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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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에서 비구니로 인생 역정 담아
일아 스님 ‘우리 모두는 인연입니다’서 삶과 구도 여정 오롯이 기록
우리 모두는 인연입니다│일아 지음│민족사 펴냄│1만2000원


여교사에서 수녀로, 다시 비구니스님이 된 특이한 이력을 지닌 일아 스님이 <한 권으로 읽는 빠알리 경전> 이후 2년 만에 첫 산문집을 냈다.

최근 펴낸 일아 스님의 <우리 모두는 인연입니다>에는 스님의 삶과 구도 여정 그리고 미국에 살면서 보고 느낀 이야기, 수행, 학문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대학 시절 일아 스님은 영화와 음악, 문학과 여행에 누구보다 심취해 있었다. 그러나 스님은 이런 일들을 통해서는 ‘완전한 인간’에 대한 갈망을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학교 교사생활을 하다가 결혼과 수도자의 길을 놓고 고민하다, 결국 수도 생활을 하기로 결심한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 샬트르성바오로 수녀원에 입회한 스님은 가톨릭 신학원을 졸업하고 수녀가 됐다.

6~7년을 수녀로 살던 어느 날, 스님은 “가톨릭이 매력적인 종교이긴 하지만 수행을 계속하기에는 자신의 적성에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수녀복을 벗었다.

딱히 갈 데도 없었던 일아 스님은 <무소유>등의 책으로 당시 수녀원에서 인기 ‘짱’이었던 법정 스님을 떠올리고 스님을 찾아 무작정 송광사 불일암으로 향했다.

법정 스님을 만난 스님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법정 스님의 소개로 조계종 비구니 특별선원인 석남사에서 법희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다.

행자 생활을 마치고 운문사 승가대학에서 공부한 일아 스님은 ‘부처님’에 대해 더 깊이 알고자 미얀마와 태국의 명상센터에서 치열한 수행을 한다.

그 뒤 스님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스토니브룩 주립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하고, 이어 웨스트대학교 비교종교학과 대학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는다. 이후 LA 로메리카 불교대학의 교수, LA 갈릴리 신학대학원 강사를 지냈다.

그리고 2008년, 일아 스님은 석가모니의 가르침과 삶이 생생히 담겨있는 초기 경전에서 가르침과 계율, 자비의 실천, 수행 등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간추려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한 권으로 읽는 빠알리 경전>을 펴냈다.

일아 스님은 <우리 모두는 인연입니다>에서 이 세상 모든 것들 중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수많은 인연을 통해 진솔하게 들려준다.

책은 1~4장으로 구성돼 초기경전을 통한 부처님의 가르침, 17년간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이야기들, 스님의 출가 수도 생활을 기점으로 한 삶과 수행, 학문 이야기들이 담겼다.

홀로 남겨진 아기 코끼리를 돌보는 코끼리 고아원 원장의 이야기, 거리를 청소하는 80이 넘은 백인 할머니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느낀 이야기, 그랜드 캐니언을 관리하는 인디언과의 이야기 등 소소한 일상의 일들을 읽어 볼 수 있다.

스님은 책을 통해 “종교적 성향을 심어준 성자 예수님과 부처님, 수도 생활의 깊은 의미를 일깨워 준 수녀원과 수련장님, 불교와의 만남을 이어준 법정 스님, 큰 스승 인홍 스님, 은사인 법희 스님 그리고 스님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부모님 등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맺은 인연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인연입니다│일아 지음│민족사 펴냄│1만2000원


일아 스님.


“순수하고 번뇌 없는 삶에 대한 동경서 출가”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는 스님과 6월 8일 e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수녀에서 스님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이야기를 하려면 처음 출가한 동기를 말해야 할 것 같다. 출가한 동기는 그 어떤 것도 아닌 고아하고 숭고하고 드높은 이상세계에 대한 열망이었다. 그런데 내가 수녀원으로 먼저 간 것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설립된 대학에서 기독교와 만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종교든 어떤 사상이든 어느 하나에 푹 빠지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바라보는 타입이었던 나는 쉽게 말하면 이것만이 최고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수녀가 돼 계성여중으로 소임을 나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담임을 맡고부터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직장인과 같은 생활, 담임이 해야 할 가르치는 것보다 더 많은 잡무와, 반끼리 무엇이든지 경쟁을 해야 하는 정신적인 압박감 등, 고뇌가 시작됐다. 나는 좀 더 내 자신을 관조하고 내 안에 침잠하고 좀 더 단순하고 순수한 삶을 동경했고 번뇌스러운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법정 스님이 어떤 말을 해 주었는가? 법정 스님이 써 주신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있었는가?
법정 스님을 뵙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나는 수녀원에서 나왔는데 나를 잘 지도해 주실 훌륭한 스님이 계시는 절로 보내 달라고” 말이다. 그때 법정 스님은 “석남사 인홍 스님은 비구니계의 아주 훌륭한 스님이시고 더구나 석남사는 가장 엄격하게 수행자를 길러내는 훌륭한 곳”이라며 “석남사 인홍 스님을 찾아가면 틀림없이 수행자로서의 모든 것을 잘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스님께 이렇게 다시 여쭈었다. “스님들이 절을 천배, 만배 이렇게 많이 한다고 전에 들은 기억이 나는데요. 절에 가면 이렇게 절을 많이 해야 되나요? 절은 무슨 이유로 하나요?”
그런데 법정 스님은 불교의 교리를 말씀하지도 않았고, 절하는 공덕을 거창하게 말씀하시지도 않았다. 그때 생각에 참 싱거운 대답을 했다. “아, 그것은 운동도 되고 건강에 좋아요.” 이렇게 말씀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거창하게 설명하는 것 보다, 내가 직접 살아가면서 절을 해 보면 차차 알아질 것이라는 지혜의 대답을 하신 것 같다.
그리고 편지는 법정 스님께서 봉해 주셨다. 스님이 편지를 쓰시기 전에 내가 수녀원에서 나왔다고 쓰지 말라고 당부도 드렸다. 나는 스님들에게 선입견을 주기 싫었고 남과 똑 같이 행자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작정했었다. 그래서 석남사 인홍 스님을 뵙고 편지를 드렸다. 인홍 스님과 옆에 있던 스님들도 편지를 읽고 아주 기뻐하셨다. 그리고 다과를 차려 주시면서 출가를 허락하셨다.

-수녀원 생활과 비구니 생활의 공통점과 차이점
공통점은 근본적인 수도생활의 지향점이 같다. 가톨릭에서는 세 가지 서원을 한다. 정결(淨潔)ㆍ청빈(淸貧)ㆍ순명(順命) 중에서 독신생활인 정결은 똑같다. 그래서 신부님이나 수녀님 스님들이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 부분에서는 두 종교는 서로 크게 공감한다. 청빈도 마찬가지다. 청빈에 대해서는 가톨릭이나 불교나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청빈을 철저한 수행의 철학으로 삼고 있다. 이런 큰 공통점 외에도 수도 생활 자체의 공동생활에도 공통적인 점이 많다. 그래서 처음 행자나 비구니 생활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순명은 다르다. 가톨릭은 장상(어른)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자신의 마음대로 가서 소임을 살거나 마음대로 옮겨 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불교는 정해진 계율의 질서를 지키면서, 한국이나 외국이나 어디에서든 수행도 할 수 있고 공부도 할 수 있다. 자신의 수행에 대한 책임과 자유의 삶이다.
또 큰 다른 점은 가톨릭은 하느님이나 예수님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불교는 자기 개인의 깨달음이나 수행에 큰 비중을 둔다. 그러니 삶의 중심은 바로 ‘나’다.

-불교 경전인 빠알리 경전의 중요성
불교의 근본 뿌리인 초기 경전인 빠알리 경전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빠알리 경전은 직제자들의 구전을 집대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어느 경전에서도 볼 수 없는 중요한 교리를 비롯해 마음을 흔드는 감명 깊은 수많은 가르침들, 상상을 초월하는 위대한 영적인 힘을 지닌 부처님의 삶과 수행을 직접 만날 수 있다. 또한 빠알리 경전은 제자들의 다툼으로 고뇌하는 부처님의 진솔한 모습, 중생에 대한 한없는 자비와 연민 등 부처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경전이다.
빠알리 경전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간단하고, 순수하고, 소박하고, 들어서 즉시 이해가 되는 그러면서도 감동을 주는 내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부처님의 인간적인 면모, 인격, 성품, 수행, 인간관계, 사유방향, 바른 견해 등 만나기 어려운 빼어난 성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나 포부
지금 <이상세계는 어디에> 라는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겨울 즈음에 나올 예정이다. 이 책에는 내가 공부를 다 마치고 나서의 생각들을 담았다. 내가 빠알리 경전을 수 없이 읽고 낸 결론은 공부든 수행이든 자기에서 끝나서는 바른 공부나 수행이 아니란 것이었다. 공부나 수행의 결실을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해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들과 사진을 많이 실었다. 특이한 책이 될 것이다. 그 다음 책은 내가 기독교 대학원에서 강의하면서 절실히 느꼈던 바를 다루게 될 것 같다. 기독교에서 불교를 폄하하는 말인 ‘우상’에 대한 연구를 한 것인데, 현재 한국의 사전들에 나온 우상에 대한 설명이 모두 잘못돼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정리해 사전들을 시정하고 불자들 뿐 아니라 모든 이의 인식을 바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재가 불자들을 위한 한마디
내가 부처님 경전을 공부하고 불교를 수행한 결과 부처님 경전과 불교 수행이 나의 인격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고, 나의 사고방식과, 생활에 말할 수 없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에 훌륭한 성인은 많다. 그 중에서도 여러분이 선택한 불교와 부처님의 가르침이 불자 여러분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을 평화와 행복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10-07-02 오후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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