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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노후복지는 오래된 꿈, 원력으로 실현”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 인터뷰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이 석상마을 입구에 걸린 석상마을과 선운사 경내 사진을 보며 노후수행마을 조성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제 시작입니다. 승려노후복지를 위한 사부대중의 의지와 원력으로 마을 규모를 점차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투명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펼치겠습니다. 20여 년간 생각해왔던 일인 만큼 최선을 다하면 불가능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창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의 목소리에는 강한 의지와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다. 법만 스님이 노스님들의 수행마을인 석상마을을 착공식 하루 전날인 6월 27일 공개했다. 선운사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위치한 석상마을은 입구에는 신선한 차가 파릇파릇 반짝이고 있었다.

곳곳에는 각종 채소들이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숲도 우거져 있었다. 주변은 신선한 공기로 가득했다.

“불가의 전통 그대로 친환경 생태마을로 조성할 것입니다. 이곳도 결국은 선운사의 일부로 경내로 보면 됩니다. 전기, 통신선은 땅 밑으로 깔아 보이지 않게 해서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리고, 기존 황톳길, 돌담길, 작은 샛길까지도 살려낼 겁니다. 어른 스님들의 최고 수행공간이 되도록 말입니다.”

석상 마을 곳곳의 빈 집이 눈에 띄었다. 올해 석상마을 원주민은 마을일을 위한 1명 외에 모두 이주한 상태였다. 주민들은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집터에서 쉽게 떠날 수 없었다. 약간의 반발도 있었지만 노스님들의 수행공간이 된다는 말에 주민들은 적극 협조했다.

“최근에는 승려노후복지를 위해 108개의 등을 달아달라며 108만원을 보시하는 신도도 있었습니다. 신도 한 두 명의 원력이 아닌 사부대중의 염원으로 부처님 기본 사상과 정신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차근차근 불사를 진행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에 이익이 되는 모습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보다 많은 이들이 승려 노후복지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스님을 위한 수행마을 석상 마을은 법만 스님과 함께 제24교구 문중의 노력과 신도, 지역 주민 등 사부대중의 합작품이다.
법만 스님은 “주민들의 협조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주민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근 법만 스님은 선운사 인근 주민들과 공동체를 꾸려나가면서 고창 인근에서 선운사의 이미지를 한층 높였다. 주민들이 고창군 사회복지법인 노인복지센터 등으로 선운사가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인정하면서, 선운사가 행정업무에 어려움이 있을 때에 주민들이 먼저 나서서 해결해 줄 정도다.

조계종 제24교구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


법만 스님은 2007년 5월 선운사 주지로 부임했지만 석상마을을 구상한 것은 20년 전부터다. 선운사에서 출가해 전국의 제 선방에서 25차례나 안거한 스님은 “선방에서 노스님들을 뵐 때마다 지금의 석상마을 같은 곳을 꼭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법만 스님은 사찰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자원을 대중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데 고심해왔다. 선운사에서 출가를 한 스님은 먼지가 켜켜이 쌓여있던 만세루(萬歲樓)를 출가 때부터 개방하고 싶었다. 30년 만에 선운사로 주지를 맡으면서 오랜 원을 풀어 지금은 산사의 고즈넉한 풍경의 운치를 더해주는 공간이 됐다. 노후수행마을도 스님이 오랜 시간 동안 목표했던 숙원사업으로 선운사 주지를 하면서 반드시 이뤄야할 일이었다.

법만 스님은 종단의 노후보장, 복지에 문제를 느껴왔다. 스님은 “종단 차원에서 승려 노후를 모두 책임지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교구본사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닦아 놓으면 선운사가 승려 노후 복지는 물론 재가자들에게도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행과 포교, 복지와 문화 공동체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법만 스님은 설립 이후 운영 방안에 대해 “만등불사, 후원회 발족, 복지법인 설립 등으로 마을 운영에 어떤 문제도 일어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정적인 수입을 위한 목적사업, 후원회도 조직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노후수행마을 운영을 위한 만등 불사에는 2만 여 신도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재정 수입은 물론 사부대중의 뜻을 모으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법만 스님은 선운사 입구에 차문화체험관도 조성한다. 선운사 주변의 차밭, 노스님, 사찰 탐방객들과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통한 포교가 가능하도록 구상중이다. 그 밖에도 해외동포 전통문화체험관, 사찰음식전수관 등 문화체험시설과 연계해 ‘노스님께 듣는 수행담’ 등의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8월 승려노후복지 주택을 2~3채 정도 건립하고 올 11월 1차 입주가 시작된다. 2012년까지 총 7~8채의 수행공간을 지어 20여 어른 스님을 모실 예정이다. 선운사 문중의 스님으로 세납 65세 이상, 승납 30년 이상 등의 기준 내에서 입주자를 선정하게 된다.

노스님에게는 입주에 관한 별도의 비용을 일체 받지 않으며 순수 교구 복지시설로 열반까지 의료복지 , 재정, 간병, 수발 문제 등 모든 것을 무상으로 제공하게 된다. 기금 및 자금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별도의 법인도 설립한다.




이상언 기자 | un82@buddhapia.com
2010-06-27 오후 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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