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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햇살이 따갑던 어느 날, 함양 벽송사. 선방 처마 밑으로 딱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딱새는 금방 잡은 먹이를 입에 물고서 다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주위를 살폈다. 처마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지붕으로, 지붕에서 다시 처마 밑으로. 입 안의 먹이는 새끼들 것이었고, 둥지가 알려질 것을 염려해 곧장 둥지로 들어가지 못한 것이었다.
마침내 의심을 떨친 어미 새가 처마 밑에 숨어있는 둥지로 날아들었다. 새끼들은 제 얼굴보다도 크게 입을 벌리며 아우성이었다. 먹이는 그 중 한 마리의 새끼만이 받아먹었다. 어미 새는 어디론가 또 날아갔고, 시끄럽던 둥지는 선방처럼 고요해졌다. 고요한 선방, 고요한 둥지. 딱새의 시절도 치열하기는 한 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