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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육원이 개최한 승가 기본교육 개편안 공청회가 전국 강원교직자 스님들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짜리 공청회로 진행됐다.
전국강원교직자연합회(회장 법광, 이하 연합회)는 4월 30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공청회 시작 20여 분 전에 ‘소통 없는 공청회는 인정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모두 국제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연합회는 성명서에서 “교육원의 승가 기본교육과정 개편안은 일방적ㆍ획일적 교육개편으로 교육의 하향평준화와 교육백년대계를 졸속으로 처리하는 세간의 잘못을 따르는 것”이라며 “승가 기본교육을 서구식 교육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교육원의 개편안은 조계종지를 체득해 정체성을 확립시킨다는 종단 가풍과 거리가 멀고 교육현장에 대한 심층적인 고려 없이 일방적 행태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합회는 “대부분 대승경전이 한문텍스트인 환경에서 한문교육은 조계종 승려라면 당연히 갖춰야하는 기본 소양”이라며 “교육원이 교과과정 개편안에서 밝힌 교재의 한글화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고 각 기본교육기관의 장점을 무시한 획일적인 개편안”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기조연설에서 “여러 의견을 묻고 교육과정을 다듬어 더 좋은 안을 만들기 위한 공청회에서 교수스님의 말씀을 듣고자 했다”며 “교수스님을 대상으로 자리를 마련했음에도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게 된 것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종단교육원이 개편하고 공청하는 과정에서 상의와 논의 없이 일방적이라고 한다면 전통 강원 교직자 스님들이 개편안에 제시한 의견은 기본교육과정에 넣어 가다듬겠다”고 말했다.
공청회에는 조계종환경위원회 위원장 주경 스님 사회로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 스님, 동국대 보광 스님, 중앙승가대 본각 스님, 송광사 강사 무애 스님, 해인사 승가대학장 법진 스님, 동화사 前 승가대학장 해월 스님, 윤창화 민족사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무애 스님을 제외한 패널들은 교육원의 개편안에 찬성하는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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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 스님은 “전통강원 전통승가대의 장점이 많지만 이 장점만으로 얼마나 유지가 될 것인지 살펴 300년된 교과과정은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종단과 대학 재단간의 의지”를 강조하고, 전통강원을 제도권 편입, 사이버대학을 설립해 전통교육과 현대화된 교육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본각 스님은 개편안을 적용할 대상에 대한 이해, 가르침의 내용을 습득하지 못하는 수행자,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출가자, 출가자 수가 급감하는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이 개편될 것을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한글화는 적극 찬성한다. 한글화 하되 대장경을 볼수 있는 끄나풀을 놓치 않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애 스님은 한글 위주의 교육개편안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스님은 “한글화로 이루어진 한역불전을 전문화된 사람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볼 것인가? 전통강원의 전문화된 번역, 언어능력 향상의 장점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강원교육을 전문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육부장 법인 스님은 공청회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교육원이 소통하지 않았다는 강원교직자스님들의 주장은 억측이다”라며 “5월 4일 공청회에서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뒷말만 무성했던 승가교육 개선안에 직접적인 반발이 드러난 것에 대해 교육원 집행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