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이 대구지역 개신교 관계자를 만나 템플스테이 사업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하며 향후 사업 재조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교계에 긍정적 신호를 보였던 유장관의 평소 행보와는 상반된 이 발언은 불교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6월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유인촌 장관은 4일 문광부 청사에서 대구기독교총연합회(회장 이흥식ㆍ평산교회 목사) 임원들을 만나 “(템플스테이가 운영되는 사찰) 몇 군데를 다녀보니 템플스테이용으로 짓는다고 하면서 너무 크게 짓고 있더라. 그래서 더 이상 짓는 것은 곤란하며 새로 짓는 것은 못하게 하라는 지침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유 장관은 “(사찰이) 기존에 갖고 있던 방이나 화장실이 불편하면 고치는 정도로 해야지 호텔처럼 20~30개나 되는 방을 새로 만드는 것은 문제가 좀 있다고 본다. 불교계 내부에서조차 (정부 지원을 받아 사찰을 증개축하는 사업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분명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인촌 장관은 불교테마공원에 관해서도 “팔공산 불교테마공원은 이름 자체부터 잘못됐다. 초조대장경을 복원하는 데 어떻게 600억원이나 들어 가냐. 사업 추진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 장관은 “(불교계에 집행되는 국가예산이) 관행처럼 너무 오랫동안 해온 것들이 많기 때문에 한 번에 바꾸면 엄청난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추후 불교계 예산을 축소할 것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한국템플스테이사업단 등 불교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불교계에서는 유인촌 장관이 호텔식 운운한 시설에 대해서 “사찰 템플스테이이라고 해서 초가집에 재래식 화장실을 갖춰야만 하느냐” “20~30개 침대방을 갖춘 호텔식 시설이 불교계에 어디 있느냐”는 항의가 이어졌다.
한국템플스테이사업단 이민우 기획홍보팀장은 “예산 집행에 ‘방만하다’는 표현이 사용되려면 전용 등 불법 집행된 내역이 있어야 하는데 템플스테이 예산은 매년 국회ㆍ감사원 등에서 감사를 받고 있고, 그 결과 큰 이상이 발견된 적은 없었다”면서 “주무장관이 ‘방만’이라는 단어를 감성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문광부는 16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국민일보 보도 해명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었으나 “국민일보 측 보도에 하자는 없다. 정정보도를 요구할만한 내용은 없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주는 수준에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