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뭇 생명의 근원인 ‘강의 마음’을 생각해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모두를 살리는 길을 냉철하게 검토하고 연구해 줄 것을 제안한다.”
불교ㆍ가톨릭ㆍ개신교ㆍ원불교 등 4대 종단 대표자들은 5월 25일 서울 성공회 대성당 프란시스 홀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저지운동을 이어갈 것을 결의했다.
6ㆍ2 지방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종단 대표들은 정치적인 차원의 결의가 아님을 강조했다.
기자회견에는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김근상 주교, 원불교 중앙교구장 김현 교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전병호 목사,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대리로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박정우 신부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양재성 목사는 기자회견 취지에 대해 “종교가 정치에 개입,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 영역인 생명을 파괴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어 종교인들이 나서게 됐다”며 “종교계의 연대 강화와 저지를 위한 행동을 이어갈 것을 표명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4대 종단 대표들은 결의문을 통해 “4대강 사업 설정 논리가 허술하며 절차 또한 무시된 채 졸속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며 목표설정과 진행방식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대표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흐르는 강물ㆍ농민ㆍ동식물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며 “4대강 사업 중단하고 모두를 살리는 방법을 검토하고 연구해 줄 것”을 제안하고 4대강 개발이 멈출 때까지 종교와 신앙차원에서의 반대 운동을 이어갈 것을 결의했다.
공동 발언에 앞서 종단 대표들은 각 종단 입장을 발표했다.
보선 스님은 “다른 생명을 담보로 해서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자고 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볼 수 없다. 뭇 생명 보호를 위해 종교인들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현각 스님은 “탐욕에 눈이 멀어 생명을 경시하는 위정자들이 부끄럽다. 국토의 기형을 초래하고 전통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해 간다면 엄정한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근상 주교는 “정치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양심의 길이다. 강이 흘러가도록 하는 신의 섭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개발의 문제는 좀 더 숙고한 후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주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광선)이 이날 오전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데 대해 “하나님을 섬기는 같은 종교인으로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 이렇게 표현된다는 것이 민망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김현 주교는 “생명과 평화를 반하는 4대강 사업을 자행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종교인들이 반대 운동을 하고 있지만 정부가 전혀 숙고하지 않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새만금과 청계천 사업에 대해 경제적 손실과 자연훼손 등 실체는 전혀 밝히지 않고 홍보만 할 뿐”이라며 “정부는 지지의 의견만 들고 있으며 우려의 목소리에 귀담아 듣지 않고 있기 때문에 종교인으로서 강하게 저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병호 목사는 “인간의 야욕으로 파헤치고 훼손시키려는 것은 하나님 창조질서를 무너뜨리는 비신앙적인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임기 내 완수하겠다고 하는 것은 역사, 국민, 자연에 대한 도전이다. 종교인들의 반대하는 일에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며 꼭 필요한 일이라면 국민을 납득시키는 일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박정우 신부는 “생명은 인간생명.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근본가치”라며 “많은 국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섬겨야하는 대통령의 자세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