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가 스님은 달마 대사에게 “스님, 저는 마음이 불안합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달마 대사는 “그 불안한 마음을 가져오시오. 그러면 편안하게 해 주겠소”라고 대답했다. 혜가 스님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마음으로 마음을 구했으나 마음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달마 대사는 “그대의 마음은 이미 편안해 졌다”고 말했다.
보조사상연구원(원장 법산)이 4월 17일 동국대에서 개최한 제90차 정기 월례학술대회에서 묘경 스님(동국대 박사과정)은 ‘보리달마와 대승 안심사상’을 주제로 발표했다.
묘경 스님은 “부처님ㆍ보리달마 등 역대조사들의 수많은 가르침 모두가 안심입명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보리달마의 안심사상은 중국불교 교학의 핵심인 반야사상을 중심으로 중생들에게 ‘안심입명(安心立命)’의 삶을 살아가게 했다”고 말했다. 안심입명은 여타 교학사상을 아우르고 번잡한 불교수행의 체계를 단순화 시킨 부처님이 전하고자 했던 본질이었다는 설명이다.
묘경 스님은 “인간의 마음은 사고 작용이고 사고는 기억의 반응이며, 기억의 반응은 다름 아닌 내면 경험의 표출이다. 마음이란 바로 내면 경험의 표출이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선정이나 명상을 실천함으로써 몸과 마음이 경쾌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민감해지는데 이것은 진리에 도달하는 중요한 힘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것을 “우리 자신을 구속하는 내면 경험의 흔적을 제거함으로써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번뇌가 없는 자유로운 상태를 얻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묘경 스님은 달마 대사와 혜가 스님의 안심법문을 예로 “안심법문의 가르침에는 벽관의 실천과 연기법의 자각, 그리고 반야공의 지혜가 녹아들어있다”며 “달마와 혜가의 안심법문은 단순한 심리적 치료로서의 종교성을 띠는 것뿐만 아니라 수행의 실천인 좌선의 본질적인 의미도 그 속에 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리달마의 안심사상에는 종교의 본질적 요소와 중국불교의 교학체계, 인도의 실천수행법인 선의 사상이 살아있다.
스님은 “안심입명이란 안심에 대한 확신을 근거로 입명인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는 삶이다. 근본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수행에 철저한 것이요, 대승불교의 견지에서는 보살의 실천”이라며 “‘반야공(般若空)’과 ‘삼매(三昧)·정(定)’ 그리고 ‘안심(安心)’은 사용되는 장소와 용법이 다를 뿐이지 선불교에서의 실질적인 체험의 과정에서는 같은 의미로 귀결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