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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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속의 문화읽기-9. 김해 은하사(銀河寺)-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지
건달들의 템플스테이, “형님, 여기는 절입니다!”
“스님들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이러면 절대 안 되지요.”
“큰스님한테 이르기 없깁니다.”
“피차 마찬가집니다.”

산사의 숲에서 스님들과 건달들이 뒤엉켜 한바탕 패싸움을 하고 난 후 건달 두목과 스님이 숨을 헐떡이며 나눈 대화다. 경을 칠 일이다. 다행히 영화의 한 장면이다. 박신양, 김수로 등이 나오는 영화는 2001년에 개봉한 ‘달마야 놀자’다. 제목도 경을 칠 일이다. 감독은 영화의 대부분을 은하사에서 찍었다.

영화에서 보았던 낯익은 풍경들이 다가왔다. 은하사의 역사는 한국불교 역사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은하사는 서기 42년 가야국 김수로왕 때 인도에서 건너온 허황후의 오빠 장유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오는데, 공식적인 한국불교의 역사인 ‘고구려 소수림왕 2년, 서기 372년’보다 300 년이나 앞서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의 역사는 가락국시절의 불교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삼국유사 3권 ‘어산불영’ 편에 나오는 김수로왕의 이야기 속에는 이미 불교가 존재하고 있어 가락국 시대의 불교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삼국유사의 기록이 사실이라면 한국불교의 역사는 300년을 더해야 한다. 아무튼 은하사는 아직 역사의 바깥에 있고, 그 절 안에는 건달들이 들어와 있다.

“여기 오야붕 나오라고해”
사고치고 숨을 곳을 찾아 헤매던 건달 다섯이 절에 들이닥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큰스님을 ‘영감님’, ‘스님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건달 두목 재규에게 큰스님이 묻는다.
“그래, 너희들이 원하는 게 뭐냐?”
“더두말구 일주일만 여기 있겠습니다.”
가락국의 고찰 은하사에서 전대미문의 템플스테이가 시작됐다.

가락국의 은하사는 아수라장이 됐다. 불사에 쓸 기왓장을 쌓아놓고 격파연습을 하고, 대웅전 마당에서는 축구시합이 벌어진다. 법당에서 내온 종으로 축구 골대를 만들고, 법당 앞에 서있는 석등은 야간용 해우소가 돼버렸다. 보다 못한 대중 스님 네 분이 건달들을 몰아내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역부족이다.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 스님들과 건달들을 지켜보던 큰스님은 할 수 없이 스님들과 건달들에게 문제를 풀어내는 쪽의 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스님이 낸 문제는 ‘밑 빠진 독에 물 채우기.’ 제한 시간 10분.
스님들과 건달들이 깨진 항아리를 들고 이리저리 난리를 치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은 채워지지 않는다. 시간이 임박해 왔을 때, 두목 재규는 갑자기 “항아리 들어!”라고 소리치며 부하들과 함께 항아리를 들고 연못으로 달려간다. 연못 앞에 선 재규는 밑 빠진 항아리를 연못 속에 던진다.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이 가득 차 철철 넘쳐흐른다. 뒤따라온 노스님이 빙긋이 웃으며 돌아선다.

‘달마야 놀자’는 기존에 무겁게 만들어진 불교영화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영화다. 엄숙한 종교의 색채 없이 장작더미에 장작을 던지듯 가볍게 던지는 대사와 자연스러운 웃음 속에서 불법과 인연법을 그려간다. 건달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들 속에 숨어 있던 본연의 모습을 조금씩 보게 되고, 스님들도 조금씩 드러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수행자로서의 마음을 점검하게 된다. “청명아, 중은 말이야 자기 수행만 열심히 한다고 성불하는 게 아니다.”

큰스님이 열반에 들었다. 재규는 열려진 문틈으로 큰스님의 빈자리를 바라본다.
“스님, 저희를 이렇게 감싸주는 이유가 뭡니까?”
“너, 밑 빠진 독에 물을 퍼 부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채웠어?”
“그냥 항아리를 물속에다 던졌습니다.”
“나두 밑 빠진 너희들을 그냥 내 마음 속에 던졌을 뿐이야.”

건달들의 템플스테이는 끝이 났다. 날치는 머리를 깎았다. ‘무량’이란 법명을 받았다. 삼국유사의 가락국 수로왕이야기에서도 독룡을 도와 나라의 농사를 방해하며 살던 나찰녀(羅刹女ㆍ사람 잡아먹는 악귀)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계를 받아 독룡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된다. 불상 밑바닥의 ‘메이드인 차이나’를 보고 ‘부처님은 중국사람’ 이라고 말하던 건달들이 공손하게 합장을 하고 절을 나선다.

아직 비밀을 풀지 못한 가락국의 절 은하사. 신어산의 바위벽들이 저녁놀에 지그시 눈을 감는다. 산을 넘어가는 저녁놀이 뒤를 돌아본다.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쉬지 않고 말해주고 있건만 언제 쯤 그 말을 알아들을까.
글ㆍ사진=박재완 기자 | wanihollo@hanmail.net
2010-04-28 오전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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