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일수록 한국적 고유정서가 배어있는 불교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한국불교와 선(禪)사상으로 건강한 정신문화를 주도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한국교수불자연합회(회장 최용춘)는 6월 28~30일 강원도 영월군 법흥사에서 ‘조화로운 국토이용과 한국불교 명상의 세계화 전략’의 주제로 한국교수불자대회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여한 불교계 학승ㆍ학자들은 국토이용과 한국불교 명상을 교육ㆍ문화ㆍ관광적 측면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해 불국정토를 건설하고 전략적으로 한국불교 명상을 세계화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일치했다.
행사에는 김규칠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가 ‘자연과 사회의 변화가 가져올 현대 불교문화의 발전전망’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홍광표 동국대 조경학과 교수가 ‘한국사찰의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위한 가치적 전략’을, 이재수 동국대 전자불전문화콘텐츠 연구소 전임연구원이 ‘불교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문화관광 할성화 방안’을 문화관광학적 측면에서 발표했다. 이지중 한국재활복지대 교수가 ‘선문답의 교육적 생명력’을, 김용환 충북대 교수가 ‘명상의 세계 윤리적 가치’를 교육학적 측면에서 고찰했다. 이 밖에 김선근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가 ‘중기 우빠니샤드에 나타난 명상의 의미’를, 명법 스님(서울대 외래교수)이 ‘한국 불교의 세계화 담론에 대한 반성과 제언’을 원혜영 연세대 인문학 연구원이 ‘유식과 선불교의 꿈 해석’을 불교학적 측면에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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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ㆍ명상ㆍ관광의 융합은 최고의 유망산업분야
김규칠 교수는 급변하는 지구환경과 기후, 정신적 사유의 변화를 겪는 인간사회 내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불교문화를 발전시켜야 할지를 고찰했다.
김 교수는 “불교의 미학ㆍ심리학적 요소를 최대한 살려 사찰환경과 문화의 변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불국사와 석굴암은 불교적 사상과 철학, 윤리도 담겨 있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미학적 요소도 가득 담겼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가 그 당시로서 가장 현대적인 ‘미학적인 원리로서의 불교’를 제대로 가장 잘 파악하고 실현했던 시대였듯이, 현재에는 가장 현대적인 의미에서 미학적 요소를 살려 불교를 세우고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마음통찰, 명상 등 불교심리상담분야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정신적문제를 해결 하는데 가장 적합하다”며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연구와 학습 및 교육시설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재가불자들의 ‘미학적 요소’추구를 관광ㆍ교육ㆍ명상의 융합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현대는 통섭과 융합의 시대다. 명상 또한 명상만을 따로 하는 시대가 아니며 주마간산식 관광여행이나 쇼핑위주의 관광은 빛을 잃어가고 체험ㆍ테마관광이 각광받고 있다”며 “이러한 아이템을 살려 드라마식 다큐 등 에듀테인먼트식 교육방법에 테마관광을 결합시키거나, 역사ㆍ문화ㆍ철학산책 등 산책관광과 명상을 결합해 순수 자연감상과 체험으로 연결시키는 사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대 최고의 유망산업분야를 개발하고 이끄는데 승속이 따로 없다. 여기서 절실하고 바람직한 것은 수행자 측에서 먼저 지도적 포용적 자세를 취하고 대중과 신도를 위해 사찰 개방을 어떠한 방법으로 할 것인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한국사찰의 세계문화유산등재 충분히 가능하다
홍광표 교수는 “890점의 세계문화유산중 9점이 한국 문화유산이고 그 가운데 2점만이 불교문화재다. 지금부터라도 불교문화재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불교계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사찰은 유네스코가 인정할만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중국과 일본의 사찰과 차별화되는 한국사찰의 특징을 예로 들며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위한 전략을 살폈다.
홍 교수는 “산지사찰이 대부분인 한국사찰은 중심영역의 경우 원형이 제대로 보존되고 있는 사찰이 많다. 주변 환경 역시 사찰과 연관된 기능을 보이는 사찰클러스터의 형태로 나타나며 영산재 등 다양한 무형유산들이 잘 보존돼있고 마음ㆍ정신을 위한 수련도량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교수는 “한국사찰은 여러 개의 사찰이 특정한 문화집단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경우가 많고 지리적 특성을 공유하고 있어 이 들을 연속유산으로 등재하는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라며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가능한 사찰들이 등재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다양한 제약을 극복하는 일에 인색하거나 회피한다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줄탁동시의 방식으로 교육해 나가야
이지중 교수는 선문답이 갖는 교육적 생명력을 선종의 공안 가운데 하나인 줄탁동시(?啄同時)를 중심으로 해석했다.
이 교수는 “줄탁동시란 학생과 교사가 안과 밖에서 서로 힘을 합해 새로운 세계를 향해 깨쳐나가는 것”이라며 “교사는 암탉이 알을 품 듯 학생들을 품어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해야 하지만, 학생 스스로 자신의 삶의 세계에 대한 진지한 의문을 품고 반성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병아리로서의 학생이 태어날 시기가 돼 줄(?)의 쪼음을 시작할 때가 되면, 과감하게 탁(啄)의 교육적 실천을 행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는 미성숙자로서의 학생의 인간적 성숙을 뜸들이고 그 정확한 계기를 포착해 세게 자극을 줌으로써 감겨있던 마음의 눈을 떠서 낡은 껍질을 벗고 새로운 앎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요가 명상으로 세계시민성 함양
김용환 교수는 “명상을 통한 연대ㆍ관용의식과 세계시민성을 함양해 세계적 규모의 기아와 식량 문제 등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요가명상의 목표는 연대성 삼매(三昧)이며, 이는 곧 신비로운 비전이나 초능력을 성취하는 것이라기보다 시민적 제약과 한계로부터 벗어나 초월적 자아를 깨달음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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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이러한 연대성의 깨달음은 세계시민성에서 공(公)과 사(私)를 매개하는 가치를 드러내며, 업보에서 벗어나 세계시민으로 원생으로 살 수 있게 함으로 세계윤리의 연대성 가치를 보여준다”며 “명상을 통한 연대성과 관용성을 발휘해 상생에 기초한 시민사회구축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한인포교가 시급
명법 스님은 미국 이민사회에서의 한국불교포교방안에 대해 조명했다.
스님은 “유럽에서 아랍계 이민의 증가는 이슬람 확산을 가져왔고, 미국에서는 라틴계의 증가가 가톨릭 신자의 증가를 초래했으며, 아시아로부터의 이민은 불교가 미국에 뿌리내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인의 세계화는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동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한국인들은 이주한 이후 10년 내에 모국에서 믿어온 종교를 버리게 됨에 따라 기존의 불자들마저 기독교로 개종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이유를 명법 스님은 “미국 주류사회에 편입하려는 한인들의 열망과 더불어 교회가 이민자들의 종교적, 사회적 정체성의 빈 공간을 빠르게 채워나갔다”며 “즉 교회는 이민사회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민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며 나아가 그들의 사회적 삶을 가능케 하는 공간의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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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이어 한국사회 내에서 불교의 존립과 세력 확대를 위해 재외 한인들에 대한 포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근 역이민과 조기 유학생들의 귀환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국내활동이 점점 늘어나고 있듯 한인들의 영향력은 서양 주류사회뿐 아니라 모국인 한국사회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지금까지 서양에서 교육받은 엘리트들이 한국사회의 지도적 계층이 되어 이들을 중심으로 기독교의 세력이 확대됐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재외 한인에 대한 포교는 국내에서의 한국불교 존립을 위해서도 시급한 현안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대부분의 미국 대학에 불교 관련 강좌가 개설돼 있으며, 학생에게 가장 있기 있는 강좌가 불교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초중등학교에서는 기독교가 주류이지만 대학교와 일부 고등학교에선 상황이 완전히 역전돼 불교가 지식인들의 주류문화로 부각되고 있다”며 “이러한 긍정적인 상황을 살펴 전 세계의 한인세계에 주류를 이루는 기독교 세력에 대응해 한인사회 내에서 불교를 확산시키는 방안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