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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은 불기 2554년 하안거 결제일을 맞아 결제 법어를 내렸다.
혜초 스님은 “요즘 수행자들이 간화선과 지관쌍수(止觀雙修)의 수행법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혜초 스님은 “전통적으로 총림에서는 간화선 수행을 해왔지만, 성인도 시속을 따른다고 했으니 스스로에 익숙한 방법으로 참구할 것”이라며 각자에 맞는 수행법을 선택하라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해 뜨고 달 지듯이, 꽃이 피고 열매 떨어지듯이 경계를 당했을 때 평화롭고 담담하려면 앉을 때 앉고 설 때 서면서 부지런히 참구하라”고 당부했다.
아래는 법어 전문.
法 語
요즘 공부하는 이들이 갈래 길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합니다.
하나는 전통적인 공부의 길이라 말하지만 중국 당나라 이후에 성립한 간화선 참구의 오래된 새 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길이라 하지만 석가여래께서 직접 참구하셨던 지관쌍수(止觀雙修)의 새로운 옛 길입니다.
또 어떤 이들은 이미 공부 다 해 마쳤으니 새로운 공부 더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본래성불설을 일컫는 길입니다. 그들은 “깨치는 길은 공부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느니, “옛 사람은 공부해서 도를 깨친 일이 없다”고 합니다.
모두 저마다의 분상에서 보면 틀리다 할 수 없는 길입니다.
하지만 참으로 공부하는 이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제대로 가는 길인가 깊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옛 선배 수행자께서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미륵, 땅에서 솟은 석가’로 이리 말하는 이들은 실리가 없으므로 그들을 불쌍히 여겨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들은 못된 병에 걸리거나 죽게 되는 등의 경계를 만나게 되면 아프다고 소리치고 죽지 못하겠다고 발버둥거립니다. 또, 평생 입으로 뇌었던 평화를 알지 못하는 사이에 놓쳐버리니 그 무슨 앎이 있으며 소용이 있겠습니까?
평소에도 해 뜨고 달 지듯이, 꽃이 피고 열매 떨어지듯이 경계를 당했을 때 평화롭고 담담하려면 앉을 때 앉고 설 때 서면서 부지런히 참구해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우리 총림에서는 화두를 참구해서 그 말(話)에 깃든 참뜻을 간(看)했지만 성인도 시속을 따른다고 했으니 스스로에 익숙한 방법으로 참구하시기 바랍니다.
간화는 말 속의 참뜻을 알아내는 것이요 (看話也 參究眞意)
지(止)는 안정(安定)이요,
관(觀)은 꿰뚫어 아는 지혜를 얻는 것이라(止也安定 觀也 透察得智).
시점으로 보면 간화선은 새로운 설이지만 우리 전통으로는 구설이요(看話禪是新說), 지관선은 부처께서 설한 옛 설이지만 우리 전통으로는 신설이니(止觀禪是舊說), 신설이라 구설이라 하는 것은 말하는 이의 관점이나 시점에서 본 것일 뿐(新說卽時舊說)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舊說亦是新說 是二無別意)
“매서운 추위가 뼛속에 사무치지 않으면 어떻게 매화향기가 코를 찌르랴”고 읊은 황벽(黃檗)스님의 말처럼 고삐 끝을 붙잡고 밑이 드러날 때까지 한바탕 일을 치러서 마침내 고요해질 때까지 정진하면 그 때 비로소 뭐 따로 공부할 것이 없다고 하는 소리도 귀에 들어올 것입니다.
석 달 구순을 한길로 정진해 보시기 바랍니다.
庚寅年 四月 十五日
太古叢林 仙巖寺 方丈 慧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