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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은 스치듯 지나가 아쉽기만 한데 어느덧 여름이 오고 있다. 논에는 자기 자리를 찾은 모가 입선에 든 스님처럼 온 우주의 생명을 품고 있다. 고요한 논은 하늘도 산도 구름도 지나가던 새도 그대로 비춘다. 불성 그 자체인 우리네 본래 마음이 이와 같단다.
속세는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듯 시끄럽다. 4대강 사업, 주가하락, 소음에 가까운 선거유세. 30년 전으로 돌아간 남북경색 등 나라 안팎은 풍랑에 휩싸인 바다 같다. 속인들의 마음은 세상 따라 산만하다. 마음 둘 곳 없어 요란 떨고 있을 때 더위가면 추위오고 봄 뒤엔 다시 가을이 찾아오듯 출재가자들은 또다시 간절한 구도심을 밝혔다. 또 한철 출재가자들은 여름 안거에 들어갔다.
2554년 5월 28일(음력 4월 15일) 하안거에는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2200여 수좌스님들이 안거에 동참했다. 각 사찰과 선원 등에서는 스님과 함께 신도들도 함께 수행정진에 들어간다. 하안거 입제 하루 전인 27일에는 대중들이 각자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했다. 결제에 들어간 스님들은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8월 24일(음력 7월 15일) 해제까지 불퇴전의 용맹정진에 들어갔다.
걸망을 맨 스님들이 문경 봉암사(주지 월타) 선방으로 들어갔다.
‘入此門內 莫存知解 (입차문내 막존지해)’ 이 문안에 들 땐 알음알이를 두지마라. 문경 봉암사 선원(禪院)을 들어서는 구도자들은 이 말을 귀담아 수행정진에 들어간다. 올해 봉암사에는 80여 스님이 방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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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대승사(주지 철산)는 결제일인 28일 법당을 씌워놨던 방풍지를 때내고 있었다. 방풍지를 벗은 대승사 법당은 고색창연했다. 대승사에는 조계종 원로의원 월탄 스님, 조계종 종회의원 무애 스님 등 30여 명의 스님이 방부에 들었다.
안거는 용맹정진의 기간이다. 깊은 산중 선방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고속 시류 속에서도 온전한 나를 밝히는 공부는 속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전국 도심 사찰에서는 재가자들을 위한 특별 하안거 결제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