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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근본적인 변화와 통일은 ‘수행을 통한 깨달음’과 ‘중도를 통한 정토사회 구현’에서 비롯됩니다. 단계적 통일, 대중이 이끄는 중도적 통일을 위한 시민의 깨어있는 자세를 위한 종교계의 사회적 참여가 필요합니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소장 법안)은 4월 27일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를 초청해 ‘한반도 통일을 위한 종교계의 역할’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 백낙청 교수는 남북관계와 민주화의 긴밀성, 시민참여형 통일을 위한 종교계의 주도적 역할을 역설했다.
백낙청 교수는 “한반도 통일과정은 민주화, 내부개혁문제와 맞물려있기 때문에 특별한 통일운동이 필요치 않다. 종교계의 4대강 반대운동과 같은 민주화의 길이 바로 남북관계 개선, 통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낙청 교수는 세계적인 냉전체제 종결과 동시에 분단체제의 불안과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 대해 “미국과 북한의 대립, 남북분단체제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세력의 적대적 상호의존ㆍ공존관계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4대강 사업 등 소수의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내고 있는 현 정권의 반민주적 정치, 대북강경책은 민주주의에 거슬러 나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백낙청 교수는 한반도의 통일은 점진적이고 단계적 통일, 중간단계를 거치는 통일을 실현할 것을 주장했다. 백 교수는 “베트남의 무력통일, 독일의 금력(金力)통일, 예맨의 담합통일과 같이 단번에 하는 통일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낙청 교수는 “6ㆍ15 공동선언 제2항에서 남쪽에서 말하는 남북연합제, 북쪽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사이의 공통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으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갈 것을 애매모호하게나마 합의했다”며 “애매한 가운데서도 한 가지 명백한 것은 단번에 통일하지 않고 중간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대중이 참여할 길이 열린 것, 민주적인 통일방식, 보통사람들의 이익에 부합되는 통일사회를 건설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단계적 통일에 따르는 일반 시민의 참여는 국민 개개인의 깨어있는 자세와 수행정신을 강조했다. 백낙청 교수는 “‘마음공부’가 필요하다. 의지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마음공부는 지혜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덕통일에는 엄청난 법력이 필요하다. 대중들이 통일을 점진적으로 이끌어 가기위해서는 대중 자체가 수행, 공부하는 대중이지 않으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수행과 공부로 대응해야한다. 단순논리로 대응하면 곤란하다. 세상의 흐름에 분개해 깨부수겠다는 것은 스스로 치심, 진심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무조건 MB에게 책임을 돌리고, 신자유쥬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은 묘하게 면죄부를 주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교수가 강조하는 마음공부는 혼자서 수양하고 도통한 뒤 그때부터 세상을 바꾸기 시작하는 공부가 아니다. 백 교수는 “처음부터 세계사업을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병든사회를 바꾸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해나가는 원만한 공부”가 바로 이 시대에 모든 시민에게 필요한 마음공부라고 설명했다.
백낙청 교수는 불교적 중도의 자세도 강조했다.
“진보ㆍ보수, 통일ㆍ반통일세력 같은 이분법은 현실에 맞지도 않고 국민의 동의도 얻기 힘들다.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변혁적 중도사회다. 좌우의 단순논리를 넘어 중도를 찾아야 하며 중도노선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힘을 합해야한다. 중도란, 유무에 집착하지 않는 것, 한국사회의 편벽, 편향된 사고나 노선을 하나씩 비판하면서 공유하는 사람이 늘어나 중도세력이 커졌을 때 한국사회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 편향된 정부의 자세와 국민들의 탐욕, 오만을 지적했다. 백 교수는 “4대강 사업과 같이 국토를 완전히 뒤바꾸는 일이 보수인가? 현 정권은 보수정권도 중도실용정권도 아닌 괴물스러운 정권이다. 어떤 괴물인지 연구를 해서 대응해야 한다”며 “오만한 자세가 이명박 대통령만의 것인가? 우리가 뽑은 괴물에 대한 인식과 참회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