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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 스님 소신공양 국민추모제가 6월 5일 조계사에서 봉행됐다.
4대강생명살림불교연대, 중앙승가대총동문회, 종교환경회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4대강사업저지 범국민대책위가 주관한 추모제는 4대강 사업 반대 등 문수 스님의 뜻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직무대행 현고 스님,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 스님, 중앙승가대학장 태원 스님, 전국불교실천승가회장 퇴휴 스님, 불교미래사회연구소장 법안 스님, 서울 한강선원장 지관 스님, 민주당 정세균 대표, 손학규 전 대표, 한명숙 전 총리, 국민참여당 유시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등 5000여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천도의식, 4대 종단 추모사, 조사, 조시 낭독, 호소문 낭독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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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스님은 호소문에서 문수 스님의 열반을 애도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조계종 총무원장, 야당 정치인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가했다.
수경 스님은 호소문에서 “문수 스님의 뜻만큼은 바로 세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강의 숨통을 자르면서 온갖 생명을 짓밟은 것으로도 모자라 사람의 목숨까지 가져가고도 이토록 냉담할 수는 없다.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고 호통쳤다. 수경 스님은 “돈과 권력으로 방송을 장악하고,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겁박해도 양심, 진실은 틀어막지 못했다”며 “4대강 공사를 중단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국민 모두는 흔쾌히 도울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수경 스님은 조계종 수뇌부를 두고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 노릇, 그만 하라. 타락한 정치인 흉내내는 사판 노릇이 아닌 중답게 살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수경 스님이 호소문에서 야당 정치인들에게도 쓴 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수경 스님은 “이번 지방 선거 야당 지지는 순수한 야당 지지가 아닌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인 것을 알라”고 지적했다. 스님의 호소문에 추모제에 동참한 일반 시민들은 환호하며 스님의 뜻을 지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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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중앙승가대 총동문회장 원정 스님은 조사에서 “사회의 부조리를 보고 무기력하게 보고, 맥없는 목소리로 비판한 것을 반성한다. 어리석음과 용렬함을 자비로 감싸지 말고, 우리를 꾸짖어 달라”며 문수 스님의 뜻을 사부대중이 짊어지고 갈 것을 다짐했다.
남이순 시민사회대표는 “스님의 소신공양은 정권에 침묵하고 외면했던 사람들에게 깨어나라는 외침”이라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추모제 유인물을 통해 “스님의 열반은 참혹한 역사”라며 “스님의 열반 소식이 한동안 당혹하게 받아들여졌지만 서러워하지 많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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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4대강 사업 즉각 중단’ ‘문수 스님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추모제에 동참했다. 시민들은 조계사 법당과 경내 곳곳에서 추모제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편, 4일 문수 스님 다비식 이후 유골에서 40여 과의 치아, 사리 등이 습골 됐다. 스님의 분골은 4대강에 뿌려질 예정이다. 조계사 분향소에선 15일까지 참회와 성찰을 위한 108배 기도 정진중이다.
수경 스님 호소문 전문
사람이 죽었습니다. 무고하게 죽어가는 생명을 위해, 더 이상의 살생을 막기 위해, 온 생명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공양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목숨을 바쳐 시대의 빛이 된 문수 스님의 뜻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사실 저는 이 순간도 문수 스님이 감내했을 마지막 순간의 고통을 헤아리기조차 힘듭니다. 상상하기도 힘겹습니다.
손톱 밑에 작은 가시만 박혀도 온 몸과 마음이 괴로워 어쩔 줄 모르는 게 사람입니다. 문수 스님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문수 스님은 자신을 몸을 통째로 내 놓았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이 시대를 위한 대자비의 약으로 내 놓았습니다. 3년 간 무문관 정진을 한 수좌로서, 생사의 관문을 투탈한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경지를 열어 보였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결코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미화할 생각이 없습니다. 색신의 고통만을 헤아리자면 비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밤새워 통곡을 해도 애통함을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생명의 존엄을 모르는 권력자들의 무지와 탐욕, 몰인정과 무자비함을 일깨우기 위해, 무고하게 죽어간 온갖 생명을 대신하여 자신의 목숨을 공양한 문수 스님의 뜻만큼은 바로 세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에두르지 않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눈도 깜짝하지 않으십니까? 강의 숨통을 자르면서, 온갖 생명을 짓밟은 것으로도 모자라 사람의 목숨까지 가져가고도 이토록 냉담하십니까? 이럴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래서는 안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이번 지방 선거 결과로 드러난 민심의 준엄함을 보셨습니까? 돈과 권력으로 방송을 장악하고,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겁박해도, 양심만큼은, 진실만큼은 틀어막지 못했습니다. 불과 투표 1주일 전까지도 소위 ‘여론조사’의 결과는 한나라당의 압승을 예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이 애써 외면한 민심, 천심을 가린 오만의 손바닥이었습니다. 경찰국가나 다름없는 공안 통치의 부당함을 표로 보여 준 것입니다. 여론 조사로는 당신을 안심시키고 투표장에서 진심을 밝힌 것입니다.
이제는 그만 하십시오. 우리 국민들, 돈만 된다면 무슨 짓을 해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더 이상 국민이 당신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그런 상황으로는 몰고 가지 마십시오.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국민을 힘들게 하지 마십시오. 지치게 하지 마십시오. 4대강 개발 여기서 멈추십시오. 지금의 방식은 강 살리기가 아니라 4대강 전체를 인공 댐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토목 전문가인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습니까. 민심을 바로 보십시오. 천심을 거역하지 마십시오. 그 소리에 귀 기울이십시오. 제 대로 강 살리기 하십시다. 그러면 국민 모두는 흔쾌히 도울 것입니다. 제발 정치하십시오. 정치는 선거판의 승부와는 다르지 않습니까?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이기면 그만인 게임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명박 대통령님, 제발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이 이상의 오만은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도 지키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정치인 여러분께도 호소합니다. 긴 얘기 않겠습니다. 이번 지방 선거의 야당 지지는 순수한 야당 지지가 아니라는 것, 잘 아시지요. 제발 정신 똑똑히 차리십시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을 야당에 대한 지지로 오해하지 마십시오. 하루 빨리 대안을 보여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조계종단 수뇌부에 호소합니다.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 노릇, 그만 하십시오. 온갖 교활한 방법으로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의 의미를 축소시키려 한 지난 며칠간의 행위는 마구니들이나 할 짓입니다. 수행자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그래서는 안 됩니다.
총무원장 스님,
사판의 역할, 이판의 역할과 똑같이 소중합니다. 사판 노릇 제대로 하십시오. 타락한 정치인 흉내 내는 것이 사판 노릇 아니라는 것, 잘 아시지 않습니까. 불문의 한 구성원으로서 간곡히 호소합니다. 중답게 사십시다. 더 이상 저처럼 거리로 나서는 수행자들이 없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저는 당장 바랑 지고 산골로 들어가 촌노로 살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군더더기가 많았습니다. 문수 스님의 마지막 육성으로 마치겠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납자의 분상에서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문수 스님은 이 시대의 약왕보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