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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버클리 졸업, 하버드대 대학원 석사, 프린스턴 대학원 박사….’
입학하기 어려운 미국 명문대에 들어가 세 곳의 졸업장을 거머쥔, 흔히 말하는 고(高)스펙의 소유자가 있다. 그리고 세계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대 재학 시절, 그는 갑자기 출가했다. “성공을 위해 끝없이 경쟁만 하다가 죽음을 맞게 되면 얼마나 허탈할까”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기 때문이었다.
특이한 이력의 주인공은 미국 최초의 한국인 스님 교수인 혜민 스님(사진)이다. 스님은 UC버클리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학위를,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 매사추세츠주 햄프셔대에서 종교를 가르치는 교수다.
혜민 스님은 최근 발간한 에세이집 <젊은 날의 깨달음>(클리어마인드 刊)에서 10여 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며 겪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미국으로 영화공부를 하러 왔다가 우연히 버클리대에서 만난 티베트 린포체 스님의 영향으로 종교학으로 전공 선택하게 됐습니다. 대학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큰 충격을 받았던 것도 한 이유였습니다. 죽음 앞에는 학위ㆍ돈ㆍ명예ㆍ권력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지요.”
스님의 책에는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스님은 “책을 소개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라면서 하버드대만 들어가면 성공하는 줄 아는 한국의 삐뚤어진 교육열을 지적했다.
스님은 “‘하버드’라는 간판을 쫓기보다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향기를 낼 수 있도록 공부하는 교육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종교학자 막스 뮐러는 “하나의 종교밖에 모르면 그 종교조차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혜민 스님은 막스 뮐러의 말을 인용하며 “한 가정 내에서도 종교가 달라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님이 종교간 벽을 허물고 소통하던 모습은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책을 통해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익힌 스님만의 ‘몸으로 부딪히기’ 식의 외국어 공부 비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티베트 불교가 붐을 일으키고 있고, 일본 불교가 불교의 정통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스님은 “이런 현상을 극복하려면 한국불교를 배우려고 방한하는 외국인들을 잘 교육시켜 그들의 고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스님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한국불교를 알려나가기 위한 포부도 밝혔다.
“한국 불교가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것이 아쉬워 앞으로 미국 등 외국에 한국 불교를 널리 전파하는 데 힘을 다할 생각입니다. 특히 조선시대 불교와 현대불교를 연결하는 연구를 계획해 다이나믹한 한국불교를 알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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