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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지의(智·538~597)와 원효(617~686) 대사는 중국과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또한 지의는 천태종을 세운 인물이고, 원효는 크게 보아 화엄종 계열에 속하는 인물이다. 이처럼 긴밀한 연관성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사상에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4월 제4회 선리연구원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병욱 고려대 외래교수는 6월 15일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회 선리연구원 학술상 시상식 및 학술회의에서 주제발표 ‘천태의 사상과 원효의 사상의 공통점 연구’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이병욱 외래교수는 그 첫 번째로 지의의 실상론의 핵심적 내용인 일심삼관(一心三觀)을 원효의 사상에서 찾았다.
이 외래교수는 “지의는 <유마경현소>에서 일심삼관을 한 마음에 3000가지(10법계, 10여시, 3종류국토) 가능성을 갖고 있는 ‘일년삼천설’로 설명한다. 즉, 한 마음에 온갖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며 “이러한 내용이 <유마경현소>에서는 ‘관조할 대상’이 되는데 그 핵심은 공(空)이다. 이 공속에 가(假)와 중(中)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일심삼관’인데 이 내용이 원효의 <금강삼매경론>과 <대혜도경종요>의 대의(大義)부분에서도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원효는 <금강삼매경론>에서 무이(無理)의 지이(至理), 곧 ‘이치 없는 것의 지극한 이치’를 말한다. 여기서 이치 없는 것은 공의 정신을 나타내고, 지극한 이치는 이치 없는 것의 ‘부정’을 통한 ‘긍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와 일치한다. 즉 무이의 지이는 부정과 긍정을 합쳐놓은 것으로 중도의 맥락을 나타낸 것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또 “원효가 화쟁사상을 말한 것은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지의의 사상에서도 회통(화쟁)을 제시하고 있다”며 “천태지의는 <유마경현소>에서 실상이 불교의 여러 경전에서 다르게 불리고 있으므로 어느 한 쪽의 이름에 집착해 논쟁을 하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천태지의는 진성해탈, 실혜해탈, 방편해탈을 중심점으로 해서 10가지의 3법을 회통하고, 원효는 포괄적으로 모든 불교이론을 화쟁하고 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 둘의 사상은 큰 틀에서 회통과 화쟁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지의의 사상체계는 5시8교로 알려진 교판론(敎判論)과 점차지관, 부정지관, 원돈지관의 3종류의 지관으로 구분한다. 이 때 부처님이 중생을 인도해 깨달음에 들게 하기 위해 제시된 교법인 4실단(悉檀, 세계실단, 위인실단, 대치실단, 제일의실단)은 천태의 주요 사상인 교판론을 일으키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여기서 이 외래교수는 “지의의 4실단이 원효의 <대혜도경종요>에서도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이 외래교수는 “원효는 4실단이 12부경전과 팔만사천의 가르침의 창고를 다 포섭한다고 주장하고, 4실단의 내용이 모두 실제여서 서로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지의와 원효사상의 공통점을 통해 ‘불교의 현대화’에 대한 하나의 안목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제4회 선리연구원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최선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이 ‘17세기 후반 조각승 승호의 활동과 불상 연구’를, 김용태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가 ‘한국불교의 종명과 종조론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원혜영 대진대 외래교수가 ‘마라의 악몽’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