖는 일부 스님들의 문제도 있었을 테다.
거기에 임종을 맞이하는 이와 그들을 보살피는 이를 위한 불교 임종 준비의 체계적인 안내서가 부족했던 탓도 한몫했을 것이다.
조계종출판사와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연구실장 정호)은 그동안 정리되지 않았던 불교식 병상의례와 임종의례를 정리한 <낡은 옷을 갈아입고>를 펴냈다.
안내서에는 강동구·구미래ㆍ김일명ㆍ이재우 등 불교상제례문화 연구위원이 집필위원으로 참가했으며 ‘불자로 임종을 맞이할 때 어떻게 병상ㆍ임종의례를 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충실하게 답하고 있다.
책은 1~5장으로 △불교의 생사관 △임종 준비 △병상의례 △임종의례 △임종 이후 등으로 구성됐다.
기존의 불교의례서가 한문으로 구성돼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반면 <낡은 옷을 갈아입고>는 의례를 한글화해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방법을 소개해 조건과 시간에 따라 신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책은 크게 병상의례와 임종의례로 구분했다. 특히 죽음이 선고 됐지만 확정되지 않은 단계인 병상의례에서 불자가 따라야할 방법도 상세히 설명됐다.
책에는 임종을 맞이한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지침과 함께 병상의례와 임종의례의 식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으며, 환자와 가족들의 심경변화에 대한 조언까지 다뤘다.
또한 의례를 하는 동안 독송할 수 있도록 <관세음보살보문품><보왕삼매론><법성게><무상계>등의 경전들을 실었으며, 부록에는 관련 불교ㆍ봉사 단체의 연락처까지 함께 실었다.
정호 스님은 “병상에 누워 죽음의 길목에서 어찌할 줄 몰라 방황하거나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 책을 통해 건강한 생사관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아름다운 이별을 통해 또 다른 뜻깊은 만남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낡은 옷을 갈아입고│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 편찬│조계종출판사 펴냄│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