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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을 걸었다. 한 발 두 발 숲으로 들어갈수록 숲은 숲에 깃든 모든 것들을 내주었다. 숲은 늘 그랬다. 누구에게나 아낌없이 내주었다. 숲이 만든 바람과 햇살을 내주고, 걷고 있는 고독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그 고독이 놓고 간 고백들을 영원한 침묵으로 지켜줬다. 분명 자연이 사는 모습은 우리가 사는 모습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숲길을 걸었다.
스님들이 숲길에서 인사를 나누며 지나갔다. 지나온 서로의 발자국을 밟으며 다시 숲길을 걸어갔다. 어쩌다 숲길을 걸으면 그 시간은 왠지 특별하다. 그것은 평소에 쓰지 않던 ‘마음’을 꺼내보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길은 그랬다. 마음을 가지고 걷는 사람에게만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