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익산 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에서 금동사리호 등과 함께 발견된 청동합에서 구슬류, 금제장식, 직물류 등 다량의 유물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는 “익산 미륵사지석탑에서 출토된 청동합(靑銅盒)을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내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다량의 유물을 수습했다”고 5월 26일 발표했다.
청동합은 발견당시 심한 외부 부식으로 인해 개봉이 미뤄졌던 것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보존처리를 실시하면서 내용물이 확인됐다.
청동합에서는 보존상태가 양호한 금제구슬 370여 점과 금제고리, 금제소형판 등 많은 양의 금제품과 유리구슬, 진주, 곡옥 등 4800여 점의 유물이 수습됐다. 그 중 가장 큰 4번 합에서는 4400여 점의 유물이 수습됐고, 1점의 곡옥은 채색된 금장식 모자가 씌워져 있어 매우 이채롭다. 또, 직물과 향분(香粉)으로 추정되는 유기물질 등이 확인됐다.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청동합은 운두가 낮은 둥글넓적한 형태로 모두 6점이다. 크기는 직경 5.9~8.3cm, 높이 3.2~4.6cm 정도인데, 주조(鑄造)로 제작됐다. 대부분의 합은 문양이 없지만 6번 합에는 초화(草花)무늬와 당초(唐草)무늬가 새겨져 있다. 1번 합 뚜껑에는 ‘上部達率目近’(상부달솔목근)이라고 음각된 명문이 확인됐는데 이는 상부(上部)의 달솔(達率, 백제 16관등 중 제2품)인 목근(目近)이라는 사람이 시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 관계자는 “향후 청동합과 수습 유물에 대한 본격적인 보존처리를 시작해 수습된 금속, 유리류, 유기물 등에 대한 성분 분석과 제작기법 등 다각적인 조사연구도 병행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동합과 그 수습 유물에 관한 일차적인 조사내용은 5월 27~28일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개최된 ‘백제 불교문화의 보고 미륵사’에서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