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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처님 원음이 기록된 범본 경전 등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이 높다. 한자를 거치지 않고 범본 경전을 그대로 한글로 이해하자는 이러한 움직임은 부처님 말씀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접하려는 신심의 발로이다.
이런 가운데 범어 번역을 통해 한역 불전에서 음역(또는 음사)된 단어의 한계를 뛰어 넘는등 범어 번역 작업에 있어 편찬자 자신의 착란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승석 동국대 교수(사진)는 4월 23일 인도철학회(회장 서행정)가 개최한 제30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번범어(飜梵語)의 원어 착란 사례’를 주제로한 발표에서 “음역어 중에는 판각의 오류, 음역의 불일치 등이 큰 장애로 대두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원어에 관한 편찬자 자신의 착란이다”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중국 최초 범어 사전인 <번범어(飜梵語)>와 <일체경음의(一切經音義)> 등 불전 어휘 사전 활용상 유의점을 제시했다.
정 교수가 제시한 사항은 △대체로 출처가 가능한 <번범어>지만 그 중에는 현존의 대장경에 수록돼 있지 않은 행방불명의 불전이나 잡경(雜經)이라는 불특정의 불전이 적지 않게 포함된 점 △불전을 필사하는 과정에 발생한 오기로 간주되는 사례가 잦은 편 △음역어 특성상 동일한 표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표제어로 제시한 음역과 출처에서 구사한 음역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점 △편찬자 착오에 기인해 설명이 원어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등이다.
정 교수는 “중국 최초 범어 사전인 <번범어>는 다양한 오류 또는 착오로 점철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헌은 음역어라는 장애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데 매우 유용한 실습 교재의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승석 교수는 “하나의 불전에서 구사된 음역어는 이역본 등 다른 불전의 용례와 대조해 그 의미를 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