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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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하나로 만든 접착제 불교
석길암 교수 ‘불교, 동아시아를 만나다’
석길암 교수.


아주 간단하게 동아시아인을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사람들에게 ‘人’이라는 글자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때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베트남, 몽고 사람들은 ‘人’을 다르게 읽지만 뜻은 한 가지로 인식한다. 또 다른 구별방법이 있다. 동아시아 지역은 대승불교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경우 지리적으로는 동남아시아에 속하지만 문화적으로는 동아시아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한다. 베트남은 한자문화권에 속하기도 하지만, 임제종 계열의 대승불교권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국 당나라 시대에 번창한 국력을 바탕으로 해 그 문화를 주변 지역에 전파하면서 동아시아 문화권이 형성됐고, 그때 전파된 문화가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동아시아 전체에 통용됐고 동시에 강렬한 영향을 미친 요소는 ‘한자’와 ‘불교문화’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아시아 문화권 지역에 불교가 전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반대다. 이미 존재했던 동아시아 사회에 불교가 전해진 것이 아니라, 불교가 전해지면서 그 불교에 의해 동아시아라는 문화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HK교수인 석길암 박사는 최근 펴낸 <불교, 동아시아를 만나다>에서 “중국에서 시작된 한자와 중국에 새롭게 전해진 불교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동아시아 사회 전역으로 전파되기 시작했을 때 ‘동아시아’라는 사회ㆍ문화ㆍ사상이 형성되면서 하나로 묶여지기 시작했다”며 “따라서 한자와 불교는 동아시아를 하나로 묶어내는 접착제 같은 것이었다”고 말한다.

불교를 축으로 한 동아시아 문화 네트워크 건설에 참여 한 것은 중국인들만이 아니었다. 인도인, 이란인, 실크로드 도상의 유목민, 중국인, 몽골인, 티베트인 그리고 한국인들이 이 동아시아 불교문화 네트워크 건설의 주역으로 참여했다.

저자는 “동아시아 불교문화 네트워크는 당시의 ‘세계인들’이 만나서 아시아 대륙의 동쪽에서 만들어 냈던 것이고 지금도 진행 중인 문화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불교

저자의 말에 의하면, 대부분의 불경 번역자가 인도 혹은 서역출신이었다는 것, 또 중국인들이 받아들인 불교사상과 문화를 새롭게 재창조하는 데는 중국인들만이 아니라 인도 및 서역과 중국 주변의 이민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그렇다. 일례로 중국불교의 4대 보살신앙의 성지 중에서 관음보살 성지인 보타도와 지장보살 성지인 구화산은 신라인들의 주도적인 역할에 말미암은 것이었고, 전형적인 중국불교로 일컬어지는 선종의 흐름에서 사천성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티베트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검남종은 신라출신 김무상 선사에 의한 것이었다.

석길암 박사는 한국불교연구원에서 진행했던 ‘한국 구법승들의 중국 내 활동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의 HK사업에 참여하면서 불교사상의 동아시아적 변용이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강의한 자료를 축적했고 이를 이야기로 풀어썼다.

책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원을 전후해 전래된 불교경전이 중국어로 번역되는 과정, 즉 역경이 중국의 정치 및 사회 문화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역경승과 구법승들은 단순한 종교적 구도자가 아니라 인도와 중국 두 문화를 통합하는 문화사절이었으며, 최신 정보의 전달자인 동시에 생산자였고, 정보판단의 주체였음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사용한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서 금속활자를 발명해 <직지심체요절>을 인쇄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서양과 같은 인쇄혁명이 동아시아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아미타부처님에 대한 믿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돼서 동아시아에 널리 전파될 수 있었는지, 출가수행자가 탁발해서 얻은 음식만으로 생활하도록 되어 있는 구족계를 포기하고 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이었는지, 그 결정적 계기가 된 삼계교와 신행 선사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도 읽을 수 있다.

또한 성리학이 성행하기 이전 동아시아에서 이상적인 군주는 유교적 이상군주인 요순(堯舜)이나 주 문왕이 아니라 불교적 이상군주인 아쇼카 왕이었으며, 여러 황제와 왕들이 아쇼카 왕의 전범(典範)을 따랐던 사실을 살펴볼 수 있다.

불교, 동아시아를 만나다│석길암 지음│불광출판사 펴냄│1만5000원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10-07-02 오후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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