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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봄, 부산 범어사였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나뭇가지에 초록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나란히 서있는 가지 하나는 아직 잎을 틔우지 못하고 있었다. 나무도 생각이 많은 걸까, 생각했다.
저녁놀이 발갛게 금정산을 물들이고 지나갈 때 어디선가 까치들이 날아와 앉았다. 잠시 날아갔던 나무의 ‘생각’들이 다시 날아와 앉는 것처럼 보였다. 이 생각 저 생각에 나무가 무거워 보였다. 종루에서 종이 울렸고 날아든 종소리에 까치들은 모두 날아갔다.
다시 종루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나뭇가지에 종소리가 걸려있었다. 생각이 많은 것은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