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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의 한 비구 스님이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유서를 남기고 5월 31일 낙동강둑에서 소신(燒身)했다.
군위 지보사에서 3년간 무문관 정진을 하다 지난달 말 해제한 문수 스님은 소신공양에 앞서 유서를 통해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ㆍ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6월 4일 군위 지보사에서 봉행된 영결식에 앞서 지보사가 공개한 스님의 유품은 곱게 접힌 승복 윗도리와 흰고무신, 파란색 작은 수첩과 필기구, 승려증과 10만원이 전부였다. 경찰이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직후 낙동강둑에서 스님의 유품을 수거했다가 3일 유가족에게 돌려준 것들이다.
스님의 영결식은 조계종 제10교구장으로 거행됐다. 행사에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 제10교구본사 은해사 주지 돈관 스님 등 2000여 사부대중이 동참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조사에서 “문수 스님과 같은 훌륭한 수행자를 제 자리에 머물 수 없도록 만든 시절인연이 참으로 하수상하니 몸을 맡겨놓은 세 평 공간마저 버려야 했다”면서 “조계종도들은 스님께서 온 몸을 태워 공양 올리신 그 뜻을 헤아려 세상의 막힌 곳을 뚫어주고 갈등을 푸는 데 모든 지혜를 모으겠다. 세상의 온 생명을 살리는 일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은해사 주지 돈관 스님은 영결사를 통해 “문수 스님이 사바인연을 버린 것은 ‘모든 것이 쉬지 않고 변하는 것이니 무상공신(無常空身)에 집착하지 말고 항상 근면히 정진하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문수 스님은 1986년 월정사에서 시현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동년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90년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98년 중앙승가대 학생회장을 지낸 스님은 이후 통도사 두방사 해인사 묘관음사 선원에서 수선 안거했다. 2006~2009년 경북 청도 대산사 주지를 역임했다.
한편, 문수 스님의 분향소는 △서울_조계사, 봉은사, 화계사, 금선사 △부산 미타선원 △대구 안흥사 △경기_수원 수원사, 성남 봉국사, 용인 장경사 △인천 영산정사 △광주 문빈정사 △경북_구미 대둔사, 밀양 만어사 △충북_천안 만일사 등에 차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