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원의 승가 기본교육과정 개편안은 일방적ㆍ획일적 교육개편으로 교육의 하향평준화와 교육백년대계를 졸속으로 처리하는 세간의 잘못을 따르는 것이다.”
조계종 전국 강원 교직자들이 ‘승가기본교육 교과과정 및 교과목 개편안 공청회’에 앞서 교육원의 개편안을 정면 반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계종 전국강원교직자연합회는 4월 30일 성명서에서 “승가 기본교육을 서구식 교육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교육원의 개편안은 조계종지를 체득해 정체성을 확립시킨다는 종단 가풍과 거리가 멀고 교육현장에 대한 심층적인 고려 없이 일방적 행태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강원교직자연합회는 “대부분 대승경전이 한문텍스트인 환경에서 한문교육은 조계종 승려라면 당연히 갖춰야하는 기본 소양”이라며 “교육원이 교과과정 개편안에서 밝힌 교재의 한글화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고 각 기본교육기관의 장점을 무시한 획일적인 개편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국강원교직자연합회는 이론만 앞선 일본불교를 예로 “단순한 지식의 습득은 부처님 말씀을 팔아먹는 직업적 성직자는 만들 수 있어도 계정혜 삼학을 갖춘 수행자를 만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강원교직자연합회는 “교육원은 몰아붙이기식 교육행정 추진을 그치고 전국강원교직자연합회와 공개적으로 함께 지혜와 원력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교육원의 공청회는 이날 오후 2시에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전국강원교직자연합회의 성명서 전문.
조계종 교육원이 제시한 강원 교육과정 개편(안)에 대한 전국강원교직자연합회 성명서
조계종 교육원은 최근 강원교육과정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그것의 골자는 학습효과를 위해서 서구식 교육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승가교육법에 명시된 조계종지를 체득하여 정체성을 확립시킨다는 종단의 가풍과 거리가 멀다. 또한 조계종 기본교육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교육 현장에 대한 심층적인 고려 없이 일방적 행태를 보이고 있어 그 문제점을 밝힌다.
원전에 대한 훈고학적 교육방식은 원전 해독 능력과 향후 독자적 공부를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방법이다. 또한 한문교육은 대부분의 대승경전이 한문텍스트이며 불교만이 아닌 대부분의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가 이에 기반 하고 있으므로 한문교육은 대한불교 조계종 승려라면 당연히 기본적으로 갖추어야만 하는 기본 소양이다.
전통 교과목의 교재를 모두 한글화한다는 발상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고 각 기본교육기관의 장점을 무시한 획일적인 개편(안)이다. 승가교육은 우리종단의 최대역점불사이자 교육원 수장이 바뀌면 교육정책도 바뀌는 조령모개(朝令暮改)식 불사가 아닌 교육백년대계이다. 바깥세상도 지양하는 일을 승가안에서 일선 소임자와 소통없이 진행되는 현실이 매우 우려된다. 특히 역경불사는 수많은 세월과 노력이 필요하며, 그러한 번역 능력자를 기르기 위해서도 원전 공부는 오히려 더 강화되어야 한다. 지금 세속에서 한문 고전을 번역하기 위해서 ‘고전번역원’을 설립하고 국가적인 지원으로 번역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번역자 양성을 위해서 한문 교육이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승가 교육은 많은 것을 듣고 이해하는 수준의 교양 지식적 교육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원전의 깊은 내용을 반복된 숙지와 훈습을 통해 분명하게 의미를 체득하고 자기 수행의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단순한 지식의 습득은 부처님 말씀을 팔아먹는 직업적 성직자는 만들 수 있어도 계정혜 삼학이 갖춰진 수행자를 만들 수는 없다. 이론 추구에 따른 불교의 모습은 일본불교의 현실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불교이론 정립보다 행이 따르지 못하는 데 있다.
교육원이 제시한 교육과정은 거의 대부분 이미 중앙승가대와 동국대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육과정이다. 학인 양성 방법에 대해 다른 장점을 가진 전통강원에서까지 전통적인 교과과정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교육방식을 강요한다면 교육의 하향평준화는 물론 교육백년대계를 졸속으로 처리하는 세간의 잘못을 따를 뿐이다.
이에 오늘 공청회와 같이 소통없는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교육개편의 재발방지를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오늘 공청회는 강원 교직자의 참여와 소통없이 교육원 일방의 의견을 관철하려는 요식행사에 불과하므로 인정할 수 없으며 차후 획일적인 전체 교과과정 개편이 아닌 강원 교과과정 개편(안)을 분리하여 전국강원교직자연합회와 재논의할 것을 요구한다.
2. 교육원의 일방적이고 몰아붙이기식 학사행정 추진은 반대하며, 전국강원교직자연합회와 공개적으로 함께 지혜와 원력을 모아 전체적 틀 속에서 현실에 기반을 둔 안을 도출해 낼 것을 요구한다.
불기 2554(2010)년 4월 30일
대한불교조계종 전국강원교직자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