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드시 이루겠지만, 만약에라도 봉은사에서 새로운 불교 모습을 이루지 못한다면 점차적으로 내 몸에 피ㆍ고름 묻히더라도 종단 부조리와 불합리한 모든 행위들 배를 가르겠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4월 18일 봉은사 법왕루에서 봉행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해지를 위한 여섯 번째 법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가사를 입지 않고 법석에 오른 스님은 1시간 여 동안 총무원 측과 안상수 원내대표 등 위정자들에 대해 비아냥과 조롱 섞인 어조로 법문을 진행했다. 스님은 법문 전반부는 17일 조계사에서 봉행된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를, 후반부는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철회와 관련한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스님은 법문의 대부분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계속된 거짓말과 유인촌 장관 등 위정자들을 비판하는데 할애했다.
명진 스님은 11일 일요법회서 제기했던 자승 스님의 이명박 대통령 선거활동 의혹에 관해 “자승 스님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건배사를 했던 것은 힐튼호텔이 아니라 롯데호텔이며, 시기도 대선 직전이 아니라 1년 전이다”라고 밝혔다.
| |||
#“조계사 행사 불참 압박 있었다”
명진 스님은 “17일 조계사 수륙대재에 봉은사 신도 600여 명이 참석했다. 나도 주지로서 조계사 행사에 참가했지만 중간에 나왔다”며 “봉은사 신도들과 총무원 쳐들어 갈 것 염려했는지 ‘명진 스님이 참석하면 총무원 측에서 총무원 셔터 내린다고 하더’라며 분위기가 험악해질지 모르니 행사에 오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주지 취임 후 1000일 기도를 하면서 대중공양, 성지순례 등 신도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기도도 끝났고 신도 600명이 가는데 주지가 함께 가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신도들에게 얼굴만 비추고 자리를 피했다”고 설명했다.
명진 스님은 “11일 일요법회에서 밝혔던 것처럼 조계사 행사 참석 후 한나라당에 안상수 원내대표를 만나러 가려했는데, 오지 말라는 간청이 있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스님은 “남한강 멸종 희귀종 서식지를 4대강 사업 포크레인으로 갈아 엎었다”면서 “방해가 될 바에는 차라리 없애 버리고, 죽여 버리자는 잔인한 행위가 강을 살린다는 미명하에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명진 스님은 “법정 스님 49재 얼마 남지 않았다. 법정 스님 추모는 제사에 참석하고 무소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는 비윤리적인 행동 막는데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추모이다”라고 말했다.
| |||
#“안상수 원내대표 거짓말 하지 맙시다”
명진 스님은 “윗분까지는 거론하지 않더라도 안상수 원내대표는 더 이상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고 자승 총무원장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분명히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스님은 최근 불교포커스 등에 공개된 안상수 원내대표의 수첩 내용을 인용하며 안상수 원내대표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안상수 원내대표가 3월 31일 대통령 만난 후 수첩에 ‘봉은사 사태는 신경 쓰지…’ ‘사태 끝나고 술 한잔’이라고 적힌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다. 이런 대목 보며 분노ㆍ허탈감 안치밀어 올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무슨 죄를 졌길래?”
명진 스님은 “진실된 종교라면 제멋대로 제 욕망만 채우려는 야수성을 꾸짖어야 한다. 그래야 혼탁한 사회의 종교 역할 제대로 하는 것”이라며 “법정 스님의 무소유 가르침이 절 집안의 시비에 가려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불교를 혼탁한 싸움터로 만들어왔다는 비난 받을 때마다 가슴 찢어진다. 내가 무슨 죄를 졌냐”고도 말했다.
스님은 “4대강 개발 사업 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는 비합리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며 “소통은 위압과 권위로 변해버렸다. 존중 배려보다 절차, 정당성만 강조한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인혁당 사건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윤수 前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문화예술단체장들을 절차와 정당성만 따지며 교체했다가 최근 해임 무효 판결이 잇따르는 것을 총무원의 봉은사 직영사찰 직영 전환에 빗대어 설명했다.
스님은 “강압적으로 자기 의지만 강조시키려는 야만적 행태가 정치권, 종단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권으로 회유하고 밀실에서 밀통ㆍ야합하면서 이뤄진 일을 의결 절차만 기계적으로 지켰다고 해서 정당하다 주장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주장했다.
#“무소유 바로 안다면 나를 말리지 말라”
명진 스님은 “봉은사 사태가 있은 후, 내게 ‘수행자, 선방 수좌가 걸망 지고 훌쩍 떠나면 되지, 무엇 때문에 세상을 시끄럽게 하느냐’며 비난이 많은 것 알고 있다. ‘법정 스님 무소유 정신 따라 조용히 좀 살라’고 한다. 이런 말 수없이 들었다”며 “그런 분들에게 과연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어떻게 이해했는가를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스님은 “부조리 비판 않고도 목탁이나 치고 있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인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 |||
#“봉은사 통해 불국토 이루겠다”
명진 스님은 “부처님 나라는 아득한 먼 땅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땅, 이 순간 이 자리가 불국토가 돼야 한다. 중생의 눈물ㆍ괴로움ㆍ슬픔이 있는 이 곳이 불국토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진실과 신뢰로써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라’는 석가모니 부처의 가르침은 바로 이 자리 이 현실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 그런 세상 이루기 위해 온 몸을 다 던져 한 발 한 발, 모진 바람 불고 어떤 고통 시련 따라도 굴하지 않고 나가겠다”며 봉은사에 강한 애정을 보였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 직영전환 철회를 위한 법회를 이제 그만하고, 일요법회 주제였던 <전심법요>를 갖고 강의하고 싶다”며 “다음 주에는 ‘제3자가 바라보는 봉은사’를 주제로 종단의 양심 있는 스님을 모셔서 일요법회 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봉은사 입구에는 “거짓말을 하지 맙시다”라는 플랭카드가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