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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대한 착취를 막는 것은 종교인들의 의무이자 소명입니다. 뭇 생명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종교와 신앙차원에서 4대강 개발이 멈출 때까지 온 몸과 온 뜻을 바쳐 반드시 뭇 생명들을 살려낼 것입니다.”
비를 흠뻑 먹은 스님의 가사에서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신부님, 목사님, 교무님, 수녀님들도 무심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간절히 기도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바람을 동반한 빗줄기가 점점 거세졌다. 거세지는 비바람에도,비와 바람이 몰고 온 싸늘함에도 생명을 위한 기도는 이어졌다.
불교ㆍ개신교ㆍ가톨릭ㆍ원불교 4대 종단 성직자와 신도 300여 명은 5월 24일 여주 신륵사 경내 남한강변에서 생명의 강을 위한 공동기도회를 진행했다.
여주 여강선원(선원장 수경)과 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주경)가 주축이 돼 진행된 이번 행사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폭력을 참회하고, 자신과 시대를 성찰ㆍ정화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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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성스럽게 시작됐다. 원불교 타종 5타에 이어 여는 말씀, 춤기도, 4대 종단 기도의식 및 기도문 낭독, 각 종단 성직자의 노래 및 시낭송, 결의문 낭독, 이포대교 하류 준설현장 탐방 및 명상기도의 순으로 진행됐다.
신륵사 주지 세영 스님은 “주지 소임을 하면서 4대강 보고대회 등을 통해 4대강의 당위성을 전제한 홍보만 들어왔다. 4대강 공사 폐해에 대한 답변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이 사업은 무의미한 사업”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최근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의 발언으로 고역을 치렀던 스님은 이 자리에서 4대강 저지에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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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측을 대표해 성공회 박경조 주교는 여는 말씀에서 “좋은 대통령을 만나 4대 종단 종교인들과 오순도순 모여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며 반어적으로 정부의 잘못을 꼬 집었다. 박경조 주교는 “종교인을 훈계하려는 오만한 정권이 어처구니없다. 오만한 것에 대한 심판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주경 스님은 “어머니의 강은 곧 생명의 강이다. 자연을 거스르는 것은 악업을 짓는 것”이라며 “독재적 국책사업인 4대강 공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원불교는 이날 원불교환경연대 발기인대회를 열고 4대강 저지 운동에 적극 나설 의지를 밝혔다.
서상진 신부는 “생명을 파괴하는 것은 민주주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며 “생명평화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 종교인들은 행동할 것”이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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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종단 기도에 앞서 생명살림 기도가 김미선 선생의 한국 전통춤으로 표현됐다. 이날 사회자였던 성전 스님은 춤기도를 보고 “모시고, 섬기고, 쳐버리는 춤”이라고 해석했다.
각 종단의 기도는 이어졌다. 종교인들은 너와 내가 아닌 ‘우리’의 이름으로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참회했다. 생명의 강은 곳 부처님이고, 하느님, 하나님이었다. 낯설음과 엄숙함은 기도와 함께 이내 따스한 기운으로 서로의 가슴을 타고 흘렀다. 자연의 강이 흐르듯.
노래와 시낭송회가 진행되자 구름 뒤에 숨었던 해가 참가자들의 얼굴에 떠올랐다. 하지만 때때로 성직자들은 죽어가는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비는 계속 내렸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손을 잡았다. 종교환경회의(공동대표 불교 수경ㆍ개신교 양재성ㆍ원불교 이선종ㆍ가톨릭 황상근)는 결의문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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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4대 종단의 4대강 사업 반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이해부족이라 폄하하며 홍보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공성과 여론수렴을 무시하며 민주주의의 기본과 근간을 허물고 있습니다. 4대강 개발을 멈출 때 까지 종교와 신앙차원의 결의를 이어가겠습니다.”
기도문에 가까웠다. 기도에 이어 수경 스님은 종교인들을 대표해 “자유와 생명, 평화를 위한 야권후보 단일화”를 호소했다. 행사장에는 “4대강을 막겠다”는 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 김진표 민주당 최고의원 등 정치인들도 눈에 띄었다.
행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성직자와 신도들의 옷은 모두 젖었다. 날은 더욱 춥게 느껴졌지만 이들은 신륵사에서 4km 떨어진 이포대교 하류 준설현장을 향했다.
수경 스님을 선두로 300여 참가자들은 ‘강은 흘러야 한다’고 쓰인 노란색 조끼를 입고 건설현장을 돌았다. 흙을 퍼내는 포크레인과 흙을 나르는 트럭 소리가 강의 침묵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강을 떠난 새 대신 순례자들의 안항(雁行)이 공사현장에 펼쳐졌다. 발은 무의식적으로 옮겨질 뿐 눈길은 공사현장에서 떼어지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정말 참혹하다” “종교인들이 참 할 일이 많아지게 생겼다. 만들어 놓으면 되돌리는 힘을 쏟아야 한다” “보는 확실히 아니다. 배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는 말이 오갔다. 순례를 마친 참가자들은 공사현장을 바라보며 기도했다.
“너의 아픔과 신음을 듣는다. 미안하다 강아! 힘내라 강아! 고맙다 강아! 장하다 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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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향해 외쳤지만 소리는 강 언저리에도 다다르지 않았다. 죽어가고 있는 강의 신음과 기계 소리가 메아리쳤다. 하지만 종교인들은 참회와 생명의 강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굳은 맹서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