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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는 오래전부터 뭇생명 살리기를 호소해 왔다. 수경ㆍ지율 스님이 그 예다. 스님들은 공사현장에서 참회하며 죽어가는 뭇생명을 살리는 뜻과 힘을 모아 달라 호소했다. 그 외침에 귀 기울이는 불자는 많지 않았다.
3월 15일 불교ㆍ개신교ㆍ천주교ㆍ원불교 등이 모인 종교환경회의는 낙동강 상주보에서 공동기도회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여한 스님은 지율 스님 혼자였다. 스님의 얼굴에는 외로움과 아쉬움이 역력했다.
봉은사 직영사찰 건 등이 불교계의 이목을 빼앗는 동안 4대강 현장에서 불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비록 불교계의 4대강 저지 운동은 가톨릭계 등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시작했지만 결집되지 않은 반대의사는 무시해도 무방할 소수의 목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4월 17일 오후 3시 조계사 일원에서 봉행되는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는 불자들이 그동안 뭇생명 살리기에 소홀했음을 참회하는 세레모니이다.
부처님은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어 이것이 있다(此有故彼有 此起故彼起 此無故彼無 此滅故彼滅)”고 설했다. 연기법이다. 인연연기를 모르는 사람은 무자비(無慈悲)하고 몰자비(沒慈悲)하다.
글씨가 없는 비석 또한 무자비(無字碑) 또는 몰자비(沒字碑)라 불린다. 글씨가 없는 비석은 가치가 없다. 풍채는 좋으나 글을 모르거나 세상의 이치를 모르는 사람을 조롱해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연기를 아는가? 마음에 부처님 가르침인 ‘연기’를 새기고 산다면, 뭇생명에 대한 참회의 날인 4월 17일 조계사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