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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종교는 우주적인 종교가 될 것이다. 그것은 인간적인 하나님을 초월하고, 교리나 신학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자연의 세계와 정신적인 세계를 모두 포함하면서, 자연과 정신 모두 경험에서 나오는 종교적인 감각에 기초를 둔 것이어야 한다. 불교가 이런 요구를 만족시키는 대답이다. 만일 현대과학의 요구에 부합하는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곧 불교가 될 것이다.”
20세기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불교에 대해 이같이 언급하며 과학적 탐구의 동기가 되는 우주관이 종교에 들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관측천문학의 대가 이시우 박사(74ㆍ前 서울대 천문학과 명예교수)도 최근 펴낸 <붓다의 세계와 불교 우주관>에서 “불교는 다른 종교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을 포함한 우주 만물에 대한 진리를 펴 보이는 현대의 첨단우주과학시대에 가장 알맞은 종교”라고 말한다.
책에서 이시우 박사는 초기경전에 있는 부처님의 진실한 말을 통해 인간 붓다의 위대한 인생관과 과학적 동기를 부여하는 그의 우주관을 살폈다.
부처님은 “슬픔을 거두고 잘 들어라. 하늘에서나 땅에서나 죽지 않는 것은 없다. 인연 따라 생긴 것은 변하고 바뀌지 않은 것이 없다. 죽지 않고 변하지 않게 할 수 없느니라”고 말했다. 이시우 박사는 이를 생주이멸(生住異滅)과 생명평등사상으로 해석한다. 인간들처럼 하늘의 별들도 태어나 지나다가 죽어 없어지는 우주만물의 원리를 따른다.
이 박사는 또 우주를 육상원융(六相圓融)의 교리로 해석한다. 자연에 있는 구성원들 사이의 역동적인 연기관계에서 각 구성원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존재하면서 자신의 특성에 가장 알맞은 임무를 무위적으로 조화롭게 수행해가고 있다는 것.
이시우 박사는 “이처럼 자연의 사물이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가장 안정된 조화로운 상태에서 진화하면서 모두가 평등성과 보편성을 지니는 육상원융을 이루어 간다”며 “유기적인 계층적 집단을 이루는 별의 세계에서는 긴밀한 연기관계를 통해서 전체가 하나이고, 하나가 전체인 상즉상입(相卽相入) 상태에서 원융무애한 육상원융을 이루어가고 있으며, 이것이 곧 조화로운 중중무진의 화엄법계다”고 설명한다.
이 박사는 이 밖에 불교의 우주관으로 무시(無始) 이래로 우주의 수축과 팽창이 연속적으로 순환하는 ‘진동 우주론’, 우주 내 만물은 상호 의존적 연기관계를 이루면서 진화하므로 항상 외부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영향을 받는 ‘계층적 집단형성’과 물심연기법(物心緣起法)을 천문학적 세계관과 비교한다.
흔히 한국불교를 단순한 심법(心法)이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불교가 인간중심주의에 빠진 타종교와 다른 점이 하나도 없게 된다. 이 박사는 “오늘날 불교는 부처님의 우주관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좁디좁은 인간의 마음에만 관심을 두고 신앙불교와 수행불교라는 인불사상(人佛思想)쪽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첨단우주과학이 지향해 갈 방향이나 지구환경과 생태계의 심각한 위기에 대응해야 할 방법에 대해 불교가 대처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지금까지 불교는 지나치게 유심사상에 안주해 오면서 자연ㆍ사물과의 연기관계를 경시해 왔다”며 “오늘날 병든 지구를 치유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생명평등사상을 지닌 불교우주관을 바르게 인식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책에서 강조한다.
<붓다의 세계와 불교 우주관>은 이시우 박사가 불교TV에서 24회에 걸쳐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했다. 부처님의 가르침뿐 아니라 △천문학의 세계 △우주의 구성 △이웃법계-암석ㆍ목성 행성 등 천문학적 지식도 함께 배울 수 있다.
“종교가 없는 과학은 불구자이고, 과학이 없는 종교는 맹목적이다”는 말을 남긴 아인슈타인의 ‘이상적인 종교관’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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