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 문화 > 학술·문화재
순례, 신행 새 패러다임 만들자
한국불교학회, ‘순례’ 국제학술회의 개최
왼쪽부터 조성택 고려대 교수ㆍ혜자 스님ㆍ박성배 교수


부처님은 순례자였다. 옛 스승들도 목숨을 건 구도여행을 떠났다. 신라 원효 스님이 구법여행 중 해골물을 마시고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一切唯心造)’는 사상을 낳았고, 혜초 스님은 서역을 다녀와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다. 중국은 당나라 태종 때 현장 스님이 순례 후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를 지었다. 일본도 1200여 년 전 홍법 대사의 성지순례를 통해 불교정신을 계승해 왔다. 특히 순례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53선지식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났던 선재동자의 ‘<화엄경> 순례’이다

2500년 넘게 이어진 ‘순례’를 새로운 수행방법이자 포교활동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불교학회(회장 김선근)가 4월 11일 동국대 중강당에서 순례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선묵혜자 스님(108산사 순례기도회 회주)이 ‘108산사순례-21세기 한국불교 신행문화의 패러다임’을, 박성배 교수(뉴욕 스토니브룩대)가 ‘21세기의 보현행원’을 주제로 기조발표했다. S.R. 바트 인도 델리대 교수가 ‘인도에서의 순례’를, 왕방위 중국 북경대 교수가 ‘중국에서의 순례’를, 요리토미 모토히로 일본 종지원대 교수는 ‘일본에서의 성지순례’를 주제로 나라별 성지순례의 의미를 조명했다.

혜자 스님은 “우리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수행법이 있다. 신심과 환희심을 배양할 수 있는 수행법의 하나로 부처님의 성치를 찾아 가르침을 되새기는 순례가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선사가 2006년부터 시작한 108산사순례는 전국에서 3500여 불자가 불교 성지 108 곳을 찾아 108불공ㆍ선행 등을 펼쳐왔다. 108산사 순례는 성지순례를 통한 신행활동과 더불어 농촌ㆍ환경ㆍ군포교ㆍ다문화가정 등 선행과 보시공덕을 쌓는 기도회의 현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8선행운동으로 가뭄지역 생수보내기, 북한 어린이 우유보내기운동, 네팔 학교 건립을 진행 한 것이 그 예이다.

순례단이 도착하는 성지는 108대의 관광버스로 장엄된다. 사찰 입구에 들어선 순례단은 합장하고 목탁 소리에 맞춰 석가모니불 정근을 이어간다. <천수경> 독경으로 시작되는 순례단의 기도는 참회-보시-문화행사로 이어지며 불교계 행사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혜자 스님은 “성지순례는 구법과 선행의 보현행을 통한 자아성찰에 목적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아를 성찰하는 순례가 돼야한다는 지적에는 박성배 교수도 의견을 보탰다.
박 교수는 “오늘날 지식인들은 아만과 교만에 빠져 있다. 아만과 교만에 빠지면 개인적 성장은 멈추게 되고 결국 그 사람은 죽은 송장과 같다”며 “보현행원 사상은 이런 사람들에게는 기사회생의 영약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성배 교수는 “사회에서 받은 개인적 고통을 극복하는 길은 보현보살이 가르쳐 준 것처럼 일체중생을 위해서 사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자신을 돌아보는 순례는 보현행원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결국 개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S.R. 바트 인도 델리대 교수는 ‘인도에서의 순례’를 통해 “인도대륙은 전체가 하나의 장려하고 지속적인 성지순례지”라며 “교통수단이 발달한 오늘날 성지순례 종교의례가 아닌 즐거움과 휴식을 위한 여행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종교적인 순례 코스는 여행상품과도 연계가 시도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유엔 스텝재단은 원효 트레일(trail, 길)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원효 트레일은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던 원효 대사가 중간에 발길을 돌려 돌아온 여정을 관광 상품화한 명칭이다. 경주를 출발해 경산-문경-여주-수원-평택-괴산-구미-경주를 잇는 697㎞ 코스다.
참가자들은 20개 시ㆍ군 470여 사찰을 지나는 대장정 동안 템플스테이를 하며 참선, 사찰음식 등 불교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문광부는 원효 트레일을 템플스테이 중심의 수행 트레일 외에도 한국 자생약초와 한방원리를 체험하는 웰빙 트레일, 사찰음식과 차 등을 활용한 웰빙푸드기행, 나무심기와 이산화탄소 줄이기 등 환경운동을 포함한 기후변화방지 환경 대장정 등 트레일 패키지로 개발한다고 했다.

이웃종교에서 10세기 전부터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는 야곱의 스페인어, 스페인 서북부 소도시)을 걸어왔다.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였던 야곱의 순례길은 그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프랑스 남부 생장피에르포르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까지 걸었던 길로 800km에 달한다. 이 길은 지금도 해마다 사제와 관광객 등 10만여 명이 걷고 있다.

원효 트레일이 코스를 중심으로 한 순례라면, 108산사순례단은 신행을 중심으로 한 순례길이다. 얼마 전 입적한 법정 스님의 행적을 따라 순례하는 법정 트레일 등 주제별 여행을 신행과 포교수단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10-04-12 오후 11:49: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