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원이 한문불전전문대학원 설립안과 같은 계획을 밝혀줬다면 성명서 발표 같은 극단적 행동까지는 안 갔을 것이다.” (전국강원교직자연합회장 법광 스님)
“강사들이 변화하지 말자는 것 아니었다. 교육원이 처음 교과목 개선안에서 제시한 과목들은 강사들이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었다. 승가교육을 향한 강사들의 진정성을 밥그릇 싸움, 밥그릇 지키기 위함이라며 왜곡하지 말아 달라.” (前 동학사 승가대학장 일연 스님)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이 6월 1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한문불전전문대학원 설립안 마련을 위한 세미나에서 교육원의 승가교육 개선안에 강한 반발을 보여 온 교직자스님들이 교육원의 수정안을 수용할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날 세미나는 네 차례에 걸친 교육원의 전문대학원 설립안 마련을 위한 세미나의 마지막 행사로 은해사 승가대학장 지안 스님, 교직자연합회장 법광 스님, 송광사 승가대학장 일귀 스님, 범어사 승가대학장 용학 스님, 前 통도사 승가대학장 우진 스님, 법주사 승가대학장 철안 스님, 봉선사 능엄학림 정원 스님, 前 동학사 승가대학장 일연 스님, 동학사 승가대학장 법성 스님, 고려대장경연구소 오윤희 실장,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박상준 연구교수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 토론에서 교직자 스님들은 교육원의 개선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으나 교육원의 지속적인 소통 노력으로 교육원안을 수용ㆍ이해하는 교직자스님들이 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졌다.
범어사 승가대학 용학 스님이 “승가교육 개선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변해야 하는 것”이라 말했고, 봉선사 능엄학림 정원 스님은 “6년 동안 <화엄경> 하나도 공부하기 힘들다. 한문불전전문대학원 설립안에서 제시한 수업연한 등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前 동학사 승가대학장 일연 스님도 “구족계를 받은 승려의 교과목치고는 너무 많다”고 동의했다.
이에 대해 불학연구소장 원철 스님은 “교과목은 시안일 뿐이다. 일선 강원의 전통 단절에 대한 우려를 감안하다보니 교과목이 늘어난 것”이라 설명했다.
통도사 승가대학장 우진 스님은 강원을 대신해 전문대학원이 설립되는 구조 자체를 비판했다.
스님은 “교육원안을 보면 불전전문대학원이 강원 대치하는 교육기관으로 설정됐다. 교육대상은 강원과 전문대학원이 달라도 교육내용ㆍ목적 같아 보인다”며 “선ㆍ율장ㆍ초기불전ㆍ한문불전 등 나뉘어 전문대학원이 교육기관 난립을 초래해 승가교육이 부실화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진 스님은 “승가교육 제도화되면서 30년간 하향평준화 돼 왔다. 행정부서인 교육원이 교과목, 교육방법론까지 말하는 상황 부적절하다”며 “수행자에게 실용주의적인 지식교육을 강조하는 것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종단이 필요한 것만 가르치겠다는 것은 한국불교 전체로 보면 위험한 발상이다. 종풍적 특징만 강조할 것 아니라 보편적 불교 가르쳐야 한다”면서 “시스템 고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강원에 대학원에 설립하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승가교육 개선 목적 얻을 수 있다”고 교육원안에 반대를 분명히 했다.
해인사 승가대학 현석 스님은 “교육원에서 교과목별 강의지침서 만들어 달라”면서 “문제가 되는 많은 교과목을 필수와 선택 과목으로 나누고, 한문과 한글 반반씩 강의하면 큰 부담 없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앞서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인사말에서 “전문대학원 설립안이 확정되는 11월까지 교수스들이 자리한 연찬회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으로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동국역경원과 유사한 한문불전 번역기관인 (가칭)한문불전 번역원을 설립하겠다.” “전국의 전ㆍ현직 강사스님들을 지원하겠다”며 교육원 승가교육개선안에 대한 교직자스님들의 우려를 해소하고자 노력했다.
한편, 교육원이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초기불전 전문대학원 설립안 마련을 위한 세미나에서는 참석자들 다수가 초기불교가 승가교육에서 공론화되는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