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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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바뀌어야” vs “전통강원 지켜져야”(종합)
4일, 조계종 교육원 승가 기본교육기관 조정안 공청회서 보수ㆍ개혁 대립

전통강원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승가 기본교육기관 조정안을 두고 종단 여론이 찬성과 반대로 갈라지고 있다.

기본교육과정 교과개편안과 맞물려 기존 전통강원 존폐와 표준화된 기본교육으로 이어지는 조정안을 두고 분열된 찬ㆍ반론은 쉽게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봉은사 사태로 종무행정에 타격을 입은 제33대 집행부로서는 교육원의 교육개선안마저 소통부재를 이유로 일선 교직자 등의 반발에 부딪힘에 따라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이 5월 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승가 기본교육기관 및 전문교육기관 조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는 기본선원장 지환 스님, 중앙승가대 총동문회장 원정 스님, 송광사 주지 영조 스님(이상 반대), 범어사 주지 정여 스님, 동국대 상임이사 성관 스님, 중앙종회 의원 주경 스님(이상 찬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행사는 기본교육기관 조정 등 교육원의 교육개선(안)으로 빚어진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소통 뿐임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교육원 측은 원철 스님이 발표한 조정(안)에서 기본교육기관 조정 이유를 △출가자수 감소 △과다한 지방승가대학 수 △기본교육기관으로 부적합한 동국대 △기본교육 중복 이수 폐해 심각 △기본선원의 미흡한 운영 현실 등으로 꼽았다.


#출가자수 감소 대비해야…원철 스님은 “매년 배출되는 예비승(사미ㆍ사미니)는 300명 선인데 이를 대상으로 한 기본교육기관은 23개로 적정 학인 수를 충족하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있다. 10년간 절반 수준인 출가자수의 감소 추세를 보면 현 지방승가대학 숫자를 유지하는 것은 모든 교육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해 공멸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중앙승가대와 기본선원의 사미수가 사미니 수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과 10년간 여 행자수의 감소 추세가 70%에 이른 것도 근거로 제시됐다. 또, 중앙승가대는 한해 입학 정원의 절반 남짓인 60~70명만 입학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원철 스님은 “(중앙승가대학을 비롯해) 지방승가대학의 경쟁력이 혁신적으로 향상되지 않는 한 사미 지방승가대학 학인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미니 지방승가대학도 향후 학인 확보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토론자 의견>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출가자 감소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정여 스님은 “요즘 금쪽보다 귀하다는 행자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해 이유를 물으니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고 답했다”면서 “젊은 이들이 왜 출가를 하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라고 말했다.
원정 스님은 “출가자 수 감소를 전제로 대비해 구조조정만 할 것이 아니라 종단이 출가자 유치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승가대학 수 너무 많아…지방승가대학의 교육여건이 취약한 원인은 종단 예산 규모에 비해 대상기관 숫자가 많기 때문으로 지적됐다.
원철 스님은 “2005년 승가교육제도개선위원회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다수인 22.8%가 ‘일정기준을 갖춘 교육기관수로 조정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종단은 수차례 종령 개정을 통해 지방승가대학의 최소 기준을 조정해 왔다. 승가대학령이 제정된 1996년에는 학년별 정원 12인 이상 총 정원 50인 이상이던 학인 정원은 1997년 개정에서는 학년별 정원 7인 이상 총 정원 30~80명으로 조정됐다. 이후 2009년 개정에서는 일부 승가대학으로 학인스님이 몰려 다른 승가대학이 정원 미달된다는 지적에 따라 학년별 정원 5~40인 총 정원 20~160인으로 조정했다.
원철 스님은 “2005년 설문결과에서 응답자 중 30%가 강원 학년별 적정 학인 수를 11~15명으로, 응답자의 28.5%가 16~20명이라고 답했다”며 “기본교육기관을 적정수로 줄이면 예산을 집중 투입해 교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 의견>

찬성=주경 스님은 “출가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에서 학인스님이 부족해 물지적으로 현재의 강원을 운영할 방법이 없다. 전문교육기관 설립이 강원조정에 따른 대안이다”라고 말했다.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인은 “불교가 소수종교가 된 것은 교육제도 탓이 크다. 교육기관 조정 통폐합 등 교육개혁은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라면서 “불교가 낙후되는 것을 방치해도 좋다면 현재의 제도를 고집하라”고 주장했다.

반대=구조조정으로 기본교육이 획일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또,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의 통폐합을 우려하는 목소리로 컸다.

지환 스님은 “수준 높은 수행자 양성을 위해서는 출가자의 개성에 맞춘 맞춤교육이 중요하다. ①동국대, 중앙승가대는 학문 중심의 대학교육을 담당하고 ②전국 강원은 승가전통교육의 중심이 되고 ③기본선원은 선 수행 중심의 체계적인 이론 교육을 담당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정 스님은 “강원 통폐합 후 대안으로 전문대학원을 신설하겠다는 안은 학인의 질적 수준 저하를 우려케 한다”면서 “각 기본교육기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고 말했다.

효원 스님(중앙승가대 1기생)은 “50억 뿐인 종단 예산의 일부를 중앙승가대에 지원하는 것이 부담된다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으면 된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사이버 원격대학 등 수익모델을 찾을 고민을 해야지 지출을 고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덕문 스님(영축율원장)은 “교육원 안 중에 ‘~개 정도 설립되는 것이 적정한 숫자일 것이다’라는 표현은 대단히 위험하다”면서 “필요한 학문이라면 1~2명 뿐이라고 해도 존속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훈 스님(쌍계사 주지)은 “전통은 다른 곳에 없지만 우리가 갖은 것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웃종교와 비교했을 때도 불교의 강원 문화는 유일하다. 기본교육은 전통강원 형식대로 두자”고 말했다.

영조 스님은 “교육의 질만 우선하다보면 승가 고유의 습의 등을 소홀히 하기 쉽다. 집단생활을 통한 학습효과도 염두에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지난번 교육원의 교과과정 개편안을 보니 학인스님들이 강의만 듣다가 강원생활 하루가 다 가게 생겼더라”고도 말해 교육원의 교육개선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확실히 했다.


#동국대 기본교육기관으로 부적합…원철 스님은 “동국대는 교육내용과 환경이 출가승려의 예비승 교육과정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재가학생과 함께 생활하는 대학 특성 상 승가교육기관으로서의 교육내용과 환경은 비비돼 있다는 주장이다.
스님은 “2005년 설문결과, 동국대와 중앙승가대학의 개선사항으로 ‘대중생활 강화’(26%) ‘계율ㆍ습의 강화’(24.4%)가 지적됐다”고 말했다.

토론자 의견>

반대=성관 스님은 “동국대 종비생의 기본교육과정 제외는 안된다”면서 “학제간 통섭이 추세인 학문 연구 경향으로 비춰봐도 동국대 등에서 이뤄지는 제도권 교육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스님은 “동국대 종비생의 백상원(스님 기숙사) 생활이 결코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종비생의 습의가 문제된 적도 없다. 동국대가 건학이념 구현 차원에서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종비생을 키우고 있는 것을 감안해 (동국대의 기본교육기관 제외는)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철 스님은 “출가자 중복 이수에 대한 지적이지 종비생 제도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기본교육 중복 이수 폐해 심각…지방승가대학 졸업한 학인스님이 다시 동국대와 중앙승가대학으로 진학하는 수가 많은 것(2010년 4월 현재 172명)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원철 스님은 “한 스님이 4년 과정의 기본교육과정을 중복 이수하며 8년을 소비하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며 “출가자 감소와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종단 현실상 기본교육을 8년이나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기본교육을 중복 이수하는 스님들로 인해 지계구분에 의한 위계 대신 학번에 따른 위계가 관습화돼 승가 고유의 위계질서를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 의견>

찬성=주경 스님은 “사회교육에서는 사교육이 문제로 지적되지만, 승가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중복교육이다”라며 “출가자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같은 교육에만 치중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동국대, 중앙승가대 학번이 승납에 우선하는 상황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원경 스님(중앙승가대 총동문회 사무처장)은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의 교육환경이 다른데 일방적으로 획일화한 경향이 있다”면서 “종단 예산이 중앙승가대 등에 지출되는 것을 과다지출로 볼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철 스님은 “기본교육기관을 2개 이상 졸업했을 때를 가정해 한 교육기관에서 충분하게 교육적 수요가 이뤄진다면 될 일이라는 관점에서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선원은 기본교육기관으로 부적절…간화선을 종지종풍으로 한 조계종단의 기본교육기관인 기본선원이 기본교육기관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 기본선원에는 한해 30여 명의 학인이 입방하고 있다.
원철 스님은 “기본선원의 교과안거가 정규과목이 아닌 특강 형식으로 1년에 2개월 남짓(봄ㆍ가을) 밖에 되지 않아 교육이 불충실하다. 선어록 중심의 교재는 전문교육기관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해제 시 교육기관으로서 기능이 장기간 상실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기본선원에 관한 허술한 학사행정 관리도 기본선원을 부적절한 기본교육기관으로 만든 원인으로 꼽혔다.
원철 스님은 “현재 기본선원 학인은 8안거를 이수하고 있다. 안거 중 연수과정을 일반선원에서 이수하고 있어 기본선원 사미에 대한 지도ㆍ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하다”면서 “사미의 경우 휴학자가 26.3%(35명)에 달해 휴학자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스님은 “2005년 설문결과에서 응답자의 24.6%가 ‘수좌의 지도능력 향상’으로 기본선원의 개선할 사항을 꼽았다”고 인용해 기본선원 교수진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토론자 의견>

찬성=주경 스님은 “1만 여 출가자 가운데 2000여 명이 선방을 다니고 있다. 이들은 수좌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종단 현실은 구성원의 20%가 수행자로 남는 것을 감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지환 스님은 “기본선원에서는 결재 중에도 매일 1시간 교과학습을 하고, 해제 중에는 매일 2시간 교과학습을 한다”면서 “실참 중심의 선원 특수성에 대해 교과목의 차별이 없다는 교육원 지적은 잘못된 것”이라 반박했다.
스님은 “기본선원은 초기불교 시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실참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기본교육 개선의 핵심은 (획일화된 구조조정이 아니라) 불교 위상을 높이는 실질적인 방안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도간 소통의 중요성 재확인
교육원장 원응 스님은 기조발언에서 “6월 중 기본교육 교과과정 개편안과 교육기관 조정안과 관련해 수차례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영조 스님은 “일선 교수스님 등의 의견 청취가 중요하다”면서 “공청회는 주최측 의도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으니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펼칠 장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혜 스님(쌍계사 선원)은 “공청회에 피교육자인 사미ㆍ사미니도 참석했어야 했다”면서 “지난번 강사스님들이 교육원의 의견 듣지 않고 성명서만 발표하고 나선 것도 결국 교육원의 소통 부재를 반증한 예”라고 지적했다.

성관 스님은 “승가교육 개선안이 실현되려면 소통을 통한 정서적ㆍ현실적 합의, 모두의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이성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전문교육기관 설립에 우선해 전문화된 교수 양성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 교육원의 기본교육 개선안은 구조조정 대상인 강원 실무자ㆍ출신자, 동국대ㆍ중앙승가대 위상 변화 시도에 따른 동문스님 등의 반발 수렴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 이를 위해서는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의 통폐합 문제는 양 기관에 맡기고, 강원 반발은 현 교직자 대책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교육원이 기본선원 정원을 10명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안에 관해서는 조계종 정체성과 관련한 우려가 크다.
글=조동섭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cetana@gmail.com
2010-05-04 오후 8: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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