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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서 출판은 부처님 가르침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포교사업이다. 포교적 가치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대부분은 “내적ㆍ경제적으로 열악하다, 인적자원이 없다, 풍부한 필자가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일색이다. 하지만 불교출판업계 관계자는“불자들의 독서문화 풍토도 한 몫하지만 열악한 불교계출판시장에서의 출판인의 자세와 전략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불교출판문화협회(회장 지홍)는 불교출판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자 ‘고전과 미래’를 주제로 5주간 특별강좌를 개최한다.
불출협은 ‘고전과 미래’를 주제로 4월 13일~5월 13일 매주 화, 목 오후 7~9시에 동국대학교 충무로 영상센터 신관 101호 세미나실(한옥마을 입구)에서 강좌를 진행한다.
△4월 15일: 미래의 출판은 지식콘텐츠 사업이다(1)(유재건 그린비 대표) △4월 20일: Social Publishing 플랫폼은 무엇인가(김종민 前 청와대비서관) △4월 22일 미래의 출판은 지식콘텐츠 사업이다(2)(유재건 그린비 대표) △4월 27일 종합베스트 1위를 만드는 출판마케팅 전략(김선식 다산북스 대표) △4월 29일 경전번역과 불교한자의 이해(이인혜 역경원 역경위원) △5월 4일 국내외 불교학 연구 동향(김호성 동국대 교수) △5월 6일 일본의 불교, 그리고 불교학(김호성 동국대 교수) △5월 11ㆍ13일 고전에서 미래를 찾는다 (이동철 용인대 교수)의 강좌가 진행된다.
특별강좌 첫 주자인 윤창화 민족사 대표는 ‘불교출판을 성찰한다’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윤 대표는 “좋은 책은 반드시 판매도 잘 된다”며 양서(良書) 출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불교출판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날 강연의 요지다.
#불교출판인은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사도(司徒)
불교출판인은 한국불교에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요? 최소한 종단에 포교원이 생기기 이전(1901~1990)만 해도 일반 사회인과 불자들에게 불교를 알리고 기초적인 지식ㆍ전문지식을 전달한 것은 바로 불서였습니다. 그곳에는 수많은 불교출판인이 있었고 이들은 100년 가까이 불교포교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1930년대 식민지하에서 불교포교에 진력한 사람은 백용성 스님ㆍ안진호 스님ㆍ김대은 스님이었습니다. 이들이 택한 포교 방법은 책을 통한 불교 알리기였습니다.
용성 스님은 1921년 출옥해 불교포교에 일생을 바치겠다고 선언하고 삼장역회ㆍ대각교당출판부를 만들어 약 35종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진호 스님은 만상회를 만들어 불자들에게 불교지식을 심어주었습니다. 대은 스님 역시 불교시보사를 설립해 불교시보라는 신문과 저술, 출판을 통해 불교포교에 앞장섰습니다.
이처럼 불교출판인은 불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성인ㆍ지식인ㆍ문화인이며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사도(司徒)입니다. 일반적인 기업이 이윤추구를 목표로 달리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렇기에 불교출판인은 강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야 합니다. 경제적인 성취를 느끼지 못해 의욕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의미 부여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 불교출판인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상식 이상의 깊은 이해와 불교의 기초교리 이상은 숙지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기초교리 정도는 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 직업ㆍ사회적 관점으로 불교출판업을 하지 말고, 직업과 신앙의 일체를 추구해야만 긍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
또 이런 긍지를 가지려면 너무 금전적인 문제에 좌우되면 안 됩니다. 누군가가 “긍지가 밥 먹여 주나”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어떤 책이든 못 만들 책이 없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불교출판인만의 기업경영철학을 갖자
부처님 말씀, 불교 교양ㆍ지식 등을 전달하는 불교 출판인들은 가능한 정확한 정보를 담아서 제공해야 합니다. 때문에 불교 편집자와 출판인은 사회적 지식에 대한 교양 외에도 불교에 대한 지식과 교양을 갖추도록 독서를 통해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갖춰야 합니다. 얼마만치 풍부한 지식과 정보를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때론 부족한 원고가 훌륭한 책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또 출판은 소기업에도 불구하고 기업경영과 문화적 역할이라는 상반된 두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너무 경영 위주로 가면 문화적 역할을 등한시 하게 되고, 너무 문화적 역할이나 출판의 의미부여에 치중하면 경영이 어려워집니다.
모든 분야에 철학이 있듯, 출판을 포함한 ‘기업경영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불교출판의 경우 ‘불교를 보다 올바르게 서술ㆍ포교한다’등의 불교적인 생각이 추가돼야 합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저자ㆍ독자ㆍ거래처(특히 하청업체)와의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이들과의 약속이행은 기업경영에 있어 필수적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대행사, 지업사, 인쇄소, 제책사 등과의 대금지불약속은 더욱 중요합니다. 경제적 물적 피해를 입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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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곳만 공략해 출판사만의 색깔을 갖자
출판에 대한 감각과 재정능력이 충분해 종합출판을 할 수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불교출판은 경제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므로 이것저것 손대봐야 결국은 손해보고 맙니다. 설사 손해는 안 본다고 해도 정신력ㆍ체력이 낭비됩니다. 특히 정신력 낭비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치게 합니다. 지치면 출판은 끝입니다.
출판의 지향점이 비즈니스 위주로 간다면 출판사의 성격이 없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의미와 경제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추구하고자 한다면 출판사의 성격, 즉 출판사만이 지니는 특징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많은 출판인들은 컬러를 갖지 말라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돈 벌자는 위주입니다. 기업이고 사업이므로 당연한 것이지만, 저는 이것을 반대합니다. 특히 불교출판에서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일본의 마이니치 등 일간지의 1면을 보십시오. 일반광고가 신문 1면 하단전체에 실리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1면에 책 광고를 명함크기로 규정화해 싣습니다. 아무리 많은 광고비를 주어도 1면에 일반광고를 싣지 않습니다. 이를 어리석다고 하겠습니까?
최근 들어 사회적 기업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국내 기업이 돈벌이에만 매달리고 사회적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입증된 것임을 뜻하기도 합니다. 출판은 문화적 역할이 우선이고 다음이 사회적 역할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사회적 역할은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돈이 우선입니다.
# 좋은 책은 반드시 판매도 잘 된다.
좋지 않은 책이 잘 판매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좋은 책, 양서, 교양도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출판 사업을 할 때 7~80%를 여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 다음에 잘 나갈만한 책, 베스트셀러 쪽에 20%를 배정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오늘날 국내 출판업계를 본다면 충실한 교양적 성격의 책을 내는 것이 성공하고 있습니다. 광고만 요란한 출판사 치고 잘 버티는 출판사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출판 초기에는 한 권의 책을 낼때 마다 의미ㆍ가치부여가 돼야 하고, 출판된 책의 역할이 있어야 합니다. 가능한 시시하거나 보편적인 책은 출판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책 종수가 100권 이상이 되면 가능한 원고를 엄선해야 합니다. 사업성이 되는 책이든 의미가 있는 책이든 둘 중 하나가 돼야합니다.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년에 1쇄(2000부)로 10년 동안 나갈 수 있는 책을 많이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이 기업의 순익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합니다.
책의 함량은 100%를 기준으로 80% 이상은 돼야합니다. 한권의 책이 인생의 장래를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20살 때 사마천의 사기 중 열전(烈傳)을 읽고 인생의 진로를 잡게 됐습니다. 이처럼 출판은 지식전달의 가장 중요한 매체로서 한 사람의 미래를 바꾸기도 합니다.
# 직업의식, 프로의식을 갖자
‘잠깐만 불교출판업계에 머물러야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불교출판은 나의 평생 직업, 나의 천직’이라는 의식 하에 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록 단출한 책방일지라도 사업적으로 성공하고 의미적으로도 성공합니다. 즉, ‘불교출판=나의 삶’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책이 한권씩 나올 때마다 출판사의 이미지가 제고돼야하고 동시에 그 출판사를 경영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직원의 가치도 함께 상승해야 합니다.
삶과 일이 합일되지 않는다면 돈은 벌릴지 몰라도 인생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출판인, 편집자는 좋은 책으로 자기를 보여줘야 합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나이 40이 됐는데도 타인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그 후의 인생은 볼 것도 없다”말했습니다. 책 한권이 출판사와 종사자 모두를 평가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정리= 이나은 기자 bohyung@buddhapia.com
■ 불교출판인이 가져야할 마음자세 ‘긍지’
-지나친 상업위주의 출판, 시류에 편승한 출판은 긍지를 갖기 어렵다.
-긍지가 없으면 아무 책이나 출판하게 된다. 금전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다.
-돈에 함부로 고개 숙이지 말라. 때론 돈을 돌처럼 볼 줄도 알아야 한다.
-아무 책이나 내면 출판사의 자산가치가 떨어진다.
-동시에 자신의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이익만 추구하면 긍지를 갖지 못한다.
-역할이 없으면 긍지를 갖지 못한다.
-부처님 말씀을 전달하는 매개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 윤창화 대표의 노하우
- 부단히 노력하라: 무슨 책을 만들까 부단히 골몰하라.
- 공부하라: 불교출판인은 경영자든 편집자든 불교교리공부+출판+기업경영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 인생에 요행은 없다: ‘언젠가는 되겠지?’ 이런 생각으로는 언제가 와도 성공하지 못한다.
-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 시도해보고 결정하라.
- 자기 나름대로 출판경영철학을 세워라: 불교출판=나의 삶
- 안일, 안주는 그 자리가 무덤이라고 생각하라: 모든 것은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아이템 개발을 게을리 하면 낙오자가 된다.
- 소 궁둥이가 되려고 하지 말고 닭 주둥이가 되라: 큰 조직의 말석을 차지하기보다 작은 조직의 우두머리가 돼라.
- ‘왜’라는 의문사를 던져라: 출판에서도 개인의
- 나는 ‘이런 책’, ‘이런 것만’은 못한다는 것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